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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medicine]눈길은 마음의 나침반

  • 입력 2010.10.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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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간의 의사소통 중 언어를 제외하고 가장 신속하고 강력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눈이다. 그것은 사람의 몸짓언어 동작 중에서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것이 눈이며, 눈은 쉴 새 없이 움직여 멈추는 일은 없다. 즉 무엇을 관찰할 때는 물론이고 어떤 생각에 몰두할 때나 무의식 상태에서도 눈은 부단히 움직이며 심지어는 잠을 자거나 꿈을 꿀 때도 눈은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따라서 사람감정을 몸짓언어로 숨김없이 솔직히 표출되는 곳이 눈이며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눈알(眼球 eyeball)이다.


이러한 눈알의 움직임을 눈길(시선視線 sight line)이라 하며 의학적으로는 눈동자의 중심점과 외계의 시점을 연결하는 직선 즉 눈이 가는 길 또는 눈의 방향을 시선이라 한다. 눈길에 관계되는 눈의 구조를 보면 그 주체를 이루는 것이 눈알이며 거기에 비친 영상을 대뇌의 시 중추(視中樞)로 전달하는 시신경으로 구성되며 눈알의 보호와 운동을 담당하는 부속기인 눈꺼풀, 눈썹, 속눈썹, 누기(淚器) 그리고 외안근(外眼筋) 등과 더불어 시각기(視覺器)를 구성하게 된다.


눈알의 외벽에는 상, 하, 내측, 외측에 4개의 곧은 근(直筋)과 상하 2개의 비스듬한 근(斜筋) 등 6개의 근육이 붙어 있는데 이를 외안근이라 하며, 외안근과 위 눈꺼풀을 올리는 작용을 하는 상안검거근을 합쳐서 안근(眼筋)이라 하며 이러한 근육들이 눈알을 움직여 눈길표정에 관여하게 된다.



생각에 따라 변하는 눈길의 방향


얼굴의 표정 중에서 가장 솔직한 본인의 감정이 노출되는 것이 눈길이라는 몸짓언어이다. 비록 입으로는 미소 짓고 있지만 그 미소보다도 눈길에는 본인의 솔직한 감정이나 의사가 나타난다. 자기의 본심을 의도적으로 감추려 미소 지어 한쪽 구각(口角)이 올라가거나 한쪽 눈썹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표정과 더불어 눈길의 좌우가 맞지 않으면 그 미소는 무엇인가를 감추려 웃는 건성미소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동물이 직선으로 보행할 때는 좌우가 대칭적인 걸음을 하다가 급히 커브를 돌려면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비대칭성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현상인 것이다.


상대가 무엇인가를 생각에 골몰하거나 지난 일을 회상할 때 눈길의 방향으로 어떤 광경을 생각하고 있는가, 어떤 소리나 냄새 또는 미각이나 촉감을 연상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즉 심리학 분야에서 활용되는 신경언어 프로그래밍(neuro-linguistic programming NLP)을 간단히 설명하면 사람들이 지난날에 실제로 보았던 어떤 광경이나 사건을 회상 할 때는 눈길이 왼쪽 위를 향하게 되어 검은 동자가 눈의 왼쪽 윗부분을 차지하게 되며 흰자위는 밑 부분과 오른쪽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만일 어떤 가공의 것을 상상하고 있을 때는 오른쪽 위를 향한다고 한다.


또 어떤 소리를 회상할 때는 눈길이 좌우의 어느 한쪽으로 쏠리게 되는데 과거에 체험한 소리나 음성을 회상할 때는 왼쪽, 상상하거나 구성된 소리나 음성일 때는 오른쪽으로 눈길이 간다는데 그것은 무의식중에 눈길이 자기 귀가 있는 쪽을 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날의 잊혀지지 않는 어떤 감정이나 그 당시의 기분을 회상 할 때는 시선이 우측 하방을 향하게 되며, 마음속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는 눈길은 반대로 좌측 하방을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눈길의 변화를 사람이 감지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순간이며 또 다른 표정이나 몸짓과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의 육안으로 이를 감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며, 이를 비디오나 광학기구를 이용하여 촬영하면 쉬 파악할 수 있어 그 사람의 눈길이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인지를 파악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눈길은 마음의 나침반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눈길이 마음의 나침반 역할을 한 것을 그림으로 잘 표현한 화가들의 작품이 있어 이를 보면 서 설명하기로 한다.



[1L]렌바하의 ‘화가와 그 가족의 자화상(1903)’


독일의 화가 렌바하(Franz von Lenbach 1836-1904)의 작품 ‘화가와 그 가족의 자화상’(1903)을 보면 이 작품은 화가가 사망하기 1년 전에 그린 자기를 포함한 가족들의 초상화인데 가족들의 눈길은 정도의 차는 있으나 한결같이 위쪽을 향하고 있다. 특히 그림의 우측에 있는 부인과 작은 딸의 눈길은 오른쪽 위를 향하면서도 눈길에 힘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닥칠 좋지 않은 일에 대한 강한 의지표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 앞의 자화상(1889-90)’


프랑스의 화가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의 ‘황색 그리스도 앞의 자화상’(1889-90)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그림은 반 고흐가 죽고 나서 그를 추모하며 한편으로는 자기가 잘못한 것을 사죄하는 의미를 내포한 그림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즉 반 고흐는 생전에 당시 시대를 앞서가며 뜻이 맞는 젊은 화가들이 한 곳에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같이 생활을 하며 의견을 나누고 작품 활동을 같이 할 것을 제안하였는데 이에 응했던 것은 고갱뿐이었다.


3개월의 공동생활 중에 두 사람은 의견의 충돌로 화가 난 반 고흐는 이를 참지 못하고 자기의 귀를 자르는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고, 그 후로는 반 고흐가 사망할 때까지 두 사람은 고갱의 고집으로 만나지 않았다. 반 고흐가 죽고 나자 이를 후회하고 사죄하고 반 고흐의 수난을 위로하는 의미에서 황색 그리스도로 표현하였는데, 그것은 아를에서 반 고흐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사는 것을 고갱이 직접 보았으며, 또 황색을 택한 것은 반 고흐가 자기를 맞이하기 위해 집의 바깥을 황색으로 칠하고 찬란한 황색의 해바라기 그림을 그려 자기 방을 장식하여 주었던 것을 회상하는 의미에서 반 고흐를 황색 그리스도로 그렸던 것이다.


황색 그리스도 앞에 있는 고갱의 눈을 보면 좌우의 검은 눈동자가 모두 자기의 우측 귀 쪽을 향하고 있는데 그 쪽에는 황색 그리스도가 있다. 마치 황색 그리스도가 무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이 보여, 자기의 위로와 사죄를 받아 주는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2L]티소의 ‘자화상(1865)’


프랑스의 화가 티소(James Tissot 1836-1902)의 작품 ‘자화상’(1865)을 보면 화가의 오른쪽 손은 자기의 오른쪽 얼굴을 받치고 있으며 눈길은 우측 아래쪽을 향하고 있어 좌우의 검은 동자가 우측으로 쏠리고 있다. 이 눈길로 보아 화가는 지난날에 받았던 잊을 수 없는 감정을 회상하며 되살리고 있는 듯이 보인다.



카리에라의 ‘겨울을 표현한 자화상(1731)’


이탈리아의 화가 카리에라(Rosallba Carriera 1675-1757)는 초상화를 즐겨 그리던 여류화가로서 자기의 자화상도 많이 그렸는데 갱년기에 접어든 자기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그림이 ‘겨울을 표현한 자화상’(1731)이라는 작품이다.


하얗게 변한 백발은 마치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고 목에는 흰털에 군데군데 검은 털이 섞인 모피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데 목도리의 흰털도 머리의 백발처럼 피어오르고 있어 그림의 제목처럼 겨울에 그린 그림임을 나타내는 것만이 아니라 인생의 겨울에 해당되는 노년기에 들어섰음을 표현하고 있다.


입은 가볍게 다물고 눈길은 정면을 향한 듯이 보이나 양쪽의 검은 눈동자는 모두가 좌측 하방을 향하고 움직이는 듯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그림의 주인공은 어느덧 찾아든 인생의 겨울에 대해 지나온 세월과 더불어 그 덧없음을 토로하며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이 보인다.


이렇듯 그림 속 인물들의 눈길을 자세히 관찰하면 그 마음의 움직임을 알 수 있어 확실히 눈길은 마음의 나침반으로서 일상의 몸짓언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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