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mental clinic]고부(姑婦)간 갈등 해결의 열쇠

  • 입력 2010.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L]한 여자가 시집을 갔는데 시어머니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심통을 부리며 무슨 전생의 원수였던 것처럼 못살게 굴었다.

처음에는 기강을 잡느라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

견디다 못해 하루는 친정아버지를 찾아갔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울면서 호소했다.

“도저히 이대로는 못살겠습니다. 제가 죽든지 시어머니가 죽든지 해야지 더 이상 견디기 어렵습니다!”

딸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듣고 있던 친정아버지가 말하였다.

“귀한 내 딸이 죽어서야 되겠나. 아무도 몰래 너의 시어머니를 죽이자. 그런데 문제는 지금 죽이면 다들 너를 의심할 테니 일단 네가 일 년 간을 잘해드려서 아무도 너를 의심하지 않을 때, 그때 너의 시어머니를 처치하자”하며 독(毒)이든 항아리를 건네주었다. 그 항아리를 들고 그 여자는 두려움과 희망이 섞인 마음으로 시집에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 미운 시어머니를 죽일 수 있다는 일념으로 극진히 모시기 시작하였다. 그러기를 일 년. 일 년이 다 되었을 무렵의 어느 날 그 여자는 친정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아버님, 이 항아리는 이제 필요 없습니다. 우리 시어머니처럼 좋은 분은 이 세상에 없어요. 일 년 전에는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하며 항아리를 내밀었다. 그때 친정아버지가 껄껄 웃으면서 그 항아리를 열고 딸에게 한 숟갈 먹어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속에 든 것은 독이 아니고 꿀이었다. 그걸 다시 가지고 가서 시어머니에게 드리도록 하라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해소를 보여주는 한 일화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관계의 본질이 들어 있다.

인간관계는 독립되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자기가 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저 사람은 저렇다, 으레 저런 사람이다.’라고 단정한다. 부부사이나 고부 사이에서도 ‘저 사람은 이기적이다, 어떤 누구와 살아도 그럴 사람이다.’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자기와의 관계에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모른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인간관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과 사업의 성공과 실패도 대인관계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대인관계의 비결은 무엇일까.

대인관계의 비결은 상대방의 심중(心中)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먼저 파악을 하고 난 뒤 그 사람이 싫어하거나 염려하는 바를 배려하여 적절하게 행동한다면 대인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부를 하거나 나쁜 것에 영합하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인정·존중하여 공존하고 그런 가운데 바른길로 인도해나가는 것을 말한다.

요즘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정신과 진료실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고부간의 갈등은 이러한 대인관계에서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고부간의 갈등에는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남편이자 아들을 가운데 두고 경쟁하는 수도 있고 살림권·경제권을 놓고 다툼을 벌일 수도 있고 서로 대우를 안 해준다, 무시한다는 불만일수도 있다.

이럴 때 조급하게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염려하는 것을 해결해주면서 기다리게 되면 처음에 목적한 바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남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상당수의 남자들은 고부간의 갈등이 있는 경우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아예 무관심하거나 외면하며 집 밖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또는 어느 한 쪽의 편을 극단적으로 들어 사태를 파국적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남편의 중재역할이 아주 중요한데 그 이유는 양쪽의 입장을 잘 알기 때문에 서로 통하게 하는 중간역할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중재자 역할과 함께 가족 모두가 사랑과 인내를 가지고 가족 내의 불신과 오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점은 고부간의 갈등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반의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로간의 진정한 이해 속에 서로를 위해 배려하고 노력하고 여기에다 이를 잘 중재해주는 훌륭한 중재자가 있을 때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들은 자연히 해소될 것이며 훨씬 더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