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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무새의 초상> 불륜의 시간, 쌩크 아 쎄트

Time zone of extramarital love affair, Cinq a Sept

  • 입력 2011.05.01 00:00
  • 수정 2019.07.26 11:29
  • 기자명 정정만(성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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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모든 사랑을 2시간으로 압축해야 하기 때문에 헤어지면 사랑의 잔열과 아쉬움이 남는다. 드라마틱한 시간제 사랑이다. 특별한 남녀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cinq'(쌩크)는 5 'sept'(세트)는 7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cinq a sept'는 ‘5 To 7', 즉 ‘5에서 7까지'를 의미한다. 원래는 명마(名馬)의 이름이었지만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거행되는 공식적인 사교 파티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의 캔버스에는 점선(點線)으로 그려진 독특한 불륜 문화가 꿈틀거리는 영상(影像)으로 잔류하고 있다. 평범한 파리 중산층의 퇴근 시간인 오후 5시부터 귀가 시간인 7시까지, 2시간대가 ‘생크 아 세트’다. 쌩크 아 세트는 낮과 밤이 만나는 시간, 낮인가 하면 어느 새 땅거미가 지는 낭만과 매혹의 시간이요 황혼의 신비만큼 무미건조한 일상의 삶에 전기(轉記)가 되는 시간이다.

프랑스 파리에는 지금 ‘쌩크 아 세트 강(江)’이 흐른다. 가슴 벅찬 유통기간을 넘긴 채 단조롭고 건조한 일상으로 유효 기간을 채우고 있는 고참 부부, 뭔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인간적(?)인 일통을 저지를 수 있는 위험한 시기다. 잠자는 욕망을 뒤흔들어 둔탁해진 남녀관계에 불을 지피는 관행적 외도 문호가 쌩크 아 세트다. 매일 오고 가는 뻔한 길을 잠깐 벗어나 위험한 사잇길을 선택하는 모험을 통해 가정과 직장에 더욱 충실할 수 있는 동력을 기대하는 합리적(?) 불륜을 저지른다. 외도란 원래 짜릿한 스릴을 동반한다. 한잔 술에 사랑을 섞어 서로 나누어 마시며 밀회를 즐긴다. 그냥 선자세로 성기 맞춤을 시도하기도 한다.

내밀적 교통이다. 돈으로 사고파는 매매춘이 아니다. 조건 없는 인스턴트 교제라는 점이 특이하다. 비록 한시적이기는 하나 밀회의 순간만은 감정에 충실 한다. 자신과 상대방의 가정을 지키는 예의범절(?)도 필수다. 모든 사랑을 2시간으로 압축해야 하기 때문에 헤어지면 사랑의 잔열과 아쉬움이 남는다. 윤리적 잣대로는 불륜이 분명하나 감성의 잣대로는 거짓 없는 사랑이다. 정해진 탄로(坦路)를 잠깐 벗어나 숲 속에 누워 진한 사련(邪戀)을 태우고 난 후 다시 귀로(歸路)에 들어서는 우회의 사랑이다.

인간 집단의 질서는 정형화된 사회적 틀 안에서 지켜진다. 문명국가의 범절(凡節)이란 것도 인간의 동물적 본성을 희생시켜야 성취되고 스스로 자신을 속박하지 않으면 인간의 품위도 유지할 수 없다. 한 없이 가볍기만 한 본능을 무겁게 짓눌러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본성을 누르면 누를수록 스트레스는 더욱 더 쌓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억압의 사슬을 잘라내면 방종이 드러난다. 인간의 참 모습에 더욱 근접한 본성은 오히려 방종일 수도 있다. 인간 사회는 방종을 한정 없이 용납하지 않는다. 방종의 끝은 공멸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불륜을 꿈꾼다. 건전한(?)한 불륜을 통해 억눌린 성적 자유를 발산, 성기의 실용화를 몸소 실천하는 생크 아 세트, 눈 먼 불륜이나 쾌감의 농축에만 몰두하는 원나잇스탠드(one night stand)는 생크 아 세트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생크 아 세트의 기본 수칙은 현장을 들키지 않는 것이다. 배우자에게 들통 나면 이미 생크 아 세트가 아니다. 심증은 용인되지만 물증은 용서하지 않는다. 생크 아 세트는 일부일처제의 부산물이지만 일부일처라는 혼인 제도를 더욱 강화시키는 현실적 역설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파리의 저녁 7시, 비데 물과 샤워 물소리로 웅성거리는 시간이다. 만남의 종료시간이자 여인의 비데 타임이기 때문이다. 체액과 분비물을 씻어내 남자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다. 물증 제거를 이한 소음의 시간이다.

비데가 기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루이 14세 시절, 당시 남녀 귀족들이 성 관계 전후에 생식기를 씻어내기 위해 고안된 것이지만 피임 기구로 사용했다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비데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비데는 15세기 프랑스 귀족들이 기르던 조랑말을 지칭했다. 그러다 16세기 말부터 뒷물용 더운 물을 담아두는 토기(土器)를 비데라고 불렀다. 그것의 용법이 승마 자세를 요구하기 때문에 조랑말의 이름을 붙였다.

4천 900만 명이 아옹다옹하며 어우러진 21세기 초입의 대한민국, 가증할 패륜과 불륜의 성사는 단절될 기미조차 없다. 의붓자식 심지어는 친자식을 파괴하는 야수, 어린 여아까지 못질하는 개망나니, 마누라 바꿔치기에 얼빠진 망종, 돈 칠로 구멍을 취하는 시러베자식,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빗나간 구멍 질에 정신 팔린 걸레가 도처에 널려있다.

법률이 구멍과 막대기를 맞바꾸는 원시 장터를 허용하지 않는 작금의 배달 종족은 따로 시간대가 없는 종일(終日) 밀통으로 생크 아 세트보다 더욱 선진(先進)하고 있다. 하지만 틀에 박힌 시공의 빗장을 열고 현실을 회수한 후에도 삶과 사랑의 밀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소문을 들어 본적이 없다. 가정의 울타리가 무너지는 소리만 바람에 흩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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