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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Episode_웨딩드레스]

달콤함과 애잔함이 묻어나는 노래 ‘웨딩드레스’

  • 입력 2011.05.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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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웨딩드레스는 정말 아름다웠소춤추는 웨딩드레스는 더욱 아름다웠소우리가 울었던 지난날은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우리가 미워한 지난날도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당신의 웨딩드레스는 눈빛 순결이었소잠자는 웨딩드레스는 레몬 향기였다오우리를 울렸던 비바람은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우리를 울렸던 눈보라도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당신의 웨딩드레스는 눈빛 순결이었소잠자는 웨딩드레스는 레몬 향기였다오생동의 계절 봄이 되면서 백년가약을 맺는 짝이 줄을 잇는다. 결혼시즌이 되면 떠오르는 추억의 대중가요가 하나 있다. 이희우 작사, 정풍송 작곡, 한상일 노래의 ‘웨딩드레스’다. 4분의 3박자, 왈츠 풍으로 중․장년층들은 거의 기억할 만큼 유명한 곡이다. 달콤하면서도 애잔한 멜로디와 가사, 가수 한상일(70)씨의 부드럽고 묵직한 음색이 잘 어우러진다. 노래가 만들어진 건 41년 전으로 1970년 히트레코드사를 통해 발표된 ‘한상일 애창곡 집’에 담겼다. ‘웨딩드레스’는 그해 2월 개봉된 신성일․윤정희 주연, 정인엽 감독의 ‘먼데서 온 여자’ 영화주제가다. 이 노래는 영화의 흥행실패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음반으로 나오면서 더욱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영화에서 신성일이 윤정희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 나온다. 노래는 한상일의 목소리다. ‘웨딩드레스’는 영화 내내 경음악으로도 흐른다. ‘영화보다 음악이 훌륭하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 ‘먼데서 온 여자’는 이만희 감독의 ‘만추’(1966년)의 패러디 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닮았다. 남편을 살해한 여죄수(윤정희)는 모범수로 2박3일간의 휴가를 나온다. 아들을 만나러가는 도중 한 청년(신성일)을 만나면서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사랑에 빠진다. 결국 여인은 감옥으로 돌아간다는 ‘만추’와 비슷한 이야기다. 스토리보다는 이미지나 영상미학을 강조한 ‘만추’보다 이 영화는 여주인공 아들(김정훈)과 병을 앓는 여동생(김창숙)등 주변 인물들을 등장, 이야기 전개에 충실하고 있다. 물론 ‘만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완성도는 떨어진다. 1980년대 ‘애마부인’으로 유명해진 정인엽 감독의 초기작품이다. 길옥윤씨, 정풍송 씨 똑같이 곡 만들어‘웨딩드레스’엔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것과 전혀 다른 멜로디의 곡이 될 번한 숨은 에피소드가 있다. 정인엽 감독은 이희우 씨가 쓴 ‘웨딩드레스’ 노랫말을 작곡가 길옥윤 씨와 정풍송 씨에게 똑 같이 주고 곡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같은 가사로 두 사람이 각각 만든 곡 중 정 감독은 정씨 작품을 썼다. 영화 속엔 결국 정풍송 작곡의 ‘웨딩드레스’가 들어간 것이다.한상일 씨는 정풍송 곡을 처음 받았을 땐 전혀 히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가 대중들은 그 노래를 좋아했다. 특히 그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 달라’며 접근하는 여성들이 더러 있었다. 1941년 개성에서 태어난 한상일 씨는 어릴 때부터 노래 잘하는 아이로 유명했다. 서울대 건축과를 다닐 때 음악활동을 했지만 노래를 직업으로 삼을 계획은 없었다. 졸업 후 설계사무소에 들어가 일하던 중 ‘노란샤쓰의 사나이’,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 등 많은 히트곡을 낸 작곡가 손석우 씨와 연결돼 노래를 공부했다. 그는 본명 한제상 대신 한상일이란 예명까지 받고 미 8군 유섬클럽 전속, KBS 전속가수가 돼 직업가수의 길을 걸었다. 트로트계열 곡들이 주류를 이루는 가요계에서 스탠더드 팝 풍의 ‘웨딩드레스’는 서울대출신 가수란 화제성까지 더해져 히트했다. 그러나 또 다른 취입곡 ‘애모의 노래’ 이외 그에겐 별다른 인기곡이 없다. 그에겐 미국의 스탠더드 팝이 잘 맞았다. 지금도 국내 가요보다 미국 팝송을 더 즐겨듣는다.그의 가수생활은 13년 만에 끝났다. 37세 때다. 가수로서 한계를 느낀 그는 전공인 건설 분야로 돌아갔다. 대기업계열 건설사에 들어가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 가기도 했다. 사내행사에서 가끔 마이크를 잡긴 했지만 가수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돌아보진 않았다.무대를 다시 찾은 건 퇴직 후부터다. TV에 출연하기도 하고 2005년엔 ‘손석우 음악생활 55주년 헌정음반’을 통해 신곡 ‘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리’를 발표했다. 2009년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산책을 하면서 복식호흡도 연습한다. 그는 요즘 가끔 KBS ‘가요무대’ 등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등 공연활동을 한다. 그의 꿈은 사랑에 관한 음악과 이야기를 모은 CD와 책을 펴내고 콘서트를 여는 것이다.한상일 제주도 집 방송 타면서 ‘화제’노래생활과 함께 그가 사는 집도 눈길을 끈다. 제주시 외곽 전원주택단지에 있는 집은 방송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 넓은 대지에 세워진 방 10개짜리 집이 한 TV방송에 소개되면서 시선을 모았다. 2006년 여름 분당생활을 정리하고 옮겼다. 앞으로는 바다, 뒤론 한라산이 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 옥상에 서면 목포바다와 산까지 보인다. 집 안팎엔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1층 베란다였던 곳은 흙벽을 세우고 문을 달아 독특한 분위기의 응접실로 바꿨다. 한쪽에 자리 잡은 흰색 그랜드피아노와 대형 AV(Audio Visual)시스템이 그의 개성과 안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2층엔 아기자기하게 꾸민 침실과 서재가 있다. 3층의 넓은 유리창으론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지하엔 황토찜질방도 있다. 마당엔 금붕어, 잉어가 노는 연못과 텃밭이 있다. 이혼을 하고 혼자 사는 그는 “둘이서 괴로운 것보다 혼자 외로운 것을 택했다”고 말한다. 그는 20여 년 전 제주의 한 호텔 임원으로 일한 적 있다. 48세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그는 6개월 만에 싱글수준이 됐다. 지금도 매일 450개의 공을 치며 퍼팅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