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OPINION 전문가 칼럼 전현수
현재(순간) 집중을 통한 생각 다스리기Ⅰ

나는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순간순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위빠사나’라고 하는 불교 수행을 통해 몸과 마음의 본질을 알고 난 뒤 ‘생각을 다스리는 법’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진료를 잠시 중단하고 2003년 여름 한 달 동안 미얀마 양곤에 있는 찬몌명상센터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했습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좌선과 보행명상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행위 관찰로 이루어집니다. 앉아서 하는 좌선에서는 호흡을 관찰합니다. 코 주위에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관찰하거나, 호흡으로 인해 배가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관찰합니다. 보행명상에서는 걷는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합니다. 발을 들고 내딛고 놓는 동작 하나하나를 있는 그대로 지켜봅니다. 걷는 동작 하나하나를 천천히 합니다. 일상생활에서의 행위 관찰은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지켜봅니다. 이 세 가지 명상을 할 때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발을 들면 ‘듦’, 숨을 들이 쉴 때 배가 나오면 ‘나옴’, 몸의 어느 부위가 가려울 때는 ‘가려움’이라고 명칭을 붙이면서 그것을 관찰합니다. 명칭을 붙이는 것이 번거롭거나 명상에 방해가 되면 붙이지 않으면 됩니다.

이렇게 지켜보는 가운데 생각이 일어나 집중해야 할 대상에서 이탈하면, 생각으로 인해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 다시 원래의 집중 대상으로 돌아옵니다. 이러한 몸과 마음의 관찰을 통해 몸과 마음의 본질을 깨닫습니다. 찬몌명상센터 수행 관에서는 좌선과 보행명상을 번갈아가면서 합니다. 보통 보행명상을 한 시간 하고 난 뒤 좌선을 하는데, 좌선의 시간은 명상센터에 따라 다릅니다. 내가 수행한 찬몌센터인 경우 앉아 있을 수 있는 만큼 앉아 있습니다. 좌선을 하다가 허리가 굽었을 경우는 허리를 펴기 위해 움직이지만 다른 경우에는 움직이지 않고 일어난 현상을 있는 그대로 지켜봅니다.

예를 들어 다리가 저리면 다리가 저리는 것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신체 어느 부위가 가려우면 가려운 것을 관찰합니다. 그러다가 다리가 저리거나 신체 어느 부위의 통증이든지 괴로움으로 도저히 좌선 상태를 지속할 수 없을 때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수행관에서 나와 식사를 한다든지 샤워나 빨래를 하는 등 일상적인 활동을 할 때는 동작 하나하나 그리고 그때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 등의 정신작용을 있는 그대로 관찰합니다. 물론 한 순간에 하나씩 관찰합니다. 좌선과 보행명상이 형식을 갖추어서 하는 명상이라고 한다면, 일상생활에서의 행위 관찰은 형식을 갖추지 않고 하는 명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상센터에서 수행을 하는 경우는 이 세 가지를 철저하게 하지만, 집에 있는 경우 세 가지를 다 할 수도 있고, 형편에 따라 두 가지를 하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의 행위 관찰만 할 수도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일정시간 좌선과 보행명상을 하고 나머지 직장생활이나 학교생활, 집안일을 할 때는 하는 일에 집중하는 일상생활에서의 행위 관찰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형태의 명상은 각자 나름대로 특색이 있습니다. 좌선이든 보행명상이든 일상생활에서의 행위 관찰이든 현재 이 순간에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각각의 명상을 통해 더 잘 알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것은 나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좌선을 통해서는 집중되고 고요한 상태를 더 잘 경험할 수 있고, 생각이나 감정 등과 같은 정신의 본질을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보행명상은 몸과 마음의 관계, 즉 마음에서 일어나는 의도가 있을 때 몸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의도가 없이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의도가 원인이라면 몸의 움직임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을 통해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는 통찰이 생깁니다. 일상생활에서의 행위 관찰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일상생활의 행위 관찰을 통해 명상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좌선이나 보행명상만으로는 명상시간이 짧습니다. 몸과 마음의 본질을 깨닫고, 깨달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평범한 사람의 경우 아침저녁으로 명상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일상생활의 행위 관찰이라는 이 명상을 통해 온종일 명상을 할 수 있습니다. 생활과 명상을 하나로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이점은 일상생활에서의 행위 관찰을 통해 고요하고, 안정되고, 동요되지 않는 마음을 온종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 일상생활 할 때 몸과 마음의 본질을 아는 가운데 할 수 있습니다. 좌선을 통해 경험한 생각의 본질을, 일상생활을 하면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보행명상을 할 때 알았던 현상을 일상생활에서 걸을 때 알 수 있습니다.

그 외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점은 실제 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명상의 핵심이 몸과 마음의 본질을 알기 위해 현재 일어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면, 일상생활에서의 행위 관찰은 본질적으로 볼 때 명상이고, 깨어서 순간순간에 집중하기 때문에 일에도 더 능률이 오릅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인상을 줍니다. 어떤 일을 해도 그것이 명상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내 경우 보행명상을 한 이후 싫은 일이 없어졌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그것은 명상이고 명상을 통해 순간순간 내가 향상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나는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되는데, 의미 없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의미 없는 일을 하는 시간이 무의미하고, 그렇게 해야 하는 자신이 한심하고, 자신의 인생이 무가치하게 느껴지고, 그렇게 상황을 몰고 가는 가족이 이해는 되지만 미워집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힘이 빠지고, 마음은 가라앉고, 생활은 활력이 떨어지고, 이러한 사람을 보고 있는 가족도 힘들고, 자칫하면 가족과의 사이에 분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정신장애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상생활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본질을 아는 가운데 행위 관찰을 하려면 좌선과 보행명상을 어느 정도 수행하여 몸과 마음의 본질을 깨닫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일상생활에서의 행위 관찰은 좌선과 보행명상처럼 고요하거나 천천히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속도로 하기 때문에 수행이 되어 있지 않으면 생각이나 외도와 같이 빠르게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정신현상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현수  emd@mdjournal.net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현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