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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medicine]슬픈 난자가 흘리는 통곡의 눈물, ‘월경’

  • 입력 2011.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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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에 관한 지식이 눈부시게 발전된 근대의료라고 하지만 그 발달사는 불과 100년 밖에 되지 않는다. 발전된 의료지식은 의료의 현장에서 일을 하는 전문직 의료인들에게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된다. 그러나 아직 모든 질병에 관한 의료지식이나 건강정보로서 누구나가 만족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수세대 전만해도 몸에 관한 지혜로운 지식은 선대로부터 전승되어 자기 몸의 변화는 인간 단독만의 것이 아니라 자연, 즉 해와 달 등과 같은 천체와 연계된 것으로 결코 인간단독의 본능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 하나의 전설적인 상식으로서 세대를 거치며 전해져왔다. 그러나 의료가 발달된 오늘날에는 이러한 경험에 의한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는 모두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져 망각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특히 여성은 자기의 사춘기, 월경, 배란, 출산 등과 같은 몸의 변화가 자연과 인간이 연계된 생체리듬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전승되는 지식과 더불어 자기 몸의 리듬에 귀를 기울 리건 하였지만 지금은 그 리듬이 인간의 몸에서 감지되는 자연의 소리라는 의의는 뒷전에 밀리고 당연한 생리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춘기 소녀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와 더불어 소녀가 겪게 되는 사춘기의 불안, 놀라움, 고민 등의 정신적인 갈등 특히 혼자만의 행동을 마치 숨어서 사진을 찍은 듯이 표현한 화가의 그림이 있어 이를 보면서 설명하기로 한다.

프랑스의 화가 발튀스(Balthus 본명: Balthasar Klossowski 1908~2001)는 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거장들의 작품을 부단히 모사하는 과정을 통해 기량을 연마하였으며, 이러한 자습수련에 기댄 그는 문학인들과의 연대를 통해 문학적 교감을 작업에 실었으며, 그러한 문학적 서술성은 그의 구상미술에 대한 애착의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더욱 그는 이성의 어린이를 이상할 정도로 지나치게 사랑하는 소아기호증(pedophilia)과 성적대상을 몰래 숨어서 보는 관음증(voyeurism)이라는 성도착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의 주제와 내용은 사춘기 소녀의 행동을 숨어서 관찰하고 마치 사진을 찍은 듯한 그림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 묻지 않은 사춘기 소녀의 자기의 생리리듬에 대한 반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지는 그림들만을 골라서 보기로 한다.그림 1. 발튀스 작: ‘화려한 날’ (1944-45) 워신톤, 히르손 미술관[1L]

발튀스의 작품 중에 ‘화려한 날’ (1944-45)과 ‘소녀와 고양이’ (1937)이라는 그림이 있는데 두 그림의 공통점은 사춘기의 소녀가 거울을 들고 있는데 ‘화려한 날의 소녀’는 힘없이 의자에 앉아 거울을 곁눈질로 보고 있으며, ‘소녀와 고양이’의 소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는 벌떡 일어나 화려한 옷을 입고 거울을 의욕적으로 보며 모양을 내고 있다. 분명 외출을 하고나 누군가 좋은 사람과 만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두 그림의 소녀를 비교할 때 아마도 ‘소녀와 고양이’의 소녀는 그 표정과 행동으로 보아 배란 전 몸의 기능이 항진 내지는 성감이 예민해진 시기의 그림이 아닌가 생각 된다.

여성의 신체는 남성에 비해서 매우 복잡하고 그 기능도 다양하다.그림 2. 발튀스 작: ‘소녀와 고양이’ (1937)[2L] 그 가장 변화가 심한 때가 배란과 월경이 시작되려는 시기이다. 이 두 변화는 모두가 난소의 활동과 관계되는 것으로 배란기가 가까워지면 여성의 피부는 더욱 부드러워지고 윤기가 돌아 극도로 아름다워진다. 즉 수컷을 끄는 아름다움이 자기도 모르게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서 조절 유도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그리워지는 느낌이 생겨나 누군가에 전화를 하게 되고, 어디론가 함께 가고 싶어지며, 혼자 있는 것이 왜 그런지 쓸쓸함을 느껴지기 때문에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화려하게 차리고 외출을 하게 된다.
즉 배란 전에는 몸의 기능이 활발해져 특히 성감이 항진되어 누군가(이성)를 만나고 싶은 의욕이 생겨나며, 월경 전에는 몸의 기능이 억제되거나 감퇴되어 정신적 및 육체적인 변화가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현상은 난소에 있는 난자가 내는 소리인 것이다. 즉 난자가 나올 무렵이면 이성이 그리워지는 것은 난자가 정자를 만나기 위한 욕망의 소리이며, 월경 전의 몸의 기능이 억제되어 나타나는 증상은 난자가 정자를 만나지 못하고 사멸되어 가는 억울함과 슬픔의 소리인 것이다.
난자는 출생 후 약 30만 내지 40만개를 지니게 되는데 인간의 세포 중 가장 큰 세포이며 그 기능도 다른 세포가 따를 수 없는 다기능 세포이다. 따라서 이 세포가 성숙되어 배란되어 나왔지만 짝을 만나지 못하고 사멸될 때는 슬픔의 소리를 내어 나타나는 증상이 월경전증후군(月經前症候群 premenstrual syndrome PMS)이다.

발튀스의 작품 ‘당황한 나체소녀’ (1980)라는 그림은 한 소년가 알몸이 되어 창가 벤치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괴로운 몸을 달래고 있다. 혹시는 있을지도 모를 출혈을 대비한 듯 멘스 냅킨을 차고 있다. 창가의 커튼을 구겨 베게 삼고 있는 것을 보면 어딘가 통증이 심한 것 같기도 하다. 화가는 관음증이기 때문에 어디인가에 숨어서 소녀를 훔쳐보며 그림을 그린 것이 틀림이 없다.

여성 대부분이 월경을 전후해서 통증이나 불쾌감이 야기된다. 즉 배란이 지나 다음 달의 월경이 시작되기 7~10일 전이 되면 아랫배가 아파오고 허리가 무겁고 전신이 나른하며 우울하고 어깨가 뻐근하여 신경이 과민해지고 불안, 초조, 억울감, 불쾌감, 사고력 및 기억력감퇴, 유방이나 하복부의 긴장감이나 동통, 편두통, 전신의 부종(浮腫) 등이 일어나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월경전증후군의 증상이며 심한 경우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를 월경 전 긴장증이라 한다.

발튀스의 ‘La Cheminee de l´atelier de Chassy(1955)’라는 그림은 인간 내면의 불안을 표현한 것으로 말없이 고개 숙이고 마루에 주저앉아 있는 소녀는 무엇인가 고민꺼리가 생겨 당황하는 표정이다. 밑을 벗고 무릎을 벌리고 한 쪽 발을 세우고는 그 사이에 흰 종이 같은 것을 깔고 그것을 유심히 들어다 보고 있다. 소녀는 갑작스러운 밑에서의 출혈에 놀랐고 뜻하지 않은 걱정거리가 생겨나 당혹한 것 같다.

사실 그렇다 월경이라는 현상은 인간에서만 보며 다른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스럽고 특이한 여성의 몸의 변화이다. 월경의 처음 시작을 초경(初經)이라 하는데 이것은 여자의 체내에 여성으로의 역할이 가능한 생리기구가 모두 갖춰졌을 때 달이 보내는 신호로서 그래서 월경이라 하며 달의 주기에 맞추어 월경도 있게 된다.
따라서 초경은 인체의 가장 신비한 변화인 동시에 인간의 위대한 능력을 알리는 기쁜 소식이다. 즉 초경은 여인의 성숙을 알리는 증표인 것이다. 여성은 젖가슴이 불쑥 소사 오르고 엉덩이가 커지고 몸과 마음의 조화가 깨져 정서가 불안해진다. 자신은 없으나 독립심이 생겨나고 이성에 대해 눈을 뜨게 돼 관심을 가지게 된다. 초경은 위대한 인간 창조의 청신호이며 자연(특히 달)과 인간이 밀접하게 연계 되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달 난소로부터는 난자가 나와 난자가 임자를 만나면 임신이 되는 것이며, 만나지 못하면 그 억울함에 피를 토하는 것이 월경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림 3. 발튀스 작: ‘당황한 나체소녀’ (1980)[3L]
그림 4. 발튀스 작 ‘La Cheminee de l´atelier de Chassy’ (1955) 개인소장
[4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