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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medicine]화가와 거울

  • 입력 2012.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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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있는 그대로를 비출 뿐 거짓상(像)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거울이 비치는 진실이라는 것이 늘 좌우가 바뀌게 되며 거울에 생기는 상은 빛의 조합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만져지지 않아 잡을 수가 없는 마치 신기루와 같은 환영(幻影)을 보이나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거울이 나타내는 상의 성질이다.
또 거울 앞에 놓인 사물과 거울 속에 비춰지는 상의 관계는 가깝게 접근 할 수도 있지만 절대로 만날 수 없을 만큼 멀기도 하다. 즉 이쪽이 ‘현실’이면 저쪽은 ‘현실이 아닌 비현실’이며, 이편이 ‘물질’의 세계이면 저쪽은 ‘비 물질’의 세계이기도 하고 ‘감각’과 ‘관념’으로 대립될 수도 있다.
이렇게 미묘하면서도 매혹적인 거울이 예술가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 어떤 작품들이 있는가를 알아보기로 한다.

[1L]그림 1. 아켄 작: ‘거울속의 부부(1592)’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독일의 화가 아켄(Hans von Aachen 1552~1615)은 1592년 프라하에서 황제 루돌프 2세의 전용 초상화가가 되면서 외교관을 겸직하기도 했다. 이 무렵 그의 작품에는 ‘거울속의 부부(1592)’라는 것이 있는데 그림에는 금슬 좋은 젊은 부부의 즐겁고 장난 끼 어린 모습이 거울을 통해서 표출되고 있다. 남편은 무엇인가 장난 끼 넘치는 그러면서도 에로틱한 농담을 하여 색시가 즐거운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는 그 모습을 본인이 직접 볼 수 있게 거울을 받쳐 들고 있다.
거울에 비친 색시의 모습은 다소곳한 듯 수줍음을 나타내면서도 거리낌 없는 미소로 응수하고 있어 젊은 부부는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견고한 테크닉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관계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색시의 얼굴은 실제보다도 얼굴을 어리게 과장 표현하여 즐거움을 한 층 더 높이고 있다. 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장난 끼 어린 젊은 부부의 천진성과 화가의 거울을 이용하여 색시의 표정을 과장해 남편의 속마음을 표출한 지혜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실은 이 그림은 화가자신의 부부를 모델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

[2L]그림 2. 마그리트 작: ‘금지된 복제(1937)’ 로테르담,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 네덜란드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는 실제공간과 공간적 환영(幻影)의 대면에서 야기되는 모순, 내부와 외부의 틀을 해체시켜 현실과 환영의 전 과정의 문제가 드러내게 하고는 그 가운데 인식의 모순적 대립을 형태화 하여 그 상관관계에 대해 자문해 보도록 유도하는 식의 작품을 만들기로 유명한 화가이다.
그의 ‘금지된 복제(1937)’라는 작품은 에드워드 제임스라는 자기의 후원자를 그린 것인데, 거울 앞에 한 남자가 등을 보이고 서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남자의 모습은 여전히 뒷모습이다. 정상적인 거울에서라면 분명 얼굴이 거울에 비쳐야 할 것인데, 그래서 그림을 처음 볼 때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그린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단지 우측 아래의 책이 거울에 비친 것으로 거울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있다.
공간을 확장 시켜 현실의 세계와 비쳐진 세계간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것이 거울인데 이 그림에선 두 사람의 뒷모습으로 표현하여 거울이 아닌 것으로 보이게 하고는 자세히 보아야 거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여 관람자가 그림 바깥으로부터 이미지의 내용 속으로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하여 외부 세계와는 분리되는 것으로 금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림제목이 ‘금지된 복제’라는 점에서 그 의미해석에 있어서 협의로는 화가자신의 그림을 복제하지 말라는 뜻에서 광의로는 예술은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거울을 통한 모순된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3L]그림 3. 마그리트 작: ‘위험한 관계(1926)’ Private collection
그의 작품 ‘위험한 관계(Dangerous Liaisons 1926)’라는 그림은 역시 거울을 이용한 그림인데 한 장의 그림에 여인의 두부와 하지는 앞면에서 본 것을 그리고 거울 속에는 여인의 몸통의 뒷면을 그려 마치 다른 화가의 거울을 보고 있는 여인을 뒷면에서 그린 것 같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나 몸은 완전히 분절 되여 위험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거울을 이용해 표현하였다.














[4L]그림 4. 마네 작: ‘폴리베르제르 바(1881~82)’ 런던, 커톨드 미술관
프랑스의 화가 마네(Edouard Manet 1832~1883)는 여성 중에서 이국감(異國感)이 강한 여성을 보면 그녀가 소지하고나 몸에 착용하고 있는 물건들 예를 들어 모자, 장갑, 양말, 내의, 신발 등에 집착하는 소위 이국감 물음욕증(物淫慾症 fetishism)에 걸려있었다. 이렇듯 마네에게 이국감 물음욕증이 있었던 것은 그의 여러 작품에서 나타나는데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폴리베르제르 바(1881~82)’라는 그림을 들 수 있다. 바의 중앙에는 한 여인이 당당한 모습으로 서있다. 이 여인은 아름다운 드레스로 몸을 단장하고 있는데 미술평론가들에 의하면 당시 파리에서는 매우 드물게 보는 앞머리를 직선으로 자르고 있으며 특히 목에 하고 있는 목걸이 역시 당시 파리에서는 유행되지 않았던 것이라는 점으로 보아 이 여인 역시 타국에서 온 여인임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그 여인은 바의 카운터 안에 서있다. 그녀의 뒤편에는 거울이 있으며 그 거울에는 그녀의 뒷모습과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사람들은 이쪽 편 세계에 있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과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의 의문이 생긴다.
현재 일반적으로 술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바(bar)라는 용어는 원래 막대기. 빗장, 창살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것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금지된 소위 ‘경계선’의 의미가 포함된 단어이다. 따라서 이 그림으로 보자면 그녀가 서있는 바의 안쪽은 성역(聖域)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성역 안에는 누구도 침입하여서는 안 되는 신성한 장소가 된다. 즉 신을 모시는 신전이나 성령이 머무는 산 등에 해당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에덴동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달면 이 작품의 성역에 서있는 여인은 에덴동산의 이브 인 듯싶다. 마네는 이국감이 나는 여인에게 매혹 되여 여러 명의 여인과 관계를 맺었지만 과연 자기가 찾고 있던 이브를 이제야 발견하고는 그 여인이 이브라는 것을 바와 거울을 이용하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그림은 마네가 사망하기 1년 전에 그린 것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가 찾던 이브를 드디어 찾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린 것 같다.

[5L]그림 5. 키르히너 작: ‘거울 앞의 여인(1912)’ Le Centre Pompidou, Pari
독일의 화가 키르히너(Ernst Ludwig Kirchner) 의 ‘거울 앞의 여인(1912)’이라는 그림의 주인공은 도리스라는 여인으로 키르히너가 본능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감지한 그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여자로서 그가 원하던 바로 그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라고 한다.
그림은 도리스가 화장대 앞에 앉아서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서 손을 뒷머리에 올리고 있다. 그래서 그 여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얼굴로서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 수 있는데 거울에 비친 여인의 얼굴을 확대하여 보면 그것이 나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한 얼굴이다. 화가가 이때까지 그려왔던 도리스와는 전연 다른 얼굴이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거울의 얼굴은 실제의 도리스의 얼굴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도리스는 머리손질을 위해 팔을 올려 손을 머리 뒤로 하고 있는데 거울의 여인은 어깨를 앞으로 구부리고 왼손을 즉 실물의 오른손을 얼굴에 대고 있어 전연 다른 사람이 거울에 비치고 있다.
키르히너는 1906년에서 1911년까지 도리스와 함께 있었다. 그러나 키르히너는 더 이상 같이 살 수는 없다고 생각되자 이때까지 그려온 도리스의 얼굴과는 달리 자기가 매려 되었던 원시미를 강조하여 거울에는 딴 사람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