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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꽃의 여왕’에 비유한 ‘장미’

  • 입력 2014.0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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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잠 못 이룬 나를 재우고 가네요
어여쁜 꽃송이 가슴에 꽂으면 동화 속 왕자가 부럽지 않아요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6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어느 시인은 유월의 장미를 ‘입술 깨물어 터트린 빨간 핏방울일거야’ ‘제 스스로 날카로운 가시에 찔린 심장의 눈물일거야’라고 노래했다.
 
장미는 약 100종으로 전 세계에 자라고 있다. 원산지는 아시아.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사랑의 상징 꽃으로 많은 종들이 재배되고 있다.

첫 음반엔 작곡가 이정선이 취입 ‘꽃의 여왕’ 장미를 소재로 한 대중가요가 있다. 김미선 작사, 백순진 작곡, 4월과5월 노래의 ‘장미’다. 4분의 4박자로 부드러우면서도 경쾌한 디스코풍이다.

1970년대 듀오 ‘4월과5월’의 대표곡으로 서정적인 가사가 감미롭다. ‘장미’는 사랑하는 연인을 장미꽃에 비유한 노래다. 향기로운 꽃 냄새 같은 따뜻한 인간미, 싱그러운 잎처럼 건강한 몸(청춘), 가시 같은 톡 쏘는 예리함,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꽃송이 같은 포근함을 그린 가요다.

31년 전 노래지만 신곡 같은 맛이 난다. ‘장미’는 백순진, 이수만, 김태풍이 나이를 좀 먹은 뒤 전혀 다른 새 멤버(김영인-오영진) ‘4월과5월’이 1979년 불러 히트한 노래다. 그해 2월 중순 유니버설레코드사가 만든 LP음반 A면 첫 번째에 실렸다.

삼성그룹계열 동양TV(채널 7)의 ‘가요베스트7’에서 1위까지 한 노래다. 김영인, 오영진은 ‘하야로비’란 이름으로 ‘밤은 우리의 친구’란 노래를 불러 사랑을 받았다. 그러던 중 2집을 준비하다 그 때 음반을 제작해주던 백순진 씨 권유로 ‘4월과5월’이란 이름으로 장미를 불렀던 후일담이 있다. 또 ‘장미’가 담긴 첫 레코드표지에 작곡가 이름을 이정선으로 바꿔다는 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대목이다.

‘장미’의 후렴부분이 가수 겸 작곡가 이정선의 노래 ‘어젯밤 꿈’과 같아 응급조치로 스티커를 붙인 것이다. 각 방송에선 ‘장미’를 해마다 6월이면 잊지 않고 틀어준다. 그만큼 유명한 곡으로 작사가, 작곡가 또한 가요계에서 쟁쟁한 인물이다.

어니언스의 ‘편지’, ‘장미’ 등 아름다운 노랫말을 많이 쓴 작사가 김미선은 작곡가로도 활동 중이다. 비, 이승기, 가비엔제이 등의 곡을 만들며 인기작곡가로 떠오르는 신예작곡가로 이름 나있다. 이른바 멀티 플레이어다. 작곡을 한 백순진 씨는 더 유명하다. 그가 가요계에 뛰어든 건 1971년 여름. 중앙대학교 예술대 3학년에 다닐 때였다. 그해 8월 서울대 농대생이던 이수만과 ‘4월과5월’이란 포크듀엣을 만들어 이듬해 데뷔했다.

그는 처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자신이 만든 곡을 발표하기 위해 가수를 찾다가 우연히 듀오를 하게 됐다. 그와 이수만이 맨 처음 만든 ‘4월과5월’은 많은 노래를 불렀지만 히트곡 대부분은 김태풍과 부른 것이다. ‘화’, ‘옛사랑’ 등의 포크명곡들이다. ‘4월과5월’ 1기 멤버로 이수만과 만난 건 다방에서 노래아르바이트를 할 때로 앨범작업에 열심이었다. 그러던 중 이수만이 몸이 많이 아파 그만두게 됐고 ‘4월과5월’ 2기 멤버로 김태풍(한국외대 불문과 3학년)이 들어왔다.

1972년 백씨가 대학 4학년 때였다. 멤버가 바뀌었는데도 돈이 없어 데뷔앨범 재녹음을 못했다. 노래는 이수만이 불렀지만 가수얼굴은 김태풍이 실렸다. 둘은 포크송의 새바람을 일으켰지만 음악에 대한 시각차로 곧 헤어졌다. 이어 신인가수 김정호가 새 멤버로 들어와 1975~6년 활동했다. 백순진 씨는 대중음악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번안곡이 판치던 1970년대 창작포크송 열풍을 이끌었다는 점에서다.

그는 노래를 작사·작곡·편곡해 부르는 싱어송 라이터의 원조다. 휘문고 재학 때 고교연합 록그룹 엔젤스를 만들었던 그는 중앙대 작곡과에 들어갔다가 연극영화과로 쫓겨났을 만큼 가요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다. 많은 노래를 만들어 불렀고 동료에게도 줘 히트시켰다. ‘화’ ‘바다의 여인’ ‘등불’ ‘옛사랑’ ‘겨울바람’ ‘임의 노래’ ‘장미’ 등이 ‘4월과5월’ 이름으로 불렸다. 임희숙, 김세환, 이수미, 서수남·하청일, 오정선, 윤연선, 이영식 씨 등도 그의 곡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음악유행을 앞서가는 파격적 실험도 많이 했다. 송창식의 ‘딩동댕 지난여름’을 가야금을 동원한 국악포크로 편곡해 불렀다. 백순진 씨는 듀오를 하면서 4인조 록그룹 ‘들개들’(이수만, 김태풍, 민병진, 김찬이)을 만들기도 했다. 백순진 씨 ‘장미’ 음반 내고 부도나 변신 서울 태생인 그는 1975년 프로덕션 ‘오토’를 만들었다. 가수를 키우고 음반도 만드는 기획사다. 그런 스타일의 회사는 국내 최초였다.
 
후배멤버 ‘4월과5월’이 불러 히트한 ‘장미’ 노래음반을 내고 부도가 났다. 레코드유통을 다른 업자에게 맡겨 실패한 것이다. 그 일로 그는 폐가 터져 석 달간 입원, 음악계를 떠났다. 1978년 (주)샤프 회장인 부친의 노스웨스트항공 총대리점 직원으로 변신, 1989년부터는 외국지사장 격으로 뛰었다. 1998년 미국 뉴욕에서 지점을 맡아온 그는 2008년 귀국했다. 1970년대 스케이트장 청춘들을 소재로 한 노래 ‘영화를 만나’를 히트시킨 그에게 2007년 팬클럽이 생겼을 정도로 인기다.

백 씨는 ‘4월과5월’ 멤버인 김태풍과 팬 모임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봉사도 한다. 또 2009년 한대수, 김도향, 최백호, 박학기, 소리새(신성철), 강은철 씨 등과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를 만들었다. 장미꽃의 슬픈 전설 노래제목인 장미는 긴 세월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사랑 받아오고 있다. 정열의 무희(舞姬) 칼멘의 요염함도 그녀가 꽂은 진홍빛 장미가 곁들여 있었기 때문이다.

절세미인 클레오파트라가 애인 안토니오를 위해 마루에 깐 꽃도, 나폴레옹이 조세핀을 위해 침실에 뿌린 꽃잎도 장미다. 하지만 꽃에 얽힌 전설은 애처롭다. 옛날 어느 마을에 아버지가 없는 한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의 집 주변엔 가시나무가 없었으나 갈수록 가시나무가 늘었다. 소녀가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겠다고 말할 때마다 어머니가 집 주위에 가시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그 뒤 소녀와 어머니는 사이가 나빠졌다.

소녀는 꿈속에서도 ‘어머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소녀 어머니가 병명도 알지 못한 채 숨지고 말았다. 소녀는 그 때서야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양지 바른 곳에 어머니 무덤을 만들었다. 그 마을에선 죽은 사람이 평소 아끼던 꽃을 옆에 놔야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전설이 있었다. 소녀의 어머니가 아끼던 꽃은 없었다.

가시나무뿐이었다. 소녀는 어머니가 가시나무로 태어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픈 일이였다. 가시나무는 꽃이 없어서였다.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가시나무야 내 몸을 파고 지나가 나의 피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 주렴!” 그 때 가시나무는 소녀의 몸을 파고 지나갔다. 소녀가 흘린 피가 붉은 장미꽃으로 폈다. 소녀도 죽음을 맞았다. 가시나무에 핀 붉은 장미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꽃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