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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분석 ; 정신치료에서 다루어지는 꿈의 의미 Ⅰ

  • 입력 2012.10.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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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의식과 꿈

리처드 기어가 아이작이란 정신과 의사로 나온 <최종분석>이란 영화가 있다. 아이작의 환자인 매력적인 소녀 다이아나(우마서먼 분)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꿈 얘기를 하지만, 영화 속의 정신과 의사는 그 꿈을 분석해 주지 않는다. 환자는 “카네이션, 백합, 제비꽃으로 장식을 하는 꿈을 꾸었노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기의 언니와 만나 줄 것을 의사에게 요구한다.

그 환자의 언니(킴 베싱어 분)는 의사에게 동생의 과거를 얘기해 주게 되고, 둘 사이는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사실은 치료를 받고 있는 동생이 아니라 언니에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남편과의 불화가 심했으며, 이상한 병까지 앓고 있었다. 그것은 ‘병적 알코올 중독’ 증상으로 아주 적은 양의 알코올 섭취에도 판단력이 흐려지고 호전성을 띠며 난동을 부리게 되는데, 술이 깨고 난 뒤에는 전혀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병이다. 그녀는 알코올이 섞여 있는 감기약을 먹고는 남편을 살해하고 만다. 그러나 이전에 이 병에 대해 치료를 받은 병원 기록이 있어 무죄로 석방된다. 그 후 아이작은 우연히 정신과 학회에 나가 꿈에 대한 강연을 듣던 중 그 강연 내용이 자신의 환자가 얘기한 내용과 너무나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의혹을 품게 되고, 자매가 공모하여 계획적으로 자기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병적 알코올 중독’도 살인 후 무죄를 선고받기 위해 꾸며낸 것이었다. 동생은 환자의 역할을 그럴듯하게 연기하기 위해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나오는 젊은 여자의 꿈을 그대로 정신과 의사에게 얘기했던 것이다. 영화 속의 정신과 의사는 이처럼 프로이트의 꿈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지만, 그만큼 정신분석학에서 꿈의 분석은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꿈의 해석》에 나오는 젊은 여자의 꿈은 ‘나는 테이블 중앙에 생일 축하의 꽃을 장식하고 있었으며, 집에 있는 것처럼 행복감을 느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직 미혼인데도 꿈속에서는 이미 결혼도 하고 아기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프로이트는 테이블과 테이블 중앙의 꽃 장식을 그녀와 그녀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다. 프로이트가 어떤 꽃 장식이었느냐고 묻자 그녀는 “비싼 꽃이었어요. 많은 돈이 들어갔죠. 석죽, 백합, 제비꽃이었어요.”라고 대답한다.

프로이트는 각각 꽃 하나하나에 대한 연상을 젊은 여자에게서 들은 후 꿈속의 꽃에 대한 해석을 내렸다. 백합(원문에는 백합의 일종인 lilies of valley)은 상식적인 의미로 순결을 상징하며, 골짜기(valley)는 꿈속에서 여성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한다. 꽃 이름인 ‘계곡의 백합’은 ‘백합’과 ‘골짜기’의 합성어로서, 두 개의 상징을 동시에 나타냄으로써 그녀의 귀중한 처녀성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비싼 꽃들이고 많은 돈이 들었다’는 의미는 장차 그녀의 남편 될 사람이 이것의 가치를 잘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제비꽃(violet)은 언뜻 보기에 성적인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숨겨진 의미가 violate의 어원이 프랑스어인 ‘viol[rape,강간]’과 무의식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프로이트가 제비꽃에 대한 연상을 묻자 그녀는 영어인 ‘violate'(강간하다)라고 답변한다. 따라서 그녀는 꿈속의 꽃 이름을 통해 처녀성 상실의 폭력성과 어쩌면 피학적인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석죽’(pinks,색 이름으로 뿐 아니라 카네이션과 동의어로도 쓰임)이라고 젊은 여자는 대답했다가 곧 카네이션이라고 정정한다. 여기서 프로이트는 카네이션(carnation)이라는 말을 ‘육체적인(carnal)’이라는 의미와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젊은 여자는 다시 말을 번복하여, 처음엔 카네이션이라는 말에서 색깔(colour)이 연사오딘다고 했다가, 실은 색깔이 아니라 육체화(incarnation)라는 단어가 연상됐었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로서, 그녀는 이 부분에 대해 가장 저항이 크며, 리비도(libido)와 성적 억압 사이에 가장 큰 갈등이 있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녀에게 약혼자가 자주 카네이션을 선물했다는 말은 이중적인 의미(꽃 이름과 육체화)이외에도 카네이션이 남성 성기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즉, 꽃의 상징은 식물의 생식기관이 꽃인 것처럼 인간의 성적기관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연인끼리 주고받는 꽃 선물도 실은 성에 관한 무의식적인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젊은 여자가 꾼 꿈속의 꽃은 여성의 처녀성 및 남성의 상징 그리고 폭력에 의한 처녀성 상실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꿈으로 돌아가서, 그녀가 생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확실히 아기의 탄생을 의미한다. 또한 그녀는 자신을 약혼자와 동일시(꿈속에서는 그녀가 자신의 약혼자이기도)함으로써 약혼자가 그녀에게 아기를 갖도록 만든다. 그녀의 잠재의식에는 ‘만일 내가 그 사람이라면 기다릴 필요 없이 힘으로라도 처녀성을 빼앗을 텐데’라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violate라는 단어를 연상했을 것이라고 프로이트는 본 것이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꿈’의 의미

아스클레피오스의 신탁소에서는 병자들이 신전 안에서 잠을 자며 신탁이 내려지기를 기다린다. 테베의 왕 라이오스는 신탁의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아들인 오이디푸스에게 죽음을 당한다. ‘내가 꿈에 보니 내 앞에 포도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에 세 가지가 있고 싹이 나서 꽃이 피고 포도송이가 익었고 내 손에 바로의 잔이 있기로 내가 포도를 따서 그 즙을 바로의 잔에 짜서 그 잔을 바로의 손에 드렸노라(창세기 40:9,10,11).’ ‘그 세 가지는 사흘이라 지금부터 사흘 안에 바로가 당신의 머리를 들고 당신의 전직을 회복하리니 당신이 이왕에 술 맡은 자가 되었을 때에 하던 것같이 바로의 잔을 그 손에 받들게 되리이다(창세기 40:13).’ 이것은 요셉이 애굽에 끌려간 후 감옥에 갇혀 있을 때 근심하는 관원장의 꿈을 듣고 그가 다시 복직될 것이란 사실을 해몽해준 내용이다. 고대는 꿈의 시대였다. 제사장의 꿈은 한 나라의 운명을 판가름하고, 시대의 변화를 예고하였다. 꿈은 운명의 고지자로서, 경고자로서, 신들의 사자로서 중요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꿈은 신화나 전설 시대의 그 힘을 잃고 한낱 의미 없는 환각 현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많은 의미 있는 단서들이 ‘개꿈’으로 치부되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거의 모든 꿈이 이론들은 프로이트로부터 시작되었으나, 그는 왕성했던 ‘꿈의 전성시대’를 아주 조금 재건한 데 지나지 않을 뿐 그가 꿈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아니다. 꿈이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발견하였을 뿐이다. 프로이트는 처음에는 환자들의 꿈 이야기를 그냥 지나쳐 버렸지만, 환자들이 가지고 오는 반복되는 꿈에 관해 차츰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왜 사람들은 자신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부모가 사망하거나 자신이 죽는 꿈을 꾸는 것일까?’ 그는 환자들을 통해 1,000가지 이상의 꿈을 수집하였고, 그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의미를 분석하였다. 그는 또한 자신의 꿈을 이용하여 무의식 세계에 관한 연구를 해나갔다.

그는 본래 자존심이 강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자기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분들을 공표한다는 사실에 대해 몹시 괴로워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는 브뤼케 교수로부터 자신의 신체를 잘라 내어 해부를 해야 한다는 엄한 명령을 받고 자신을 해부하는 꿈을 꾸었다. 자기를 해부하는 꿈을 꾸고 난 다음 프로이트는 자신의 사생활이 담긴 기록을 출판하기로 마음먹는다. 5년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준비한 기념비적인 저서《꿈의 해석》은 한 세기가 바뀌는 해인 1900년 1월 2일 발행되었다. 그 시대 사람들은 빅토리아 왕조풍의 엄격한 도덕관에 의하여 지배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책 속에서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시켰으며, 어느 누구도 입에 담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사실들을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자기 자신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이 책을 출간한 후 커다란 기대감 속에서 1년여를 기다렸으나 다음과 같은 서평이 고작이었다. ‘이 책은 이전에 정식으로 학문적인 훈련을 받았지만 현재는 그러한 능력을 모두 잃어버린 어느 의학도에 의해서 쓰여 진 것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발현몽(manifest dream)'과 그 밑에 깔려있는 의미의 ’잠재몽(latent dream)'으로 구별하였다. 발현몽이란 우리가 자고 일어난 후 생각나는 꿈 자체를 말한다. 젊은 여자의 사례에서는 ‘나는 테이블 중앙에 생일 축하의 꽃을 장식했어요. 꿈속에서 나는 마치 내 집에 있는 것 같았고 행복감을 느꼈어요’라는 부분이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이라면 기다릴 필요 없이 힘으로라도 처녀성을 빼앗을 텐데’라는 암시의 부분이 이 꿈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의미를 잠재몽이라고 한다. 원래 젊은 여자의 무의식적인 소망은 ‘처녀성 상실에 대한 바람’인데, 왜 실제 꿈에는 ‘생일 축하의 꽃을 장식’하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으로 나타날까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발현몽 만으로는 꿈을 만든 당사자도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꿈에 대해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봐도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여기서 프로이트가 생각했던 꿈의 목적을 살펴보자. 프로이트는 꿈의 목적을 ‘모든 꿈은 소원 충족, 즉 억압된 충동을 충족시킨다’라고 보았다. 무의식의 소원이나 충동은 항상 이것을 발산할 기회를 노리지만, 이것은 초자아라는 도덕성이 용납해 주지 않아 억눌려 있다가 꿈속에서 이것을 발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꿈속에서도 이것을 무조건 발산시킬 수는 없다. 만약 ‘처녀성 상실에 대한 바람’이라는 소원이나 충동을 그대로 꿈에 내보냈다가는, 그 내용의 부도덕성과 황당함 때문에 잠자는 이는 당장 자다가 깨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수면을 보호하기 위해 원래의 내용을 언뜻 보기에 관련 없는 이미지(사례에서는 테이블, 꽃 장식 등)로 바꿔 버린다는 것이다. 이는 꿈이 가진 변장술의 능력 때문에 꿈꾼 사람은 금지된 소원을 발산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소원의 진면목을 감춰 버릴 수 있음으로 해서 숙면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