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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살찌우는 도보여행 - 우포늪 생명길

  • 입력 2012.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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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이라기보다도
자연의 생명들이 주인이 되어야 할 지상의 領地의
우포늪은 깊은 고독에 풍요를 준비하고 있다.

드넓은 '우포늪의 회색빛 얼음장 저 멀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철새들
밤새 떨다 여명의 기운을 받으며 자태를 들어내는 앙상한 수양버들 고목들
그 복스런 수술마저도 바람에 부대끼어 날려간 갈대의 애처로움
회색빛얼음에 갇혀 할일을 잊어버린 주인을 잃은 작은 쪽배의 쓸쓸함
찬 겨울의 우포는 색깔과 풍성과 풍요가 사라진 그 모든 것들이
고독이라는 사색 속에서 새로운 풍요의 봄을 잉태하는 듯 느껴진다.



[3L]반쯤 열린 차창으로 느껴지는 찬 기운은 이른 새벽 우포늪을 찾은 내 마음을 시샘이라도 하듯 코끝은 짠하게 한다. 아직은 깊은 어둠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품으로 달려온 것처럼 가슴 설렘에 여명이 밝아오기를 기다리며 둑에 서서 바라보는 우포늪의 가슴은 너무나 크고 넓어 내 몸과 마음 안길 곳이 어디인지, 어디일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대대제방 둑방길에 올라서니 코끝을 쌩하게 스치며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옴에 마른 갈대의 부대낌 소리가 더욱더 을씨년스럽게 겨울임을 알린다. 꽁꽁 얼어버린 우포는 늪이라기보다 감정도 표정도 없는 무채의 회색빛 얼음세상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고니며, 청둥오리들이 이 추운 겨울에 뭐 하러 왔냐고 멀뚱멀뚱 무심의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메마른 갈대밭 사잇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끼륵끼륵 낮게 나는 철새와 조금은 싸늘한 바람결에 부대끼는 갈대의 몸부림들의 겨울 하모니를 느낄 수 있으며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흙의 촉감이 발끝을 살갑게 한다. 생태의 보고라고 1년 내내 볼거리가 있는 우포늪이라지만 겨울에는 고독한 우포늪과 고독을 달래주는 겨울철새 무리들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있고 찬바람이부는 겨울의 우포 둑방길을 걸을 땐 햇볕도 더없이 따뜻한 동반자처럼 느껴진다.

봄, 여름에는 왕 버드나무와 늪에서 자생하는 수생식물이 즐비한 초록의 우포와 여름에는 늪을 완전히 뒤덮은 가시연과 여름철새를 볼 수 있다고 안내판에 쓰여 있지만 지금은 그 왕 수양버들도, 수생식물의 흔적도 그 풍성하던 갈대숲도 고독이라는 느낌 속에 앙상하고, 메마르고, 그 모든 모습들이 쓸쓸함뿐이지만 그 고독에 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얻어진 시간에 마음이 풍요롭다.

높은데서 우포를 한눈에 더 넓게 내려다볼 수 있는 대대제방, 매 마른 브라운색의 갈대와 억새군락지위로 한가로이 나는 철새 한 마리의 외로운 군무가 운치를 구경삼아 여유롭게 걸어 사지포 제방에 올라서자 아직 먼 길을 떠나지 못한 겨울철새들이 한 무리 보인다. 떠나지 못해 겨울 내내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하는 이놈들은 꽁꽁 얼어붙은 우포에서 어찌 먹이를 찾아낼지 걱정스러워 애처로워 보인다.

주매마을에서 보이는 곳이 약70여만 평의 우포늪을 가장 넓게 볼 수 있는 곳 이라한다. 좌우로 어디를 둘러봐도 끝을 가늠할 수 없이 길게 뻗은 우포늪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정경은 나보다는 새들이, 사람들 보다는 자연의 생명들이 우선되어야 할 어쩌면 사람들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이라기보다도 어느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지상의 영지(領地)처럼 되어야함이 느껴진다.

우포늪을 가로지르는 길고긴 제방 둑은 박정희대통령시기에 농경지 개간을 위해 만들었다는 이 주매제방은 쪽지 벌에서 토평천 상류까지 이어지며 이 둑길을 걸어가는 긴 시간은 사색의 시간이기도 하다. 둑길위로 마른 잡초만 문명의 이기의 산물인 흔적인지 두 갈레로 끝도 없이 뻗어있다. 문득 어릴 적 동요인 오빠생각, 따오기 등 몇 곡을 휘 바람으로 불고 흥얼거리기도 하며 걷다보니 이리도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흐뭇한 추억들이 가슴을 따듯하게 하더니 길고 황량한 둑길을 동무삼아 고독의 기쁨으로 빠져들고 있다.

내겐 언제부턴가 혼자라는 고독이 고통이라기보다는 즐거움이었다.
[2L]혼자 있는 '즐거움'을 통해서 더 깊고 안락한 자유를 누리고 솔리튜드(solitude)기쁨으로 몰입되어가는 것에 나는 고독을 여러 형태로 즐긴다. 성녀 데레사 수녀는 “고독감은 가난 중에 가난이다”라고하고 말했지만 내겐 고독은 풍요와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다.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널려있음에도 그 어느 누구도 내 공허는 채워줄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이 공허감과 조우해서 채워가야 한다, 고독을 안고 채워가면서 살아가야한다는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의 말에 일찍이 공감했었다.

지금은 앙상한 가지와 생성의 기운이 없는 듯 회색과 마른 갈색만으로 동면하지만 이 드넓은 늪을 푸르른 생명의 늪으로 형성하기위해 나무들이나 풀포기들이 물과 빛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나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라면 나를 위한 고독과 사랑이 아닐까? 어렵사리 만들어진 시간만큼 내게 집중하면서 ‘고독을 즐기고 ‘홀로미학’을 터득하며 나를 바로보고 인정하고 격려하는 사랑의 힘을 키울 수 있다.

위대한 시인 워즈워스의 말처럼 고독을 반갑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것은 그 시간만큼은 일상에서 감추어진 내면의 자신을 만나 나를 더욱 사랑할 수 있는 기쁨 중에 큰 기쁨으로 이기도하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침범하고 상처를 내고 달아나는 일상의 반복되는 속세의 굴레에서 절절히 절어버린 내 영혼을 스스로 달래고 칭찬하며 우뚝 바로설 수 있는 용기의 에너지를 심어줄 수 있는 환희의 여행시간이 아닌가? 그 살맛나는 고독의 여행에서 가끔은 의욕과 상상과 창의가 샘솟기도 하며 그것은 나만의 것이기도 하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에서?태어날 때의 순수한 본성과는 다르게 성장과정을 지나고 세상 밖으로 나서면서부터 사람들의 마음들은 시들어 매 마르고 황폐해갈 때 고독은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휴식의 시간인가! 바쁜 일상의 수레바퀴 속에서 맴돌며 자칫 망각되어가는 내면의 세계를 조용히 살피는 데 고독만한 보너스가 또 어디 있겠는가?

소목마을에 들어서니 여기저기가 온통 붕어즙 판매 간판이 즐비하다,
[1L]우포늪에서 얼마나 많은 붕어들을 잡아대기에 온 동네가 붕어즙 생산 공장 같은 분위기다. 하늘에서 보면 소가 우포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형국을 하고 있다하여 우황산으로 이름 지어지고 소의 목에 해당된다하여 마을 이름을 소목이라 지어졌다 한다.

목포제방에 올라서니 탁 트인 시야가 가슴마저 맑게 만든다. 겨울의 추위라기보다 청량함에 더 기분이 상쾌해진다. 한쪽으로 연결된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사초군락지와 연결된 징검다리를 건넌다. 갈대와 억새가 뒤섞여 길조차 없을 만큼 울창한 자연 그대로의 갈대숲이다. 한때 경작지였다는 의문이들 정도로 완전한 자연 그대로의 초지였다. 자연의 복원력은 참으로 위대하고 신비롭고 경이로운 것이기도 하다. 작은 실개천 옆으로 줄지어 있는 아름드리 왕 버들은 비록 지금은 앙상한 가지의 고독한 모습으로 이 사초 군락지를 지켜주고 있지만 그 자태로 보아 봄이 오면 풍성한 모습으로 정취를 더욱 아름답게 꾸며줄 것이다.

한 가지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들은 산중턱에 무슨 생태박물관을 짓는지는 모르지만 우포늪의 자연환경에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생뚱맞게 짓고 있다는 것이 눈에 몹시 거슬린다. 이유야 있겠지만 왜 하필 그 자리에 환경의 보존보다는 파괴처럼 보이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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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가는 길

철도는 동대구역 또는 밀양역에서 시외버스 창녕행을 타고 약 도보 3분 거리인 영신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유어 또는 적교 방면 버스를 탄 후 회룡에서 하차 30분정도 걸으면 우포늪 입구에 도착한다. 승용차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이정표를 따라 약6km정도 거리이다.
1998년 3월 '람사협약 보존습지'(약70만평)로 지정된 우포늪은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 쪽지벌 등의 곳의 구역으로 이어져있고 가장 많이 알려진 우포 생명길 도보코스는 생태관주차장-대대제방-토평천 길(걷기 약 3㎞ 포함)-사지포 제방-주매제방-소목마을-목포제방-사초군락-우포늪 생태관 주차장의 8.4㎞정도로 여유 있게 잡아 3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30분, 1시간, 2시간, 3시간 등의 적절한 코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또한 자전거를 대여해 탐방해도 된다. 이 둘레길 외에도 소벌과 사지포 목포 늪을 아우르는 16.6㎞와 우포늪 4개 늪과 토평천, 우포늪 주변의 제방을 두르는 23.3㎞의 길이 있다.
둑길과 벌판으로 날씨관계를 잘 살펴 충분한 여벌옷과 간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