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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전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씨앗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봉사단장 최홍식 교수

  • 입력 1970.01.01 09: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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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세상에는 누군가 손을 내밀어 도와주지 않는다면 먹을 음식은커녕 깨끗한 물조차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겐 일상과 같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기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여기 사랑의 씨앗으로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최홍식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봉사단이 바로 그들이다.


 


“2009년 처음 케냐에 있는 코어(Korr)라는 지역으로 의료봉사를 갔을 때였습니다. 그곳은 먹을 음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봉사하러 가는 사람은 자신이 먹을 양식을 가지고 가야 했지요. 도착을 해서 일단 의료장비만 챙기고 나머지 짐은 움막에 놓고 진료를 하고 왔는데, 글쎄 고양이가 와서 빵을 다 먹어버렸어요. 어찌나 난감하던지… 그래도 다행히 그곳에 계시는 최인호 선교사님께서 어느 정도 양식을 나눠주셔서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곳은 미국과 유럽에서 보내주는 구호식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먹을 것은 물론 먹는 물도 턱없이 부족하죠. 상황이 그러니 의료시설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지구상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단 며칠도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십시오.”



내가 내민 작은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는 신념으로 해외 의료봉사를 통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의료봉사단장 최홍식 교수.


할아버지인 한글학의 큰 기둥인 외솔 최현배 선생님이 입버릇처럼 말한 ‘사람이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어야 사람이지!’라는 가르침에 따라 ‘받고도 베풀지 않으면 그것이 어찌 사람이겠는가!’라는 봉사 철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봉사는 산택이 아니라 운명과 같은 것이다.


아무리 천사의 말일지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울리는 징일 뿐이라며 봉사의 선봉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최홍식 교수를 MD 저널이 만났다.


 


코어에서의 혹독한 신고식, 그렇기에 보람은 더 커


 


[2R]2000년을 시작으로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봉사단이 단기 진료를 시작한 때는 지난 2000년, 초기에는 탈북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연변지역으로 갔다.


그곳에 있는 훈춘시 병원을 거점 병원으로 삼아 자매결연을 했다.


매년 추석 연휴에 맞춰 6일에서 7일씩 훈춘시를 중심으로 무의촌을 찾아 의료 봉사를 했다. 그


런데 문제가 생겼다.


의료봉사단에게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림픽을 개최하고 나서 마치 선진국에 대열에 오른 것 같은 착각에 빠진 중국이 외국의 지원을 멀리하려 한 것이다.


결국 의료봉사단은 다른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그 뒤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한차례씩 다녀왔다.


그런데 그 다음해에 아프리카 케냐의 코어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곳의 사정이 너무나 열악하니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봉사단이 꼭 와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몇 번의 회의 끝에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봉사단과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KFHI)가 함께 봉사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KFHI는 최홍식 교수가 이사를 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09년 6월 드디어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봉사단이 코어를 향해 비행기에 올랐다.


직항로가 없다보니 한국에서 두바이로, 거기서 다시 케냐로 비행기를 타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 아니다.


케냐에서 다시 경비행기로 세 시간여를 다시 가야 하니 이동하는 데만 거의 하루가 걸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코어에 도착, 하지만 그곳 주민 렌딜레 족의 실상을 보는 순간 모든 단원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갔던 봉사지역 가운데 최악의 여건이었다.


준 사막지역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물론 먹을 음식과 물론 마실 물조차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아프리카 고양이의 습격으로 최소한의 양식까지 습격을 당했으니 당시 단원들의 고생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 막상 현장에서 가보니 환자가 아닌 주민이 없었다. 짧은 며칠 사이에 1,500여명의 현지 주민을 치료하면서 지칠 대로 지친 단원들은 그렇게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최홍식 단장을 비롯한 모든 단원들은 ‘진정으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았다’는 생각에 보람은 몇 배가 되어 돌아왔다.


 


참혹한 현실 앞에서 눈물을 감춰야 했던 의료봉사단원들


 


2012년 6월, 올해도 어김없이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봉사단은 코어를 찾았다.


그런데 이들에게 아주 기쁜 일이 생겼다.


바로 대한항공 직항로가 생겨 이제 케냐까지 1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도 케냐에서 코어까지 가는 시간을 합치면 15시간이지만 단원들은 ‘그래도 그게 어디냐’며 좋아했다.
벌써 네 번째 오는 곳이지만 항상 코어에 도착을 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같은 코어의 렌딜레 족이라고 해도 나름 차이가 있다.


못사는 아이와 더 못사는 아이…


진료기지를 설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홉 살짜리 소녀가 찾아왔다.


더 못사는 아이에 속하는 이 여자 아이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세 살짜리 동생을 업고 5Km나 걸어서 이곳에 왔다고 한다.


동생이 갑자기 열이 나고 설사를 하더라며 급한 마음에 데리고 왔다고 한다.


남자아이는 약을 먹고 잠시 쉬면 금방 나을 수 있는 증세, 문제는 이 여자 아이였다. 언뜻 보기에도 함몰된 왼쪽 눈, 자세히 살펴보니 이미 안구가 터져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장비로는 치료가 불가능했다.


결국 간단한 처치만 해 주고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해마다 보면서도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 이 참혹한 현실에 최 교수와 단원들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리고 돌아서는 여자 아이를 보며 최 교수와 단원들은 약속을 했다.


이제 손쓸 수 없는 그 눈으로 다시 세상을 보게 할 수는 없지만 의안을 해서라도 앞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기죽고 살지는 않겠다고 말이다.


“이곳에 와서 가장 가슴이 아픈 일은 우리가 볼 수 있는 환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이곳까지는 경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의료 도구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큰 수술 장비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정말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우리가 의료봉사를 다녀온 다음 한국으로 초청을 해서 수술을 해 줍니다.”


 


등 하나 밝힐 수 있는 전기도, 마실 물 한 모금도 이곳에서는 기적이어라!


 


[3L]그런데 이번 의료봉사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아주 행복한 두 가지 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비록 적은 양이지만 드디어 전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몇몇 나라의 도움으로 태양과 바람을 이용한 자가 발전기를 마련했다.


간단한 초음파 기계를 돌리는 수준이지만 의료진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식수 문제 해결을 위해 우물을 파기로 한 것이다.
“이곳은 정말 물이 귀한 곳입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기독교 병원이라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모아둔 성금이 있습니다. 그 금액으로 코어에 우물을 파주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그곳에 우물은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되게 깊게 파야 합니다. 그래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우리는 정말 운이 좋게도 한 번에 수맥을 찾았지 뭡니까.”


우물을 파고 거기서 물이 솟아오르는 대목에서는 최홍식 교수는 마치 자신의 집에서 금맥이 나온 것처럼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겨우 등 하나 밝힐 전기도, 수십 미터를 파 내려가야 찾을 수 있는 조그만 물줄기도 그들에게는 기적이라는 사실을 최 교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에게는 사소하기만 했던 그 모든 것들이 이곳에서는 기적이 되고 생명줄이 된다.


 


간절한 소망과 수많은 사랑의 씨앗이 모여 이룬 결실


 


[4R]“성경에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저희를 위하여 이루게 하시리라’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의료봉사사업은 누구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봉사는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봉사단원들의 간절한 소망이 모이고, 그들을 후원하는 많은 사랑의 씨앗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은 교만한 마음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랑의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최홍식 교수는 말한다.
사실 그동안 해외의료봉사의 경우 9박 10일씩 현지에서 머물러야 하지만 경비의 대부분은 자신이 부담해야 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라도 사실 개인에게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10년 봄,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나눔의 꽃씨가 뿌려졌다. 희망자 급여의 1%를 기부하는 ‘1% 나눔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 운동은 2012년 10월까지 1,150여명의 직원이 참여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여기서 모인 기금은 불우환자치료비와 선교봉사활동비로 쓰인다.


케냐 코어 봉사에도 교수나 과장급 이상을 제외한 나머지 봉사단원은 항공료의 50%를 지원받았다.


또한 열흘 중 닷새는 개인 휴가가 아닌 공가로 처리하는 병원 측의 배려도 받을 수 있었다.


 


당신의 재능을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봉사단을 위해 사용해 주십시오!


 


[5L]이번 2012년 코어 의료에는 아주 특별한 단원이 함께 했다.


TV 드라마 ‘추노’에서 감각적인 영상미를 선사해 잘 알려진 바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겸 영화 프로듀서 최찬규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최 감독은 지난해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며 봉사를 결심했고, 외과 장항석 교수의 제안으로 해외 의료봉사에 동참했다.


어떤 험난한 기후 앞에서도 당당히 맞섰던 최 감독. 사납게 불어대는 사막의 모래바람은 참을 수 있었지만 코어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셔터를 누르지 못하기가 수차례였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이곳의 현실을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들로 지난 10월 19일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 본관 1층에서 ‘케냐 의료봉사 사진전’을 열었다.


그리고 사진전을 통한 수익금은 모두 다음 봉사를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의료봉사를 간다고 해서 의료 관계자들만 가는 것이 아닙니다. 가면 접수는 물론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며칠 동안의 식사를 맡아줄 봉사자도 필요합니다.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최 감독님처럼 자신의 재능을 이곳에 기부해 주십시오.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봉사단은 여러분 모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홍식 교수를 비롯한 모든 의료봉사단원은 가슴속에 사랑을 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사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베풀 준비가 되어 있다.


단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용기가 없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풍요로운 사람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의 씨앗을 세상을 향해 날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