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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르쳐주는 순응과 받아들임의 진리, 용추계곡

  • 입력 2012.09.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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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문을 열고 자연이 주는 파노라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인이 되는 것이다. 이 작은 노력만으로 스트레스와 이기주의에 물든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정화시키면서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때론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며 평온을 얻은 후 사회 속에서 계속 부딪치며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하고 충만한 자신의 삶을 위한 진정한 힐링이 아닐까? 치유란 온전한 생존을 위한 수단이니까!

연인산과 용추계곡

[1L] 마일리 국수당 출발점부터 비가내리기 시작된 빗방울이 제법 굵어져가고 있다. 짙은 회색빛 구름이 하늘을 덮은 것으로 보아 제법 많이 지속적으로 올성싶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트레킹을 포기하고 돌아가기란 그리 쉽지 않다. 오늘도 망설임 없이 출발이다. 내 스타일로는 오늘 같은 날이 맑게 게인 날 보다 비가 간간히 뿌리면 산의 정령들은 변화무쌍하게 파노라마를 연출해주기 때문이다. 몽환의 아스라한 세계를 보여주기도 하고 나무의 푸르른 초록의 잎들을 더욱 짙고 깨끗하고 싱그럽게 만들어주고 나뭇잎에 매어달린 투명한 물방울 속에 삼라만상을 담아주기도 한다. 비를 흠뻑 맞으며 경사가 심한 편안하고 심심한 임도길을 버리고 물줄기의 청아한 소리를 들으며 아기자기한 계곡길을 올라오느라 온통 땀과 비로 몸에 걸친 것이라곤 모두 흠뻑 젖어 있지만 물이 줄줄 흐르지만 잣나무 향기에 취해 걸을수록 몸이 개운한 듯하고 여유로운 흙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트레킹 초반임에도 호흡이 가빠지고 이미 땀으로 옷이 다 젖어버릴 정도로 사정 봐주지 않고 오르막이 갈수록 가파르다. 중간에 쉴 틈 없이 한손엔 우산, 한손엔 사진기를 들고 조망 하나 없는 빼곡한 숲을 올라 우정고개를 지나 정상에 다다르니 사방으로 뻥 뚫린 풍광의 파노라마에 힘든 줄도 모르게 젖어든다. 짙은 비구름 사이로 검은 웅장함으로 거칠게 솟은 명지산이 눈에 들어온다. 남쪽엔 연인산보다 높은 봉우리가 없어 시야가 훨씬 시원하게 트인다. 곡선을 이룬 산의 흘러내림이 굽이굽이 멀리까지 서로 겹쳐 있음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의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는 듯하다. 표지석은 독특하게 하트 모양인데,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적혀 있다. 아마도 연인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워놓았지만 의미와는 달리 슬픈 스토리텔링이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무명봉(1068.2m) 또는 무명산으로 불러왔고, 조선시대 문헌에는 산 위로 달이 떠오른다 하여 월출봉이라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산세에 비해 정상의 지형은 누드사진작가 거쳐 가는 곡선의 미를 연출한 듯 여체의 둔부 선처럼 완만하고 부드럽기도 하다.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명지산, 화학산과, 매봉이 비구름 저편에 아스라하게 보이는 멋진 풍과의 파노라마가 펼쳐져있다. 지금의 연인산 이름은 1999년 가평군에서 철쭉 축제 산행지로 지정을 하면서 등산객과 관광객들에게 산을 친근하게 알리기 위해 붙인 이름 덕에 맑고 깨끗한 용추계곡의 명성을 등에 업고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 2007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봄이면 이곳에 철쭉의 군락지로도 유명하고 매년 5월에 들꽃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연인산이라는 이름을 잘 지은 덕에 젊은 연인들이 찾기도 하면서 또 다른 별명이 ‘연인깨기산’이라고도 한단다. 이는 산행 출발점에서 해발고도 최소 700m 이상을 가파르게 올라가야 하는 1,000m급의 산으로 정상까지 최소 2~3시간 이상 걸리는 높은 산이다. 등산 경험이 적은 젊은 연인들이 이름에 끌려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너무 힘에 겨워 왜 이런 곳에 왔냐고 다툼을 벌이다가 연인 사이가 종종 깨진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고도 한다. 정상 아래쪽에 넓은 분지가 있고 무인산장과 샘이 있는데 이곳에 얽힌 슬픈 사랑 이야기가 있다. 먼 옛날 이곳에 숯을 굽는 청년과 참판 댁 여종이 서로 사랑을 하면서 결혼을 청한 청년에게 참판은 조 백석을 가져오면 결혼시켜주겠다 하여 청년은 연인산 정상아래 이 땅을 발견해 밭을 일궈 조 백석을 마련하고 승낙을 받으러 갔지만 참판은 청년을 역적의 아들로 모함하여 결국 청년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실의에 찬 청년은 아홉 마지기 밭에서 조 백석과 함께 불을 지르고 스스로 그 불에 뛰어들어 타 죽었다고 하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비바람이 심하여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우정고개로 하산한다, 우정고개로 이어진 우정능선은 연인산 특유의 휴식 같은 산줄기를 보여준다. 산불의 확산을 방지하기위해 능선의 나무를 베어내다 보니 오롯한 임도의 숲길이 만들어졌다. 잣 나무숲, 신갈나무들이 교차하며 그늘과 쉼터를 주고 잣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속에는 향기로우면서도 코와 마음을 정화하는 듯 향기로운 자연의 원초적인 숲 냄새에 머리가 한결 맑아진다. 신혼시절 내 아내가 샤워 후 풍겨주는 은은하고 풋풋한 향기로움과 같이 잣나무 숲의 숨결이 가슴으로 스며들고 있음이다. 갈색 솔잎 쌓인 흙길은 푹신해 디딜 때마다 편안함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2L][3R] 잣나무 숲 향기아래서 간단한 요기와 길고 깊은 숨쉬기를 통한 심신을 안정시키는 휴식을 취한 후 우정고개의 6갈랫길 중 용추계곡을 방향으로 길을 잡고 걷는다. 계곡을 따르는 임도길이 길게 이어진다. 산에서의 약 12㎞란 짧지 않은 거리지만 계곡에서만 맛볼 수 있는 원시적인 계곡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쁨과 이리저리 건너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폭포와 거센 물 흐름의 소용돌이, 그리고 잔잔한 평화로움은 계곡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진 풍광이 아닌가?

 용추계곡(龍墜溪谷)은 칼봉산(900m)에서 발원하여 옥녀봉을 감싸듯 흐르는 계곡으로 지형의 형상이 마치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와룡추라 불리는데, 약 24㎞에 걸쳐 와룡추, 무송암, 탁령뇌, 고실탄, 일사대, 추월담 ,권유연, 청풍협, 농완계의 9개의 절경지가 있어 옥계9곡 또는 용추9곡이라고도 불리 운다. 심산유곡의 풍경이 아름답고 층층이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맑은 물속의 동글동글한 바윗돌이 비치며 장대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작은 기암괴석사이로 때로는 장엄하고 웅장하게 때로는 부드럽고 유유하게 굽이쳐 흐르는 계곡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곰, 소, 미륵 용세수대야바위 등 기암들이 있는 하류의 용추폭포 계곡을 따라 6㎞ 정도에 위치한 높이 5m의 용추폭포는 용이 승천했다는 곳으로 폭포 옆 바위에 깊게 파인 자국은 용이 누워있던 자리라는 전설이 있다,

 자연의 소리- 빗방울이 잎에 떨어지는 후드득 소리, 힘차게 바위사이를 굽이쳐 내리는 물소리,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들로 협연을 하는듯한 즐거움과 거센 물결 속 에서도 바위에 붙어 짙은 초록빛의 싱싱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이름 모를 풀들의 강인함을 보면서 계곡을 따라 하산한다. 처음엔 계곡을 건널 때 안 빠지려고 안간힘을 쓰며 이리저리 아슬아슬하게 용수철처럼 돌들을 통통 건너뛰면서 잘도 견뎌왔지만 자연을 거스르려는 인간의 한계일까!?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몸을 담그지 않고는 건너갈 수가 없는 상황에 다다른다. 바로 전까지 20여명의 일행 중 4명만이 용케도 계곡을 잘 건너왔다, 그중 한명이 한다는 말, 아래로 내려갈수록 돌다리가 잘 정돈 되어있을 테니 우린 발 안 담그고 하산할 수 있겠죠? 안심, 걱정, 자랑이 혼합된 묘한 질문을 물어온다,

 아마 우리도 곧 담가야 할 걸! 왜냐면 저렇게 무서운 기세로 하늘에서 내려주는데 우리 작은 미물이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거부하지 말고 이쯤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게 어떨까? 아래로 내려갈수록 물은 점점 더 많아지거든.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그 일행에게 이 말을 한지가 불과 몇 분도 채 안되었는데 도저히 몸을 담그지 않고는 건널 수 없는 길목에 도착한 일행이 난감해 한다. 

하하하~ 자 이젠 우리도 자연에 순응하자고……. 첨벙첨벙 낮은 곳을 살피며 건넌다. 순응한다는 것, 받아들인다는 것이 이리도 평온한 것을 왜 빨리 깨우치지 못하는 걸까?!

손에 사진기 들고 우산 들고 둥글고 뾰족한, 물을 흠뻑 먹어 미끄러울 줄도 모르는 그 돌들을 위험천만하게 건너뛰며 노심초사 바동대며 유유하고 편안히도 시원하고 안전하게 몸을 적셔가며 잘 건너온 일행들에게 무슨 큰일이라도 한 듯 혼자만 느끼는 낮 간지러운 우월감까지……. 어때요? 담그니까 편안하지요? 앞으로의 걱정도 두려움도 사라지지요?

근데 물먹은 신발이 무거워요~ 그 대신 시원하잖아?

그건 이제까지 자연을 거부하려고 흑심품은 죄 값이라 생각해!

조금 걷다보면 점점 더 가벼워지는 것은 죄 값이 감해지는 것이고……. 하하하하~

[4L]하류의 평탄한 길을 걸으며 대화중 힐링이란 단어가 자주 들린다. 어느새 웰빙은 저리가고 요즘 힐링(healing)이 대세라는 말을 많이 한다. 알고 보면 힐링이란 뭐 별것도 아니다. 자투리 시간을 쥐어짜서 가까운 뒷동산이라도 다녀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들을 주기적으로 가져보는 것이 힐링이 아닐까? 마음만 먹으면 가까운 곳 어디에나 자연의 품이 기다리고 있다, 마음의 문을 열고 자연이 주는 파노라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인이 되는 것이다. 이 작은 노력만으로 스트레스와 이기주의에 물든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정화시키면서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때론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며 평온을 얻은 후 사회 속에서 계속 부딪치며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하고 충만한 자신의 삶을 위한 진정한 힐링이 아닐까? 치유란 온전한 생존을 위한 수단이니까!

상류에서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용추계곡의 속살인 절경들을 보며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 심산유곡의 오지에 와있는 느낌이 저절로 스며들기도 했다. 하류에서의 평탄하고 긴 포장된 길을 걸어 지루함을 느낄 때 쯤 계곡 옆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방갈로와 펜션이 즐비하게 자리 잡고 주말이어서인지 피서객들의 왁자지껄한 모습들과 사람이 있는 곳(?)엔 언제나 함께하는 곳곳에 쓰레기봉지들이 여기 저기 뒹군 것들이 용추계곡의 맑은 물로 깨끗하게 정화되었던 몸과 마음이 조금 씩 조금씩 더렵혀지기 시작되는 듯하다.

연인산과 용추계곡대부분의 코스가 흙이 많아 위험한 곳은 없지만 산세가 복잡해 산행에 주의해야 한다. 비교적 연인산은 대부분의 산행출발점이 버스정류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우정고개(연인산 왕복 약 5km)에서 용추고개 공영주차장까지는 10.2㎞에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용추계곡으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기를 수차례 반복하므로 우천 시는 즉시 빠르게 하산해야하며 미끄럼에 주의해야한다. 특히 연인산은 트레킹 코스가 어떤 코스로 잡아도 긴 편이라 체력과 시간의 안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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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 국수당~우정(전피고개)~임도길(계곡길)~연인산정상~잣 나무숲~ 전폐골~ 얼음소~용담~용추계곡주차장

가평버스터미널에서 백둔리(1일 6회06:20~19:30, 연인산 입구 30분소요)행 버스승차. 연인교 건너 임도를 따라 직진해 3㎞를 오르면 소망능선 입구인 러브랜드 공원에 이른다. 용추계곡 주차장에서 가평터미널버스는 1일 8회(07:10~20:30) 운행. 가평버스터미널(031-582-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