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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낙엽송 빗속에서 희망과 기쁨을 만나다!

  • 입력 2012.12.07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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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몇 잎 남은 단풍들과 낙엽송의 가녀린 잎들이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에 속절없이 몸을 떨군 낙엽송 잎들이 쌓여 황금색 양탄자를 펼쳐놓은 오솔길 위를 걷고 있는 내가 진정 행복한 순간의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1L]주말의 일기 예보가 심상치 않다. 어쩌면 가을의 끝자락을 알려주는 비일 듯싶다.

마음 한구석에 뭔가 허전함이 남아있는 것은 가을이 다가오면서 내 의도와는 달리 불현듯 벌어지는 일들에 몸과 마음이 묶여버린 탓 일게다. 아마도 가을이 가기 전에 이 허전함을 채워주지 않으면 쌀쌀한 겨울 만큼이나 내 맘도 추위를 탈것 같다. 젊은 시절 사랑인지 뭔지도 알기 전에 수술실로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이라 작별인사도 못하고 졸지에 군 입대로 얼렁뚱땅 헤어져 다시 볼 수 없게 된 추억이 오랜 시간동안 나를 안타깝게 한 것처럼........ 서둘러 일들을 정리하고 홀연히 떠나려는 가을을 마음에 가득 담아두려는 이별여행(?)을 떠난다.

가끔 불현 듯 마음이 동하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일탈행동으로 옮겨지는 나의 작은 병적인(?) 습관성이 어쩌면 나를 바로 서게 하는 향수 같은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행동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주어진 틀 속에 대한 부정적인 저항의 일탈이 아니라 또 다른 생각과 시각, 그리고 신선한 에너지를 얻어가려는 긍정정인 일탈이라 자위한다. 고속도로를 진입하고 아무생각 없이 두어 시간 내달리다보니 벌써 새말을 지나고 있다.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은 습관적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항상 강원도 산골 오지를 아무생각 없이 달려가는 것은 스스로 원하는 긍정의 요소 들이 내 마음 어디엔가 자리하고 있음이라.

멋진 유화그림 인 듯 푸른 소나무와 황금빛 낙엽송 숲의 조화로움이 마음을 잡는다.

새말IC를 벗어나 횡성에서 주천강을 따라 구불구불 한적한 길을 달린다. 돌아서는 길목마다 풍성했던 잎들을 다 떨군 앙상한 가지의 고목들이 검은 모습으로 비를 맞고 서있다,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와 계곡과 계곡사이를 구비 구비 흐르는 주천강이 아스라한 안개의 캠퍼스에 그려내는 색다른 정취들은 마지막 가을 여행을 차분한 기쁨으로 더욱 나를 충족시킨다. 이름 없는 이곳저곳 산자락에 멋진 유화를 그려놓은 듯 푸른 소나무와 노란 낙엽송의 조화로움이 눈길과 마음을 잡아둔다. 건너편 산자락에 낙엽송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발견하고 이내 마음이 끌려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봄 이련가?! 날씨도 꿀꿀하고 마음도 심난하여 불현 듯 지척의 검단산을 찾았을 때 답답한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하듯 품어주던 시원하게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낙엽송, 신선하고 청아한 상큼한 향기와 주변의 나무들과 다툼도 없이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높고 푸른 하늘만 바라보며 곧게 살아가는 낙엽송을 안고 하늘을 향해 올려다보니 속잎 트는 봄날 물오른 가지에 피어난 연초록의 가녀린 푸른 잎과 향긋함이 마치 나를 치유하는 듯 마음깊이 청량감을 주었던 낙엽송과의 첫 만남 기억이 새롭다.

멀리서 보이던 오솔길 입구에 다다르니 때맞추어 내리던 비도 그친다. 아~ 눈앞에 펼쳐진 이 멋진 광경에 감탄한다. 인적이 없는 아주 작은 오솔길에 황금낙엽송의 가녀린 잎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형형색색의 몇 잎 남은 단풍들은 꽃 장식을 하듯 이곳저곳에서 가을비를 머금고 더욱 선명한 가을의 색을 발한다. 간간히 불어오는 작은 바람에도 낙엽송의 가녀린 잎들이 속절없이 몸을 떨구어 만들어놓은 황금색 양탄자의 오솔길을 걷고 있는 내가 진정 행복한 순간의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오늘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내일의 행복도 찾을 수 없다는 말, 한순간 한순간이 행복이며 행복하게 살아야하고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을 함으로서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것에 공감되어지는 순간이다.

자연의 품에서 마음으로 나누는 교감처럼 사람과 사람이 정으로 나누는 교감에서도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결코 아니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자연의 품에 안기는 행복한 시간들을 더욱 집착하며 행복의 척도로 삼는 것이 아닐까?

[2L][3L]우연히 가는 계절처럼 느껴지는 것이 가을인가?

봄, 여름의 보여 지고 솟아나고 활력을 찾고 생동하는 계절을 보내며 그 화려하게 피었던 추억의 시간들이 오늘의 이 가을비를 시작으로 서서히 묻혀 버릴 것 같은 계절이 가을인가? 탄생과 생동의 계절인 봄과 여름을 보내며 호사로움을 누렸으니 마지막 피날레도 휘황찬란한 금빛 낙엽으로 춤을 추려는 것인가? 마치 올해의 자연이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듯 바람에 날린 낙엽송 잎들이 나를 향해 떨어진다. 가을비속에 안간힘을 쓰고 붙어있던 낙엽들이 허공 속에서 춤추다 제 생명을 다하고 내려앉는 대지는 그야말로 자신들이 추운 한겨울동안 잠들어야 할 보금자리인 모양처럼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간간히 불어오는 세찬바람이 가지를 흔들면 쏟아지는 황금낙엽송 비를 맞으며 걷는 그 아름다운 광경들이 나 혼자만을 위한 사랑의 세레나데처럼 희망과 기쁨을 샘솟게 한다.

이름 없는 산자락의 낙엽송 가득 쌓인 오솔길에서 가을을 떠나보내는 이별여행이기도 하지만 안타깝고 아쉬움보다 기쁨과 행복감이 더 큰 것을 누가 알려나…

비가 내리다가 잠시 햇살을 받는 낙엽송이 너무도 예쁘기만 하다. 아주 작은 물방울이 맺혀 반짝 빛나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맑고 순수함처럼… 가을비에 흠뻑 젖은 낙엽송 이파리들은 황금빛을 더욱 진하게 발하며 오솔길 가득히 눈처럼 내렸다.

어느 산사의 스님이 트위터에 올린 짤막한 위트 넘치는 말씀이 생각난다. 온산에 낙엽송이 누렇게 황금물이 들어 장관을 이루고 절간 뒤의 낙엽송도 쉼 없이 뾰족뾰족한 황금 이파리 들을 절 마당에 뿌린다. 덕분에 우리 절 마당은 금싸라기 땅이 되어버렸다고 한 것처럼 나는 지금 금싸라기 오솔길을 홀로 걷는 호사의 영광을 누리며 이 가을과 이별 데이트를 하고 있다.

황금 양탄자의 호사에 마음을 두고 걷다보니 신발이 어느새 촉촉이 젖어있고 비구름과 햇살이 간간히 교차하며 그려주던 멋스러움도 이젠 끝맺으려나보다. 쌀쌀해지는 바람, 아마도 가을을 내치려는 긴 비가 내릴 듯 하늘이 어두워진다.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마음을 나눴던 낙엽송 오솔길을 뒤로하고 내려온다. 이 오래도록 흐뭇한 마음이 또 언제 있었던가.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자신에게 수없이 가슴에 쌓여지는 상처들을 이 싱그러운 숲속만큼 나를 보듬어주고 위로하며 치유하고 감동과 희망을 주며 행복의 지혜를 알려주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싶다. 치악산 자락의 부곡저수지에 비치는 황금빛 낙엽송의 물그림자와 작은 빗방울들이 떨어지며 동그란 파문을 일으키는 정경들이 돌아가려는 마음을 다시 잡아두려 하지만 굵어지는 빗방울에 우산을 받쳐 들고 낙엽송의 한 모습이라도 놓치지 않고 가슴에 더 담는 정성으로 대신하며 가을 이별여행의 흡족함으로 가볍게 발걸음을 돌린다. <글, 사진 任容宰>

[4L]가을이 되면 노랗게 낙엽이 되어 떨어지므로 ‘잎을 간다’하여

글자 그대로 잎갈나무 또는 낙엽송이라고 부른다.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침엽수는 사시사철 푸르다 하여 상록수라 하지만 같은 침엽수인 낙엽송(落葉松)만은 가을이 되면 노랗게 낙엽이 되어 떨어지므로 '잎을 간다하여 글자 그대로 잎갈나무 또는 낙엽송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재래종은 비교적 추운 곳에서 잘 자생하기에 백두산지역과 금강산에 군락지가 있으며 남한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낙엽송들은 1904년부터 우리나라에 산림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종자를 가져와 보급되기 시작했고 초기에는 신작로의 가로수로 심어지다가 성장속도가 워낙 빠른 속성수이고 수형이 화려해 산림녹화사업으로 인공조림 되어 우리나라의 헐벗은 산을 단숨에 덮어버렸다, 특히 강원도에 낙엽송이 많이 분포되어있는 것은 옛날의 화전민들의 삶의 터전과 연관되기도 한다. 헐벗은 산림녹화사업을 시작하면서 화전(火田)을 금지시킨 후 그 터에 속성수인 낙엽송을 식재하였다. 낙엽송은 병충해에도 벌래나 청이 먹질 않으며 소나무보다 곧게 자라고 단단해서 내구성이 높아 경제성이 높고 또한 색상이 고급스러워 비교적 활용도가 높은 수종으로 특히 물속에서의 내구성이 강하여 방풍·방설수로 많이 쓰이며 목재는 침목·건축·펄프 등의 다양한 원료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