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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and The Best’ 사명 반드시

세브란스병원 정남식 병원장 interview

  • 입력 2013.02.25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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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 갈라디아서 6장 9절
“세브란스 씨에게 감동과 감화로 거액의 선교기부금을 희사하게 한 에비슨 박사는 갈라디아서 6장 9절의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합니다. 그동안 세브란스병원은 여러 번의 어려운 고비를 맞았지만 낙심하지 않고 세브란스병원의 기본이념인 ‘Comity and Unity(배려와 일치화합)’으로 서로 배려와 이해로 서로 도움으로써 일치화합을 이뤄 발전해 왔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세브란스병원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큰 선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한 번 험난한 길을 가야 할 때입니다. 때가 이르기까지 모든 세브란스인은 어떤 어려움이 와도 낙심하지 않고 ‘The First and The Best’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128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의 병원 세브란스의 제31대 병원장 정남식 원장, 그는 앞으로 세브란스인이 이뤄야 할 사명은 바로 ‘The Best and The Best’라고 말한다. 물론 포괄수가제나 비급여수가 인하, 선택 진료비 감소, 물가 인상 등 수많은 난관이 눈앞에 펼쳐져 있지만 정남식 원장은 세브란스인의 현명한 지혜와 협동, 그리고 인내심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2014년 에비슨의생명연구소 개소와 암병원 개원을 터닝 포인트로 4차 병원으로의 도약과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기 노력하고 있는 정남식 원장을 만났다.

 정 원장이 취임한 지 7개월이 지났다. 그간의 소회와 주력했던 활동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취임 후 7개월이 지났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시간이 빨리 간 것 같습니다. 저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 평가

는 주위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직후에는 병원의 여러 분야를 파악하고 병원 운영에 헌신할 새로운 스태프를 구성하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교직원 여러분들에게 신임 인사도 한 달 후에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가 평교수일 때 이러이러한 부분에 더욱 신경을 써 줬으면 하는 부분을 보완하고 고쳐졌으면 하는 것들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이 핵심으로 여기는 가치는 어떤 것인가.
저희 병원의 가장 첫 번째 중요한 핵심 가치는 바로 ‘환자와 그 가족’입니다. ‘환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그 가족’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합니다. 환자는 혼자 병원을 오지 않습니다. 환자가 아프면 가족도 아픕니다. 환자는 물론 그 가족을 마음을 이해하고 아픔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환자와 그 가족을 고객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이 아니며,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분들입니다. 두 번째 핵심 가치는 ‘연구’입니다. 늘 새로운 치료법과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연구는 대학의 핵심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을 말할 때 연구중심병원이라는 말을 씁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대학에서는 연구를 중심으로 해야 합니다. 세브란스병원은 대학병원이므로 환자와 연구 모두를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침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세 번째 핵심 가치는 교육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현대의학을 도입하고 의학교육을 실시해 의사를 양성한 곳입니다. 앞으로도 미래의 의학을 이끌어나갈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014년 개원을 앞둔 에비슨의생명연구소와 암병원이 세브란스병원에 부여하는 의미는…
에비슨센터와 암병원은 세브란스병원이 4차 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디딤판이 될 것이며, 아울러 미래 100년의 발전을 선도할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에비슨의생명연구소는 100년 전 불모의 땅 한국에서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돌보며 인재 양성에 평생을 바친 에비슨 박사의 뜻을 기려 연구를 하고자 하는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암병원은 환자별 맞춤치료에 다학제적 진료 시스템에 맞춰 전인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한 기존의 암 치료는 물론 난치병 치료와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기존과는 다른 암 병원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입니다.

 정 원장이 말하는 ‘The First and The Best’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첫 번째로 신뢰와 실력을 겸비한 의료진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와 그 가족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함께 이뤄나가야 합니다. 암환자의 경우 그 가족은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최신 장비와 시설은 조건이 아니라 기본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취임 이전부터 ‘소통을 통한 화합’을 강조해왔는데, 어떤 의미인가.
소통을 하려면 상대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통에는 반드시 배려가 필요합니다. 배려와 이해가 하나로 묶일 때 비로소 소통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소통이 가능할 때 공감이 생기고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소통은 모든 관계에서 필요합니다. 직원 간에도, 원내 상하 간에도, 환자와 의료진 간에도 필요합니다. 소통을 통해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열릴 때 화합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은 128년을 이어온 국내 최대 병원 가운데 하나다. 그 저력은 무엇인가.
세브란스병원 128년의 저력을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주인의식’입니다. 병원을 위해, 그리고 환자를 위해 모든 의료진을 포함한 교직원이 헌신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거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윤을 창출해야하는 기업과는 달리 환자를 치료하고, 의사를 양성하고, 사회에 봉사하며, 기독교 정신을 전파해야 하는 확실한 사명이 있습니다. 사명감을 가진 주인으로 헌신하는 세브란스인의 자세는 128년을 이어온 전통입니다.

 정 원장의 의료철학과 경영철학을 듣고 싶다.
의사가 되고나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왜 내가 의사가 되었는가’, 그리고 ‘의사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아픈 사람 고쳐주고, 죽어가는 사람 살리는 것이 의사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치료해야 합니다. 물론 너무 바쁘다보면 그러기 힘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의료철학은 ‘환자와 가족이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경영철학은 ‘The Best’를 핵심으로 한 5C입니다. 먼저 대학병원으로써 가장 기본적인 ‘The Best Care(최선의 치료)’를 비롯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The Best Cordiality(최선의 친절)’, 실력과 능력을 갖춘 ‘The Best Competence(최선의 역량)’, 환자와 그 가족에게 믿음을 주는 ‘The Best Credit(최선의 신뢰)’,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스스로 가지는 ‘The Best Companion(최선의 동료의식)’입니다.

 정 원장이 바라는 세브란스병원의 모습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치료받고 싶은 병원, 내 몸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최고의 병원에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간다는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드리는 것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은 국가가 지원하는 곳도, 어느 특정 재벌이 지원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곳은 봉사와 헌신이라는 일에 미쳐서 모인 집단입니다. 우리는 세브란스병원의 기본이념인 ‘Comity and Unity(배려와 일치화합)’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 목표가 100년을 넘어 200년, 그리고 그 이상 언제까지라도 이어지기를 바라며, 더 높은 가치를 꿈꾸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2, 제3의 정남식 원장이 되고자 하는 많은 후학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의대생들은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머리를 가진 우수한 두뇌집단입니다. 이들은 모두 매우 높은 IQ를 가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세 가지 있습니다. 그 세 가지는 EQ(emotional quotient), NQ(network quotient), WQ(wisdom quotient)입니다.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의학이 아닌 여러 방면에 교분을 쌓아야 합니다. 그리고 풍부한 지식만큼 지혜로운 의사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