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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의 정신건강이 위험하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설립

  • 입력 2013.03.15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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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정신건강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생산성은 업무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분위기의 개선을 통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자료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건강관리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하며,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하고, 삶의 편의를 위한 도구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 소득은 2만2,720달러로 세계 경제순위 15위의 대국으로 발전을 했다. 국가의 경제가 발전을 하면서 과연 우리의 삶도 나아졌을까. 점심 식사는 즐기기보다는 때우기 급급하고, 퇴근 시간은커녕 주말조차 고스란히 반납해 이제는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또 아무런 보상 없이 휴가를 반납해야 하는 경우도 44.3%에 달했다. 실적이나 승진에 대한 부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직장 내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일의 능률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근무시간은 OECD 평균인 1,750시간보다 훨씬 웃도는 2,193시간이지만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 17개국 평균보다 49.3%나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제 더 이상 불안, 우울, 불면, 중독 및 자살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직장 및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강북삼성병원에서는 건강의학본부 산하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소장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를 새롭게 설립했다.

 

건강에 1달러 투자하면 의료비 2.6달러 경감, 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정신건강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업무시간은 길지만 생산성은 낮으며, 업무 만족도는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닙니다. 수직적인 의사소통과 군대식 회식문화, 그리고 개인생활이 전혀 존중받지 못하는 조직 환경에서 서서히 쌓여 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이제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 고쳐나가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 정신건강에 문제를 느낀다고 하더라도 회사일로 인해 치료를 받는 것은 힘든 것이 지금 직장인의 현실, 결국 개인보다도 기업이 앞장서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책임연구위원 하주원 전문의는 강조한다.
해외 여러 선진국에서는 근로자의 정신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우리보다 한발 앞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주로 고위험 근무자를 대상으로 80시간 초과 근무자는 자신의 증상 호소에 관계없이 정신건강 상담을 받도록 되어 있다. 미국 포드社는 정신건강 전문가와 점심식사를 통해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으며, 구글은 야근을 할 경우 무료 셔틀버스와 뷔페식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또 권위적 문화도 없애서 추첨식으로 주차장을 배정한다. 구글코리아에서는 사장이 주차장 추첨에 떨어져 택시로 출퇴근 하는 일도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미래전략실은 전 직원 명상에 대한 TFT를 구성했고, 삼성 에버랜드는 비정규직 및 계약직을 포함한 전 직원 정신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또 KBS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개설해 사내에서 손쉽게 상담 받을 수 있으며, 롯데백화점은 32개 전 지점에 힐링센터를 개설했다.
그 외에도 한화케미칼의 힐링워크숍, LG하우시스의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등이 있으나 사실상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어 있을 뿐 대부분 매우 열악한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하 전문의는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의 투자가 필요한데, 기업은 영리를 위한 조직체이기 때문에 이것이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기업에서 투자할 리가 없습니다. 존슨앤존슨에서는 직원들의 건강에 1달러를 투자할 경우 2.6달러의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조직의 결집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관계의 개선은 고용을 유지하고 직장에 대한 수용을 완화하는 여러 가지 좋은 결과를 낳습니다”라며 이제 기업에서도 일터의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위험군 관리와 행복한 사업장 만들기로 기업정신건강 관리할 것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2011년 국내 최초로 ‘마음건강클리닉’을 통해 정신건강검진을 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정신건강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 밖에서 현재 삼성전자 사업장에 파견되어 직장인 스트레스 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사 등의 인력을 통해 다양한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향후 정신건강 프로그램이 필요한 모든 기업과 회사에도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어 하주원 전문의는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기업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고위험군 관리’와 ‘행복한 사업장 만들기’ 프로그램의 병행을 표방하고 있다고 말한다.
고위험군의 관리는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는 반면, 일부를 위한 것이며, 행복한 사업장 만들기는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 성과를 내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두 가지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함으로써 스트레스 관리, 생활 습관조절 등을 통한 1차 예방, 질병의 발견 및 조기 치료를 목표로 하는 2차 예방, 그리고 발병균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를 하는 3차 예방 모두를 시행한다.
고위험군 관리는 집단적 접근과 개별접근, 그리고 Hot-line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행복한 사업장은 ‘자랑스러운 나, 신나는 일 터, 행복한 가정’을 모토로 진행된다.
하주원 전문의는 “사람을 소중히 하고, 그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기업의 책임입니다. 개인의 문제라고 해서 단순히 개인에게 해결을 맡기지 말기를 바랍니다. 정신과를 찾아오는 사람은 최소한 자신의 정신건강에 이상을 느끼고 치료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악화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도와주고자 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희 ‘기업정신건강연구소’역시 기업정신건강관리가 생산성, 직무만족도 그리고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에서 조명할 것입니다”라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