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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잎 클로버

  • 입력 2013.03.07 13:36
  • 기자명 왕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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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에게
행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 담은 노래
아나운서 출신가수 이규항 씨 1968년 취입, 히트
‘프러포즈 송’으로 작사가 하중희 씨 권유가 계기

네잎 클로버 찾으려고
꽃 수풀 잔디에서
해 가는 줄 몰랐네
당신에게 드리고픈
네잎 클로버 사랑의 선물
희망의 푸른 꿈
당신의 행운을
당신의 충성을
바치려고 하는 맘
네잎 클로버 찾으려고
헤매는 마음 네잎 클로버

이인선 작사, 김영종 작곡의 ‘네잎 클로버’는 멜로디가 참 부드럽다. 4분의 4박자 스윙 곡으로 살랑살랑 춤을 추는 느낌이 든다. 한 때 ‘프러포즈 송’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노래는 중후한 목소리로 이름을 날린 아나운서 출신가수 이규항 씨(74)가 1968년 취입했다.
1961년 KBS에 입사, 37년간 아나운서로 일하다 정년퇴직한 이 씨가 전성기 때 독집음반으로 내놔 인기를 얻은 가요다. 그가 가수가 된 건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1960년대 중반 ‘아나운서 온 퍼레이드’란 아나운서 장기자랑무대에 서면서부터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펫분의 ‘I’ll Be Home’을 멋지게 부르자 주위 사람들이 ‘음반을 내어도 되겠다’고 부추긴 게 계기가 됐다. 결국 방송스크립터이자 작사가였던 하중희 씨 권유로 ‘네잎 클로버’를 취입, 크게 히트했다. 그는 1969년 문화공보부가 주관했던 무궁화대상 남자신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아나운서란 신분의 바쁜 일정으로 무대에 서긴 힘들었다. 인기보다 많은 노래를 취입할 수 없었던 것. ‘반쪽 가수’였지만 그는 소월 시에 서영은 씨가 곡을 붙인 ‘가는 길’, ‘나비 바람’, ‘하늘인가 땅인가’, ‘꿈의 그림자’ 등 명곡들을 취입했다. 

아들 이상협 씨도 KBS 아나운서
‘가수 이규항’은 중·장년층들에게 라디오시대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의 스타급 아나운서였다. 1960∼70년대 최고인기였던 고교야구 붐과 더불어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했다. 야구·유도·씨름 중계방송과 시낭송을 잘 한다. 그는 ‘우리나라 2대 아나운서’ 탄생의 주인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2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상협 씨가 그의 장남으로 ‘부전자전’의 길을 걷고 있다.
이씨는 1939년 3월 13일 서울 연지동에서 부친 이세영 씨와 모친 김복순 씨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나 서울 중앙중·고,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그는 유명 스포츠캐스터답게 중앙고 시절부터 대학 때까지 유도를 한 스포츠맨으로 대한유도회 공인 6단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땐 내성적으로 말이 없었고 표현력까지 부족했다. 그가 아나운서 꿈을 꾸게 된 건 중학생시절 라디오 인기프로그램 ‘스무고개’ 사회자 장기범 아나운서 말씨에 반해서였다. 이 씨는 스포츠캐스터로 명성을 날리면서 지금도 국내 최고령 야구캐스터로 가끔 마이크 앞에 앉는다. 또 대학과 사설아카데미의 방송언어강사로도 활동하며, ‘언어운사(言語運士)’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천주교신자의 불교이야기인 <김 군에게 들려준 0의 행복>과 <미국 야구>, <표준한국어발음사전>, <아나운서로 가는 길> 등의 책도 냈다.

나폴레옹 일화에서 비롯된 ‘행운’의 상징
노래 제목에 나오는 클로버(clover)는 우리들에게 토끼풀로 친숙하다. 유럽, 북아프리카, 서아시아 원산의 콩과식물이다. 여러해살이풀로 줄기는 땅위를 긴다. 마디에선 긴 잎자루를 가진 잎이 뻗어 나온다. 3개의 작은 잎으로 이뤄져 있고 더러 4~5개, 7~8개를 가진 것도 있다. 잎은 손 모양이다. 가운데에 V자 모양의 흰 무늬도 있다. 봄이 되면 잎겨드랑이에서 잎자루보다 더 긴 꽃자루가 나오고 그 위에 많은 나비 모양의 흰 꽃들이 공 모양을 하면서 핀다. 소, 양, 토끼의 먹이가 되며 거름으로도 쓰인다. 토끼풀은 식물에 필요한 질소를 공급, 땅을 기름지게 한다. 뿌리에 붙어 사는 뿌리혹박테리아는 식물생장을 돕는다.
특히 네잎 클로버엔 재미난 얘기들이 많다. ‘행운’하면 떠오르는 게 네잎 클로버다. 이는 프랑스 나폴레옹에 얽힌 일화에서 비롯된다. 나폴레옹이 말 위에서 전쟁을 지휘하던 중 말굽 옆의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고개를 숙여 잡으려는 순간 머리 위로 총알이 날아와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유럽 전설에 따르면 네잎 클로버의 첫 번째 잎은 희망, 두 번째 잎은 믿음, 세 번째 잎은 사랑을 뜻한다. 물론 네 번째 잎은 행운이다. 네잎 클로버는 통계적으로 2만개의 세잎 클로버 중 1개가 섞여 있을 만큼 귀하다. 쉽게 얻을 수 없어 ‘행운’이란 꽃말이 붙었다. 네잎 클로버는 세잎 클로버의 기형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네잎 클로버 선물 받고 당선
몇 년 전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김중현 2차관은 양복안주머니에 네잎 클로버를 넣어 다녔다. 과학기술분야정책을 총괄하는 김 차관은 2010년 4월 초 나로호 2차 발사준비상황을 점검키 위해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았을 때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에게 네잎 클로버 80여개를 선물했다. 이 원장은 그것을 연구원들에게 나눠줬고, 모두 고이 간직하고 있다. 김 차관은 네잎 클로버 열쇠고리까지 만들어 만나는 사람들마다 나눠 줬다.
‘6·2지방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010년 6월 1일엔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가 한 장애인으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고 승리를 다짐해 화제가 됐다. 선거캠프로 배달된 건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종이에 행운을 뜻하는 네잎 클로버 35장으로 쓴 ‘승리’란 글씨였다. 선물을 보낸 이는 10년 전 중풍으로 쓰러져 지팡이에 의지하는 1급 장애인 김정열 씨(70·안산시 상록2동). 김 후보는 “어떤 선물과 응원보다도 힘이 난다. 꼭 이겨서 더 나은 경기도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는 도지사로 당선됐다. 정말 행운을 얻은 것이다.
정종한 천주평화연합 대전시 사무처장은 네잎 클로버 전도사로 통한다. 2010년 2월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2,500여 장의 네잎 클로버를 찾아 2,000여 장을 책갈피나 명함에 넣어 사람들에게 나눠 줬다. 그는 클로버의 네잎을 4H로 풀이한다. 지혜(Head), 현명한 사랑(Heart), 적절한 노력(Hand), 겸손한 건강(Health)이 그것이다. 언젠 가는 행복한 인생(Happy Life)이라는 5H의 다섯잎 클로버가 태어날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