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L]평범한 직장인인 C씨는 가족들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병원에 오게 됐다. "나 참, 이제야 진정한 능력을 발휘하려는 찰나에 이해가 부족한 중생들이 제 시간을 이렇게 뺏고 있네요. 저는 빨리 가 사업 추진을 해야 하니까, 물어 볼 게 있으면 빨리빨리 물어보시죠, 의사 선생님. 저 그런데, 여기 병원은 인테리어가 좀 구식인 것 같은데요? 제가 환자들로 들끓을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좀 빌려 드릴까요?" 가족들의 얘기에 의하면 C씨는 2~3주 전부터 밤에 거의 잠을 자지 않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구상들을 적어댔는데, 하루에 공책
바야흐로 면접의 계절이 돌아왔다. 평상시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수다도 잘 떨며 놀다가도 면접을 볼 때면 특별한 이유 없이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오르며, 진땀이 나는 등 막연히 불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불 보듯 뻔하게 면접관이 물어보는 질문에 얼굴만 빨개져 쭈뼛쭈뼛 대답을 제대로 못하고 면접을 망치게 된다. 이른바 면접 공포증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남들에게 관찰되는 상황에서 모욕을 당하거나 당황스럽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공포심을 느끼는 사회 공포증의 일종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
사람은 살아가면서 좋든 싫든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며 또한 그들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관계에는 혈연으로 맺어지는 관계도 있고 지연, 학연 또는 사업상의 만남일 수도 있다. 동양에서 關係란 "서로를 묶어 빗장을 채운다"는 뜻이다.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사이라는 의미다. 그러자면 내가 상대의 위에 올라가서 맞물려야 하느냐 아래에 있어야 하느냐를 결정지어야만 마찰이 없다. 즉 둘 사이의 hierarchy가 빨리 정립이 돼야 순탄하게 관계가 맺어진다. 그렇다면 서열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이 될까? 만남의 성격에 따라서
우리나라는 앞으로 13년 후에는 전체 인구의 14%가 노인 인구가 되는 고령사회가 될 예정이다. 고령사회를 맞아 걱정스러운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작 어르신들에게 “나이 들면서 무엇이 가장 무섭습니까?”하고 물어보면 의외로 한결같이 “치매 없이 깨끗한 정신으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진단 후 사망까지 평균 8~10년이 걸린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치매만큼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황폐화시키는 질환도 보기 드물다. 최근 신문에서는 치매와 관련된 안타까운 사연
인간의 심성을 추구하려는 심리학은 20세기 초에 개발된 행동주의 심리학(Behavioral Psychology)을 필두로 해서 금세기를 거치는 동안 정신분석이론(Psychoanalytic Theory)이 체계화되면서 이 두 가지 심리학파의 경합 결과 다양한 정신치료의 기법들을 만들어 놓았다.우선 행동주의 심리학이 발전시켜놓은 인지행동치료부터 다음과 같이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저 한다. 행동치료실험 1례실험용 쥐의 몸통을 깁스해 다리는 뛰어가도 몸이 움직이지 못하게 해둔 후, 식사시간이 될 때마다 음식냄새만 풍겨주고 뛰어가서 음식은 못
[1L]청소년들이 즐겨보는 MBC TV의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남성 출연자 2명이 방청객들 앞에서 바지를 벗고 성기를 내보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지를 벗는 순간부터 성기를 노출한 때까지의 12초 동안 이 장면은 전파를 타고 안방에서 TV를 보는 모든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또 KBS 드라마에선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오는 등 우리 사회의 기성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상상하기 힘든 장면들이 대중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다. 인디밴드의 노출 사건은 엽기적이라거나 성도착적인 사건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외국의 공연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과에 대한 편견은 유별나다. 그것은 문화적인 영향도 크겠지만, 우리나라에 서양의학이 도입돼 정착하는 과정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19세기 의학을 지배한 독일의 병리학자 비르효는 공공연하게 ‘건강에서 정신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해 왔는데, 일제시대 때 독일식의 의학공부를 한 우리 선배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 정신과적 문제를 도외시하고, 모든 병을 신체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1L]오늘날까지도 정신과 하면 미친 사람이나 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신경증적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정신과에 가기를
[1L]사람들은 왜 도박을 하는가? 처음부터 돈을 따려고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심심풀이, 재미와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이들 중 일부의 사람들이 중독에 빠지게 된다. 도박이 주는 스릴과 쾌감, 이걸 잊지 못하고 발걸음이 도박장을 향하게 된다. 재미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스트레스 해소의 작용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도박이란 때에 따라 심각한 후유증을 낳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의 긍정적 기능도 있다. “중독자는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우긴다”도박중독자는 크게 자극추구형과 현실도피/적응장애형으로
21세기 한국 사회는 충동이란 병이 유령처럼 떠도는 사회가 아닐까. 한국사회에서 절제심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요즘 대화중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상대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볼 수 있다. 음주 운전 단속에 화가 나 승용차를 몰고 파출소로 돌진하는 사람,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르는 사람, 또 카드 빚 때문에 가정이 파탄나고 심한 경우 더 엄청난 사건으로까지 진행된다. 인터넷, 도박, 섹스, 쇼핑, 마약 등에 빠져 생겨난 문제를 해결하려고 충동적으로 범죄를
강박증이 무엇인가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년 전 상영된 잭 니컬슨 주연의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를 생각하면 된다. 이 영화에서 작가인 주인공은 식당에서 항상 같은 테이블에만 앉고 미리 챙겨온 깨끗한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며, 집에 들어가면 반드시 5번씩 자물쇠를 확인하고, 길을 걸을 땐 보도블록의 틈새 선을 밟지 않고 타인과 부딪치는 것이 겁나 이리저리 몸을 피해 움직인다. 주인공은 결국 식당 여종업원과 사랑에 빠지고 진정한 사랑의 힘으로 병이 낫는 것으로 아름다운 결말을 맺는다.
올 초 친구 두명이 아버님을 하늘로 보내드렸다. 의과대학 시절 한데 어울려 지내던 친구들이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친구들은 다들 한마디씩 했다. “이젠 우리가 부모님 장례식에 참석할 나이가 되었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의 결혼식에서 반가운 모습으로 만나던 얼굴들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시끌벅적한 문상객들을 멀리서 쳐다보고 있노라니 묘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돌아가신 분 앞에서처럼 살아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둠이 깊으면 깊을수록 작은 불빛도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사별을 받아들이는 3단계 사별(be
불면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됩니다.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의 증상의 일부분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서 유발되기도 하고, 내과 혹은 신경계 질환의 부수적인 증상으로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술이나 약물의 복용이 원인이 되거나 교대근무나 시차가 큰 해외여행 끝에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불면증이 단기적이거나 일시적인 경우에는 원인이 되는 상태가 개선이 되면 불면증도 따라서 좋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임상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만성 불면증 환자는 부족했던 잠
비행공포증은 국제 교류의 증가로 개인의 직업적, 사회적 기능을 저해하는 불안장애로 대두되고 있다. 서구 성인의 약 10%가 비행을 불안하게 생각하며, 여성과 노년층이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대한항공의 연 이용객이 20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항공여행이 일반화됐다. 따라서 비행불안을 호소하는 환자를 임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잦은 항공여행으로 심한 난기류 만날 확률 높아 발생정신질환 분류체계인 DSM-IV는 난기류, 항공사고 등을 걱정하는 비행공포증을 상황형 특정공포증(specific
인생은 최면이다. 자신이 의도하던 안 하던, 모든 사람은 매 순간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고 그대로 인생은 풀려 간다.나는 지난 5년간 기도, 명상과 등산을 통해 깊이 몰입(trance:한 곳에 집중해 변화된 의식 상태) 상태로 빠져 들었고 그 곳에서 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그 목소리에 따랐다. 그러면서 나는 바뀌었다. 과거 어느 때 보다도 내 마음은 평화로워 졌고, 긍정적이 되었으며, 자유로워 졌다. 그러면서 나는 몰입상태가 얼마나 대단한 상태인지 알게 됐다. 나는 현재 어느 종교
진료실에 있다 보면 여러 문제로 오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도덕적인 문제로 오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도덕적인 개념이 없어, 또 어떤 사람들은 양심과 도덕이 너무 강해 문제가 된다. 도덕적인 개념이 없는 경우는 소위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것이 있는데 보통 범죄인들을 말한다. 이런 경우는 정신과 의사들도 별로 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치료도 잘 안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에 반해 너무나 도덕적인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덕적인 의무를 다하려고 애쓴다. 그러다 결국은 갈등이 많아지고 지쳐 도움을 청하게 되기도
자신의 스승인 예수를 배신하고 받은 은화를 다시 성소에 던져 넣고 목을 맨 유다의 자살, Hemingway의 엽총자살, 정몽헌 회장의 투신자살 같은 충격적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자살을 흥미 있고 두렵게 생각하여 ‘왜 꼭 그렇게 죽어야만 했을까’라며 궁금해한다.최근 병원 경영난이 악화되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비관한 의사들이 자살하는 경우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원장과 부인이 함께 치료실에 숨져 있는 것을 간호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또 서울시 성북구 ○○원장은 수술실에서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1L]교통사고는 인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약 9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의 증상 및 관련요인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그 인과적 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여러 연구 문헌을 종합해 고찰한 결과도 정신장애와 운전적합성 간에는 일관성 있는 관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신장애보다는 이로 인한 약물남용, 혹은 알코올 남용과 분노, 그리고 공격성과 같은 성격적인 측면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정신질환이 사고의 위험성을 높이는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異見)이 있고, 실증적인
[1R]인간에게도 생체시계가 존재한다.인간에게도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1960년대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가 했던 실험을 통해서였다. 사람을 지하창고에 살게 하고 행동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밤낮을 몰랐는데도 거의 25시간 간격으로 잠을 자고 깨어났다. 밤낮의 일주기와 관계없이 사람의 몸에서는 생체시계가 자발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체시계는 유전자에 의해 작동된다. 인체의 가장 중요한 시계인 중추시계는 뇌의 시신경 교차상핵에 있다. 이 부분은 뇌에서 2개의 시신경이 만나는 곳으로, 이곳에 2만개의 ‘시계세포’가 있다. 여
알쯔하이머병의 위험인자▶ 사회 인구학적 인자 고령은 알쯔하이머병의 대표적인 위험인자이다. 이 병의 유병률은 연령이 5세 증가함에 따라 2배씩 증가한다. 예를 들어, 65세 노인에서의 유병률이 2%라면, 70세 노인에서는 4%, 그리고 75세 노인에서는 8%로 배가된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다. 이는 성별 간에 진정한 유병률의 차이 때문이기보다는, 여자의 평균수명이 더 길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여자는 폐경 후 여성 호르몬이 감소되고 우울증에 이환될 확률이 높은 등 알쯔하이머병의
요즈음은 뉴스보기가 겁난다. 끔찍한 범죄들 때문이다. 뻔뻔스러운 경제 사범, 도둑, 강도, 방화, 유괴, 살인 사건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21세기 초반을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답답한 심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그런데 정신과 의사로서 더욱 답답한 것은 어떤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정신질환자의 소행으로 예측을 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몇 명의 정신질환자가 흉포한 범죄를 저질러서 세인을 놀라게 하는 일은 있지만, 정말 어쩌다가 한번씩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대구 지하철 사고지금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사라져가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