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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결승선 없이 달리는 마라톤입니다!

송파 올림픽병원 이재훈 원장 INTERVIEW

  • 입력 2014.06.10 17:01
  • 기자명 김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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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밝히는 사람들로 인해 아름다워진다.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사람은 의술을 통한 봉사로 세상을 밝혀 아름답게 만드는 의사, 바로 올림픽병원 이재훈 원장이다.

매주 화요일 12시가 되면 송파 올림픽병원 이재훈 원장은 마음이 급해진다.

오전 진료를 마치면 점심을 먹을 새도 없이 어디론가 향할 준비를 한다.

이것저것 꼼꼼히 살펴본 이 원장이 향한 곳은 마포노인복지관, 잠시 뒤 그곳에 도착하자 많은 어르신들이 마치 명절날 찾아온 아들처럼 그를 반긴다.

하루 7,0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마포노인복지관, 이곳은 벌써 9년째 매주 화요일마다 이 원장이 의료봉사를 하는 곳이다.

“숨을 쉴 때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호흡을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처럼 봉사도 어떤 의무감이나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화요일마다 복지관을 찾는 것은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저의 일상일 뿐입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삶에 녹은 실천’, 이것이 이 원장이 가진 봉사에 대한 지론이다. 벌써 9년을 달려오며 자연스럽게 삶에 일상이 되어버린 봉사, 의사로서의 삶이 주어진 이상 평생을 결승선 없이 달리는 행복한 마라톤이라고 말하는 이재훈 원장을 만났다.

어르신 모두가 나의 부모이자 스승

이재훈 원장이 마포노인복지관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 신촌에 처음 병원을 개원하면서부터다. 지역사회에서 병원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긴 이 원장은 환자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고, 그러던 차에 마포노인복지관을 알게 되었다.

“개원 후 가끔 마포노인복지관에서 활동을 하시다가 다쳐서 오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디가 다쳐서 오셨다고 해도 어르신들은 여러 가지 병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오랜 시간 상담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병원은 충분히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 가서 편하게 건강상담은 물론 필요한 치료도 함께 해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복지관측과 건의를 해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이 원장은 매주 화요일 2시부터 마포노인복지관에서 봉사를 시작했고, 상담과 진료는 물론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도 직접 시행했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이랜드복지재단의 진료지 지원제도를 활용해 도움을 드리고 있다.

“의료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고, 특히 치료는 전인적으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 어르신들은 질병이나 외상에 취약하기 때문에 생활안전과 운동치료에 대한 충분한 치료지침이 정해져야 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수많은 환자들을 짧은 시간 안에 봐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상담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곳 복지관에서는 어르신들의 개인적인 문제까지도 대화를 통해 충분히 이뤄질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만 진료를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데, 환자와의 충분한 대화보다는 증상만 보고 병을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이 그런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다보면 의사가 환자를 볼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새록새록 깨닫게 됩니다. 어르신들을 통해 제가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의사로서의 자신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사람들, 이재훈 원장은 어르신 한분 한분이 자신의 부모이자 스승이라고 말한다.

서울시에서 인정한 효행,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생각해

“한번은 어버이날을 기념해서 복지관에서 추천을 받은 어르신 스무 분에게 안검수술을 해 드렸습니다. 나이가 드신 분들은 눈꺼풀이 쳐져서 눈물이 많이 나고 잘 보이지 않다보니 자주 넘어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높은 비용에 자식들 눈치까지 보자니 힘들었는데 무료로 안검수술을 해드리고 나니 너무나 좋아하셨습니다. 그 행복해 하시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많은 어르신들의 경우 안검수술을 한다고 하면 당장 몸이 불편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또 성형외과에서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니 어르신 입장에서는 그저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르신들의 그런 고충을 잘 알고 있는 이재훈 원장, 그래서 마포노인복지관에서 형편이 어려운 분들을 대상으로 토요일 시간을 이용해 무료안검수술을 했다.

물론 봉사하는 하루하루가 보람이겠지만 이 원장은 어르신들이 너무나 기뻐하시는 이날의 표정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하지만 이 원장이 봉사를 하면서 보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모습도 많이 본다.

특히 병원을 여기 저기 다니면서 불필요한 치료를 하거나, 효과도 없는 고가의 치료 때문에 육체·경제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 또 증상에만 매달려 정작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정확한 의료 정보 제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고 한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 5월 1일, 이 원장에게 매우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9년간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 온 이 원장의 선행을 높이 평가한 서울시에서 이 원장에게 효행 부문 표창장을 수여한 것이다.

“막상 표창장을 받고 보니 제 어머님도 제대로 찾아뵙지 못하면서 효행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효행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더 봉사에 매진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더 많은 어르신들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함이 많기에 효행상을 받기에는 부끄럽다고 말하는 이재훈 원장, 하지만 그에게 충분한 자격이 있음은 그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병원이 아닌 세상

“이 세상에 아픈 사람이 없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제 철학입니다. 물론 아프지 않는 사람은 있을 수 없겠죠.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 의사의 의무 아니겠습니까. 예전과 다른 치열한 의료 환경으로 인해 의사의 본연의 의미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병원이 아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와 의술을 전할 수 있다면 세상도 아름다워지고 의사도 더 존경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의 진정한 무대는 병원 안이 아니라 병원 밖이라고 말하는 이재훈 원장, 그가 바람은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의사가 세상을 향해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할 때까지 봉사는 그에게 주어진 끝없는 마라톤이라고 말하지만 그에게는 어떤 마음으로도 지울 수 없는 미안한 이들이 있다. 바로 부인 간아은 씨와 두 자녀 서현이와 동현이였다.

“집에도 잘 들어가지 못하고 병원에서만 살지만 그래도 항상 저를 위해 노력해 준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휴일에도 그동안 휴일에도 잘 놀아주지 못했지만 지금은 대학생, 고등학생으로 이렇게 잘 커준 서현이와 동현이, 너무나 미안하고 고맙다.”

부족한 남편, 인색한 아빠라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이재훈 원장, 하지만 그가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소중한 우리 모두의 가족이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지금도 멈추지 않고 봉사의 마라톤 코스를 달려가고 있는 이재훈 원장, 그에게 진심어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송파 올림픽병원

2006년 신촌에서 개원한 이재훈 원장은 2012년 3월 이곳 송파구 석촌동으로 이전을 했다. 지난 4월 1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척추·관절·스포츠의학의 중심병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이전 후에는 마포노인복지관과 송파노인복지관까지 봉사의 폭을 넓혀 인술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