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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의학] 남자 영웅시대의 종말 - <레지던트 이블>

  • 입력 2002.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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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도 이제 달력 한 장만을 남기고 있다. 되돌아보면 올 한해는 '월드컵 4강'란 말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온 국민이 대한민국을 외쳐대던 그 6월을 두고 어떤 이는 올해는 11개월만 일한다고 우스개를 했다.허나 짜릿했던 감동의 6월에 아쉽게도 제목한번 제대로 알려보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 영화들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폴 앤더슨 감독의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이다. 영화는 유명한 호러 어드벤처 컴퓨터 게임인 <바이오해저드(Biohazard)>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라쿤시의 지하에 위치한 하이브는 엄브렐라사의 비밀 연구소이다. 엄블렐라사는 전 국민의 90% 이상의 생필품을 공급하는 회사이면서 한편으론 비밀리에 맹독성 신경가스와 불법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하는 이중적인 회사이다. 이 회사의 비밀연구소에서 개발하던 신경가스가 유출되어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모두 좀비로 변해 버린다는 설정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레드퀸이라 불리는 하이브의 중앙컴퓨터가 오작동을 한 것이라고 판단한 회사는 특공대를 파견하여 컴퓨터를 재부팅하려고 하지만, 대원들은 컴퓨터 방어 장치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되고 신경가스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기억상실을 보이던 앨리스(밀라 요요비치)가 조금씩 기억을 찾아가며 좀비를 물리치는 여전사로 변신한다는 내용이다.여전사가 나오는 영화 중 비교적 오래된 영화라면 로제 바댕 감독의 1968년 작 <바바렐라(Barbarella)>를 들 수 있겠다. 서기 41세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대통령의 명령을 받고 실종된 과학자를 찾아 나선 바바렐라(제인 폰다)의 이야기인데 바바렐라는 여전사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왜냐면 영화 내내 옷을 벗는 일과 남자를 유혹하는 일 이외에는 그녀가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본격적인 여전사의 출현은 아마도 <에이리언(Alien)> 시리즈의 리플리(시고니 위버)일 것이다. 1979년 1편이 만들어진 이래 근 20년간 4편의 연작을 서로 다른 감독들이 만들어 냈지만 리플리 역은 시종일관 시고니 위버가 연기하였고 이 영화는 페미니즘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가장 인기 있는 여전사는 당연히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2001년 작 <툼레이더(Tomb Raider)>의 라라 크로포드(안젤리나 졸리)일 것이다. 역시 컴퓨터 게임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라라 크로포드는 이전의 어느 누구보다도 강력하고 육감적인 여전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반면 남자 영웅의 묘사는 어떤가? 1980년대 3편까지 제작된 <람보(First Blood)> 시리즈의 퇴역군인 람보(실베스터 스탤론)의 모습은 고사하고라도 1990년대 맨발에 러닝셔츠 바람으로 죽도록 뛰어다니던 <다이하드(Die Hard)>의 형사 존(브루스 윌리스)조차도 최근 들어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별다른 내용 없이 화려한 액션 하나로 카타르시스를 주던 장 끌로드 반담이나 스티븐 시걸의 영화가 시들해진 것도 물론이고.헐리웃 영화의 여전사는 점차 강해지고 있지만 남자 영웅들은 왜소하다 못해 사라져 버리는 현상이 최근 매스컴에 유행하는 '꽃미남'이나 '살인미소' 신드롬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여성들이 원하는 남성의 모습은 울퉁불퉁한 근육의 모습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인지 미용 성형을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남자 환자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금껏 남성의 미용 성형에 대해 조금은 완고했던 기성세대들도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다면 흐름을 거역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