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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되어선 안될...

돌리의 죽음이 상기시키는 영화 속 현실

  • 입력 2003.04.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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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태어난 최초의 포유동물 ‘돌리’가 평균수명에 훨씬 못 미치는 6살이라는 나이로 조기 사망한 것은 인간 복제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난해 말 인간복제 금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지만 특히 우려가 되는 부분은 소위 ‘이종간 배아복제’ 실험일 것이다. 이종간 배아복제는 사람의 난자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은 경우 다른 포유동물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사람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치환시키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는 핵을 제거하였으므로 유전자 정보가 섞일 이유는 없지만 서로 다른 ‘종’의 세포를 합친다는 것이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무분별한 생명과학 기술의 파탄상을 가장 인상 깊게 경고한 영화는 1996년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의 <닥터 모로의 DNA(The Island of Dr. Moreau)>이다. 영화 속 모로 박사는 갖가지 반인반수의 괴물(beast man)을 만들어 자신들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영장류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스스로 ‘창조주’를 자처하던 모로 박사는 자신의 ‘피조물’에게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된다.[1L]반인반수라는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인간과 외계생물간의 중간종은 SF 영화에서는 이미 진부한 소재이다. 80년대 TV 미니시리즈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브이(V)>에서는 잘생기고(?) 매너 좋은 외계인과 사랑을 나눈 후 파충류를 출산한다는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장면이 공중파를 타고 방영되기도 했다. 1995년 로저 도널드슨 감독의 <스피시즈(Species)>는 좀더 구체적이다. 외계로부터의 메시지를 기다리던 SETI 연구팀은 마침내 외계종족과의 연락의 성공하고 그들로부터 전해 받은 메시지를 통해 외계인과 인간의 DNA를 결합하여 중간 종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명체는 SIL이라고 명명되는데 불과 몇 개월만에 어린 여자아이로 성장하는 엄청나게 빠른 성장 속도에 위협을 느낀 과학자들은 이 생명체를 제거하기로 결정하지만 SIL은 탈출하게 된다. 탈출한 SIL은 금세 성숙한 여인이 되어 종족 번식을 위해 본능적으로 상대 남성을 찾아 헤맨다. 마침내 지극히 정상적인 관계로 수정에 성공한 SIL은 또 다른 생명체를 낳게 되지만 인류의 안전을 위해 둘 모두 제거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관계를 가지기 위해 유혹한 남자를 무참히 살해하고 중간중간 끔찍한 모습으로 돌변하는 SIL을 보면서 <에이리언(Alien)> 시리즈를 연상하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인류를 위협하는 괴생명체가 제거됨으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에이리언>과는 달리 <스피시즈>에서 SIL과 그의 아들이 ‘죽는’ 모습은 왠지 시원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들어져 본능적으로 종족 번식만을 위해 애쓰다 죽어 가는 SIL의 모습은 오히려 연민마저 느끼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는 단계까지의 연구를 제한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법안의 통과를 막는 걸림돌이라고 한다. 어느 누구도 젊은 나이에 늙어 죽어 가는 ‘인간 돌리’의 모습을 보거나 SIL처럼 만들어진 후 용도 폐기되는 인간의 모습을 한 생명체를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의 나아가는 방향이 항상 도덕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를 통해 보아온 사실이다.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