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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가 360도가 된 사연

몸부림에 얽힌 나의 몸부림

  • 입력 2003.05.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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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군대가기 전까지만 해도 아침만 되면 아버지께 심한 꾸중을 들었었다. 당시에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단칸방에 네 식구가 칼잠을 자던 시절이라, 한 사람이라도 잠을 뒤척이거나 코를 골거나 하면 온 식구가 밤잠을 설치곤 했는데, 특히, 나의 힘찬 몸부림이 다른 식구들에게 번번히 발맛(?)을 선사하곤 했기 때문이다. 잠자는 중 나의 십팔번은 180도 회전 후 다른 식구들 입에 발 먹이기였고, 아버지의 십팔번은 “너 그러다 군대가면 맨날 두드려 맞는다”라는 꾸중이었다. 그렇게 맨날 꾸중과 몸부림이 반복되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는 굵은 바인더 끈을 자기 전에 방으로 가지고 들어오시더니, 내 다리와 팔을 꽁꽁 묶으시기에 이르렀다. 제 아무리 몸부림 쳐봤자, 단단하게 묶인 끈을 이기겠냐는 생각에서 나온 필살기였던 것이다. 무슨 죄인도 아니고 온 몸이 끈에 묶인 채 잠을 청해야만 했던 나, 과연 몸부림은 멈추었을까?물론 ‘아니올씨다’였다. 잠결에 그 단단한 매듭을 어떻게 풀었는지, 또 다시 180도 회전 발 먹이기에 성공한 나는 급기야 방에서 쫓아낸다는 협박까지 듣기에 이르렀다. 이래저래 몇 해 동안 반복되던 아침실랑이도 나의 군 입대와 함께 종지부를 찍게 되었고...아버지께서는 아무래도 내 몸부림이 마음에 가장 걸리셨는지 가는 순간에도 몸부림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물론 난 마음의 각오가 단단했었다. “그래, 맞고 또 맞으리라, 그냥 맞고 말겠지.”그러나 대한민국 육군은 그리 헐렁하지 않았다. 누구나 겪어보았겠지만, 막상 입대하고 나서 느끼게 되는 긴장감이나 공포감은 대부분의 장병들에게 극심한 변비를 선사하지 않던가? 몸부림은 입대 첫날로 싱겁게 마감되고 말았던 것이다.몇 달이 지나 첫 휴가를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아버지께 자랑했던 것은 바로 더 이상 몸부림을 치지 않는다는 것과 배탈이 많이 났던 내가 변비를 앓는다는 것이었으니, 쉽게 말해 180도 돌려 차던 내가 다시 180도 돌아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아버지의 잊을 수 없는 그 모습, 자식사랑이 듬뿍 묻어 나오는 그 모습, 지금도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