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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느 때건 흠이 남지 않도록...

  • 입력 2003.05.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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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상에서 가장 두렵고 슬픈 것이 무얼까? 죽음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은 죽음에 대한 이해와 준비에 소홀하다. 이는 대다수 사람들이 죽음을 자신과 늘 가까이 있는 것으로 보지 않고 노인이나 맞이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그러나 요즘에는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저승길로 떠나는 사람이 많다. 세상이 복잡해진 데 따른 각종 사건, 사고나 불치병 등이 자연사의 안락함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몇 해 전 개인 사업을 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정모씨(47, 동대문구 신설동) 가족은 죽음을 맞이하지 않은 비극을 톡톡히 겪었었다. 정씨가 폐암 선고를 받은 것은 죽기 몇 개월 전. 삶이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에도 가족은 정씨에게 이 사실을 숨겼었다. 이에 따라 정씨는 건강하게 걸어서 병원 문을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정씨는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유언장은 물론 유언 한마디도 남기지 못한 것이다. 이후 정씨에게 돈을 빌려 줬다는 사람은 왜 그리도 많이 찾아오는지... 정씨 가족은 사업을 때려 치워야 했다. 물질적인 것은 그래도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정씨가 47년 간의 자기 인생을 더듬어 볼 시간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유산상속! 마음만 있고 준비는 없다우리나라 사람은 대체로 유산을 자녀에게 상속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대우경제 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비율은 48.5%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속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4.8%에 불과한 형편이다. 따라서 갑작스런 사망시 유족들이 혼란을 느끼게 되는데, 특히 생명보험에 가입하고도 사망시 가족들이 이 사실을 몰라서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생기기까지 한다. 생명보험은 가족을 위해서 가입하는 것인 만큼 보험가입 사실을 반드시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유산상속의 유형가족회의 43.5%, 법정상속 15.6%, 유언 29%, 기타 11.9%
지난 15년 동안 죽음에 대해 강의했던 김인자 교수는 죽음에 대한 준비가 생활화되어 있다. 유서는 벌써 써 놓았고 장례 절차까지도 꼼꼼히 얘기를 해 놓았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불시에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슬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을 나갈 때에는 혹시 빌린 돈은 없는지, 가까운 가게에 외상은 없는지 챙긴다. 현금 통장은 노부모에게 맡기고 비상금이 어디 있다는 것도 얘기해 준다. 딸과 사위가 해외여행을 갈 때는 선물로 단기 여행자 보험을 들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김 교수는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죽음이란 주제를 가까이 할수록 삶이 편안하고 인간적인 욕구를 관리하는 힘이 생긴다.”고 말한다.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 놓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만약 어제 내가 잘못 되어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경우 오늘부터 우리 가족은 어떻게 생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