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개인 사업을 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정모씨(47, 동대문구 신설동) 가족은 죽음을 맞이하지 않은 비극을 톡톡히 겪었었다. 정씨가 폐암 선고를 받은 것은 죽기 몇 개월 전. 삶이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에도 가족은 정씨에게 이 사실을 숨겼었다. 이에 따라 정씨는 건강하게 걸어서 병원 문을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정씨는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유언장은 물론 유언 한마디도 남기지 못한 것이다. 이후 정씨에게 돈을 빌려 줬다는 사람은 왜 그리도 많이 찾아오는지... 정씨 가족은 사업을 때려 치워야 했다. 물질적인 것은 그래도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정씨가 47년 간의 자기 인생을 더듬어 볼 시간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
지난 15년 동안 죽음에 대해 강의했던 김인자 교수는 죽음에 대한 준비가 생활화되어 있다. 유서는 벌써 써 놓았고 장례 절차까지도 꼼꼼히 얘기를 해 놓았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불시에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슬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을 나갈 때에는 혹시 빌린 돈은 없는지, 가까운 가게에 외상은 없는지 챙긴다. 현금 통장은 노부모에게 맡기고 비상금이 어디 있다는 것도 얘기해 준다. 딸과 사위가 해외여행을 갈 때는 선물로 단기 여행자 보험을 들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김 교수는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죽음이란 주제를 가까이 할수록 삶이 편안하고 인간적인 욕구를 관리하는 힘이 생긴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