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Mental Clinic] 잠자는 시간은 죽은 시간인가?

잠의 생산적인 측면

  • 입력 2003.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R]인간에게도 생체시계가 존재한다.인간에게도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1960년대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가 했던 실험을 통해서였다. 사람을 지하창고에 살게 하고 행동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밤낮을 몰랐는데도 거의 25시간 간격으로 잠을 자고 깨어났다. 밤낮의 일주기와 관계없이 사람의 몸에서는 생체시계가 자발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체시계는 유전자에 의해 작동된다. 인체의 가장 중요한 시계인 중추시계는 뇌의 시신경 교차상핵에 있다. 이 부분은 뇌에서 2개의 시신경이 만나는 곳으로, 이곳에 2만개의 ‘시계세포’가 있다. 여기서 1998년 ‘클락’ 유전자를 비롯해 지금까지 8개의 중추시계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 유전자를 망가뜨리면 쥐는 밤낮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새벽까지 안 자고 설치다가 정작 아침엔 일어나지 못해 쩔쩔매는 ‘올빼미족들의 늦잠은 무죄’라는 연구보고도 있다. 올빼미족이나, 초저녁 깊은 잠에 빠졌다가 새벽부터 설치는 ‘새벽닭’족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세레이 대학 연구팀이 5백 명의 DNA를 조사한 결과 올빼미족은 새벽닭족에 비해 신체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인 ‘피어리어드 3’이 더 짧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의 사이먼 아처 박사는 “수면습관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라며 “야근을 좋아한다든가, 밤새 불면에 시달리다 새벽녘에야 곯아떨어지게 되는 ‘수면 지연 증후군’ 등도 이 유전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유전자 외에 생활습관 등도 수면습관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친다. 열심히 노력하면 수면습관을 바꿀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REM 수면을 박탈하면 정신이상증세를 보인다.뇌파의 활동을 측정하는 뇌파기계와 같은 기구의 도움으로 그들은 사람이 밤에 잠을 자는 동안 뇌의 상태가 몇 가지 점에서 뚜렷하게 달라진다.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눈을 감았을 때 눈꺼풀 속에서 일어나며 빠른 눈의 운동이 수반된다. 줄여서 REM(급속 안구 운동)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에는 다른 뚜렷한 신체적 변화도 따른다, 이를테면, 뇌의 온도가 올라가고, 혈류가 빨라진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몸의 움직임이 갑자기 멎는다. 코고는 소리가 멎고, 호흡이 불규칙해지며, 때로는 몇 초 동안 호흡이 완전히 멎는다. 팔, 다리, 몸통의 굵은 근육이 뻣뻣해진다. 중이(中耳)의 근육이 소리를 더 잘 들으려는 듯이 수축한다. REM수면은 하룻밤에 4번 내지 6번 약 90분 간격으로 나타나고, 각각 10분 내지 1시간 동안 계속된다. 그때는 거의 어김없이 꿈을 꾸게 된다.분명해 보이는 것은 인간은 꿈을 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험에서, REM수면의 주기를 제거하는 약의 투약으로 꿈을 빼앗긴 실험 대상자들은 즉각 편집증(偏執症)의 증세를 일으킨다. 약을 먹이지 않고 다시 재우면, 전원이 거의 순수한 REM수면의 ‘꿈의 향연’을 계속 즐긴다.우리는 하룻밤에 약 두 시간씩 평생 약 5년이라는 시간을 꿈을 꾸면서 보내지만 일반적으로 그 대부분이 잠 속에 묻혀 버리는 경향이 있다.잠과 건강잠과 건강 사이의 밀접한 관계는 일상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매일 매일의 생활에서 우리 자신은 세균과 일종의 전쟁터이다. 한편에는 우리 몸이 있고 반대편에는 질병을 일으키는 수많은 세균들이 있다.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균들에게 인간의 몸은 음식과 유동성 액체가 풍부한 따뜻한 피난처를 제공한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이 세균들은 여러 겹의 방어선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런 방어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신체의 면역체계이다. 면역체계가 소집한 모든 군대 중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잘 알려진 것은 백혈구다. 백혈구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병이 들거나 세균에 감염되면 매우 졸리게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래서 아픈 사람이 두 배나 오래 잠을 자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면역체계의 활동은 우리를 더 자게 할 수 있으며 그 반대도 사실이다. 즉 우리가 잠을 자면 면역체계가 더 활발해진다. 우리가 자는 동안 면역체계 활동의 규칙적인 파동이 있고 잠자는 동안 면역체계가 강화되는 것은 우리의 장을 건강하게 하므로 충분히 잠을 자면 건강해진다. 잠이 병을 막고, 이미 공격을 시작한 질병인자들과 싸우는 데 있어서 생명을 지키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인간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겨우 몇 시간 잠을 잃어도 정상적인 면역체계의 반응이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잠을 잘 자면 암도 막는다. 잠을 잘 자면 각종 호르몬이 균형있게 분비돼 암의 발생과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메디컬센터의 데이비드 스피겔 박사는 의학전문지인 <뇌-행동-면역>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코르티솔, 에스트로젠, 멜라토닌 등 암과 관계 있는 호르몬 등 분비물질의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새벽에 분비량이 최고조에 이르고 낮에는 줄어드는데 수면장애로 코르티솔의 분비리듬이 심하게 교란되면 암에 걸릴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잠잘 때 생성되는 멜라토닌은 DNA의 손상을 막는 항산화물질인 데다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을 높이는 에스트로겐의 생산을 억제한다고 덧붙였다. 스피겔 박사는 “야근을 많이 하는 여성이 정상 수면을 취하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영국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많이 병들지 않고 더 많이 미치지 않은 것은 모든 자연의 은총 중에서 가장 축복 받았고, 축복을 내려주는 은총, 곧 잠 덕분이다.” 매일 새로운 연구들이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유감없이 지낸 하루는 즐거운 잠을 가져온다. 마찬가지로 선용(善用)된 일생은 편안한 죽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