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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특색 있는 병원 만들 것”

김세철 중앙대학교 의료원장

  • 입력 2005.03.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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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42.195km 마라톤 출발선을 갓 지난 선수는 결코 속도를 내지 않는다. 오만한 자신감은 레이스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느긋하게 풍경을 즐기며 걷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마라톤이 끝나는 지점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될지 그리며 한발 한발 앞을 향해 달린다.중앙대학교의료원장에 취임한 김세철 교수의 모습이 마라톤 출발선을 지난 선수와 비슷했다. 지난 달 그는 중앙대 의료원장과 흑석동 중앙대병원장이라는 두 가지 직함을 갖게 됐다. 하지만 그는여전히 진료실에서 환자와 만나고 있었다. 그가 의료원장에 취임한지 한 달. 그동안 생활이 어땠는지 물었다. 질문에 그는“의사는 환자를 열심히 볼 때 가장 행복하죠”라고 웃는다. 의료원장이라는 무거운 직함이 힘들어도 좋다는 것인지, 의사로서 있을 때가 행복했다는 뜻인지 알듯모를 듯한 웃음이었다.하지만 그는 이내 웃음을 거두고 자신감을 보인다. 그는“의료원장의 일이란 게 대부분 행정이니까 아무래도 힘들고 서툰면이 있다. 구성원들의 문제를 조정하고, 이를 통해 조직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도 어려움이다”라며 “하지만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열심히 한다면 직원들이 신나게 일 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한다. ‘선택’과 ‘집중’ 기대하라그가 선택한 병원의 발전 전략 키워드는‘선택’과‘집중’이다. 병원에서 발전시킬 것을 선택한 후 병원을 특색 있게 만들겠다는 얘기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들이 암전문병원, 류마티스전문병원 등 각기 저마다의 독특한 진료로 고객의 발길을 끈 것에 비해 중앙대병원은 특징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용산병원은 장비나 시설 등을 투자해 알레르기나 심혈관질환, 대머리 치료 등에 집중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철도청과 연계해 철도사고 등의 응급환자를 담당하는 응급센터를 갖춘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새로 개원한 흑석동 중앙대병원은 남성의학, 관절경수술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그는 “병원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교수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줄 것이다. 또 병원내 젊은 의사도 발굴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연수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 “잘하고 있는 진료과는 더욱 잘하게, 좀 부족한 진료과는 잘 할 수 있게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겠다”라고 덧붙인다. 그는 지역 주민이 찾는 그리고 지역주민이 아끼는 병원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는 듯 했다. 이를 위해 아파트 단지 주변인 용산병원은 지역주민 기호에 맞는 클리닉을 개발하고, 흑석동 병원도 관악구와 흑석동 주민이 즐겨찾는 병원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의사들이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받는 리더십. 하지만 리더십에 대해서도 그는 걱정하지 않는 듯 했다. 의료원장에게는 정치가적 지도력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 핵심에서 그들의 얘기를 듣고 중간자로서의 역할을 잘 한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자신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조직 구성원들에게만 잘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그는 “행동과 말을 일치시키고 또 솔선수범한다면 구성원들도 마음을 열고 동참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한다. 이제 막 돗대를 올리고 항해를 시작한 김세철 중앙대의료원장. 그가 구성원들과 어떤 중앙대병원을 그려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