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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과도 함께 행복할 수 있어야”

이완주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원장

  • 입력 2005.03.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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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우리 사회에 파키스탄인이나 조선족 등 이방인들이 등장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다. 이들은 우리가 힘들어 혹은 더러워 꺼려하는 일들을 꿋꿋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방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차갑고 위선적이다. 그들의 노동과 도움이 없으면 안 됨에도 우리는 거만한 자세를 거두지 않는다. 이들을 위한 어떤 사회적 노력도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도 외국인 노동자 전용의원의 등장은 의미있는 일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몸이 아프거나 다쳐도 맘놓고 치료받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 전용의원의 총 지휘를 맡은 사람은 이완주 원장. 20여년 넘도록 소아과 의사로 살아온 그가 뒤늦게 어려운 일을 시작한 이유는 뭘까?“60살이 넘으면 병원도 정리하고 좀 느슨하게 살면서 이웃에게 봉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외국인노동자를 위해 힘쓰고 있는 김해성 목사가 돈이 없어서, 혹은 병원이 거부해 병원 조차 찾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일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의를 해 왔다.” “중환자를 치료할 시설 절박하다” 지난 해 7월 구로구 가리봉동에 문을 연 병원은 이 원장을 중심축으로 시간제와 무료진료를 해주는 공중보건의 등의 도움으로 운영하고 있다. 저녁에는 재활의학과나 산부인과, 소화기내과 등의 진료과 의사가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김 목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외국인 노동자 의원을 맏기는 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게 그의 얘기다. 이 원장은 “병원은 어느 정도 안정된 듯 하다. 하지만 막상 병원을 열고 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기 등의 간단한 질병이 아니라 간이 나쁘거나 심각한 내과질환을 앓고 있다”며 “이들을 치료하려면 현재의 시설로는 어림 없는데 시설을 갖추는게 여간 어렵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얘기한다. 그는 현재 중환자실을 꾸미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시설이나 비용 등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덧붙인다. 진료실에는 “진료비가 뭐 그렇게 비싸요. 한 3천원 정도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럼 얼마 해 드리면 검사받을 수 있겠어요. 검사 꼭 받으셔야 하는데… 만원 깎아드리면 검사 가능하세요?” 등 다른 병원에서 쉽게 들을 수 없은 얘기가 들린다. 이 병원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험수가의 80% 정도의 돈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진료비를 깎아주기도 하고 무료로 진료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치료에 필요한 장비나 시설 뿐 아니라 의사 인력에 대한 고민도 이 원장을 어렵게 한다. 현재의 인력으로는 환자를 치료하기에 부족하기 때문. 그는 공중보건의나 뜻있는 의사들이 외국인 노동자 진료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병원 의료장비와 인력 등으로 고민하는 그의 꿈이 당연히 무료병원을 짓는 것이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그는 의외로 ‘NO'라고 답한다. 모든 진단과 치료를 무료로 해주면 환자들이 약이나 치료 등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 환자들도 당당하게 20~30% 정도의 비용을 내고 당당하고 요구할 것은 하는 게 환자에게도 좋다는 말이다. 일리있는 말인 듯 했다. 내 이웃의 그늘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들, 그리고 이웃을 위해 나의 편안함이나 이익쯤은 너끈히 포기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사회는 아직도 건강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