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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국민의 5%가 우울증 환자!

의료인, 자살에 대해 관심 가져야 … 적극적 활동 필요한 때

  • 입력 2005.04.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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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유명한 여배우가 느닷없이 자살해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고, 이 자살 사건 이후 `’베르테르 효과’(유명인 자살 뒤 일어나는 연쇄 모방 자살)로 유사한 형태로 숨진 사례가 급증했다. 특히 20대 자살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배우의 자살 원인이 우울증이라고 하자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우울증에 대해 연일 보도를 하며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자살과 우울증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크다. 우울증 환자 15% 정도 실제 자살 시도자살은 나이·직업·사회적 수준·교육수준·종교 등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과거부터 있어 왔던 사건이다.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살 사건들로 지난 해 정몽헌 회장의 투신자살, 재벌 총수나 굴지의 건설회사 사장뿐만 아니라 전라남도 지사, 부산 시장, 파주 시장, 전(前)대법원장, 병원 경영난이 악화돼 경제적인 어려움을 비관한 의사(醫師)들이 자살하는 경우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2003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약 1만 1,000명이 자살했는데, 이는 평균 48분마다 한 명꼴이다. 지난 십여년 동안 우리나라의 자살은 급증해, 현재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자살 위험이 가장 높은 사람은 우울증 환자로 자살자의 80% 이상이 우울증을 앓으며, 우울증 환자의 15% 정도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 환자는 전 국민의 5% 정도이며, 전 국민의 20% 정도는 일생동안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우울증과 자살 사고를 가진 환자가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그렇지 못하다. 그 개인이 마음이 약해 생긴 병이니 강하게 마음만 먹으면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든가 혹은 우울증을 심각한 질환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은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 일 거라는 편견(偏見) 때문에 선뜻 병원 문으로 들어서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두통, 요통, 불면증, 식욕부진 혹은 기타 신체적 통증이나 만성적 피로감 등의 신체증상을 가지고 여러 병원을 수차례 들락거리거나 한의원에서 ‘氣’가 약해져 있다는 진단을 받아 보약을 장기복용하고 있다가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뒤늦게 정신과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히 있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자살한 유명 배우도 대학병원 정신과를 찾아가기 전에 모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흔히 자기가 진료하던 환자가 자살로 삶을 마감할 때 정신과 의사들은 자신이 과연 그 환자에 대해 소홀한 점은 없었던가 하고 뉘우치게 된다.“자살, 강 건너 불처럼 보고 있어서는 안 돼” 최근 모 방송국에서 우울증과 자살을 주제로 다루며 최종적으로 한의사가 ‘氣’가 어떻고 하며 결론을 내리는 장면도 있었다. 너무나 황당한 결론이다. 우리 사회는 의료일원화가 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한방과 양방을 오가며 방황하고 있고 경제적인 부담도 엄청나다. 또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흔히 주변의 도움을 청하는 신호를 보내며 암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과 의사들도 그것을 어느 정도 눈치 채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과로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가 많은 우울증 같은 경우 신체적 증상을 비롯한 불면, 자살에 관한 얘기 등을 암시를 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럴 경우 의사들도 정신과 치료를 권하는 것이 환자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나 현실은 너무나 그렇지를 못하다.배우 이은주씨의 사건은 그 개인과 그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자살 예방과 우울증 치료를 위해 어떤 안전망을 준비해 왔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또 대비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여론을 조성했고 또한 항상 의기소침해 있는 우울증 환자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용기를 북돋는 계기가 됐다. 평균 48분마다 한 명꼴로 자살(自殺)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제 의료인(醫療人)들도 자살에 대해 강 건너 불처럼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들이 또 다시 반짝 관심으로 끝나지 않도록 의료인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