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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 Crime]통증을 그림으로 표현한 화가들

  • 입력 2005.07.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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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에 통증이 생기면 당황하게 되고 무조건 이를 없애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그러기에 앞서 한 가지 생각할 것은 통증이 우리 몸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충실한 감각이라는 점이다. 여름날 해변가를 맨발로 걸으며 저녁노을이 아름다워 그것에 넋을 잃고 바라보며 걷다가 돌에 부닥치면 그 아픔 때문에 아름다운 노을의 감상보다 혹시는 돌이 또 있는 것은 아닌가 조심해 사방을 살피며 걷게 된다. 이것은 부닥친 발에 생긴 통증 때문이며 통증이 없었다면 다시 부닥치는데 대한 주의 따위는 하지 않게 된다. 결국 통증은 앞으로는 주의하라는 경고의 역할을 하여 우리 몸을 지키는 방어기능으로 충실한 역할을 한 셈이다.
골절을 입게 됐을 경우 골절 부위를 움직이면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그 부위를 쓰지 못하고 안정을 취하게 돼 결국은 빨리 치유되는 계기가 된다. 만일 이때 골절부에 통증이 없다면 그 부위를 마구 사용해 골절된 양단(兩端)은 서로 어긋나게 돼 영구히 치유는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갑작스러운 통증이 몸에서 일어나면 그 개체는 다른 모든 일을 중지하고 그 통증의 치료를 받아 목숨을 건지게 된다. 따라서 통증은 그 몸에 대한 경고기능으로서의 충실한 감각이며 이를 구비한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어 종(種)을 보존했던 것이다.
그런데 진단이 확정된 다음 치료를 받는 도중에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유해무익한 것이 된다. 예를 들어 수술 후 통증이나, 교통사고나 화상후의 통증은 그 개체에 괴로움만 줄뿐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 통증의 원인이 된 병변은 치유되었는데도 즉, 병이 다 나은 후에도 통증이 후유증으로 남아 괴롭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한 예를 대상포진(帶狀疱疹 herpes zoster)의 경우 자주 보게 된다.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통증이 몇 개월 씩이나 계속되는 경우에는 이를 만성통증이라 하며 이 통증은 생물학적 의의를 지니지 못해 유해무익할 뿐이다. 갑자기 심한 통증이 야기되는 급성통증(急性痛症)의 경우는 교감신경계의 작용이 높아져 부신 수질(副腎 髓質)호르몬인 아드레날린(adrenalin)의 분비가 증가돼 심장의 박동 수가 증가되고 말초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오르게 된다. 만일 불안까지 동반된다면 혈압상승은 한층 더 심해지며 이러한 반응들이 상승적으로 작용하게 되면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되어 결국 급성통증으로 인해 쇼크(shock)에 빠지는 수가 있으며, 때로는 이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죽음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1L]렘브란트의 ‘눈먼 삼손’
급성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외상을 그린 그림은 많다. 그중에서도 통증이 아주 심해 쇼크까지도 유발할 수 있게 실감나게 그린 그림도 있어 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성경에 나오는 삼손과 델릴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Rembrant Harmensz van Rijn 1606~1669)가 그린 ‘눈먼 삼손’(1636)이라는 그림인데, 우선 그림 전체로 보아 사랑과 배신의 드라마가 그림의 왼편에서 들어오는 빛과 주인공들을 감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더없이 강렬한 회화적 이미지가 표출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끔찍함과 격분을 자아내게 하여 렘브란트는 거장일 뿐 아니라 네덜란드가 낳은 최고의 예술적 천재임을 실감하게 한다.
화면 중앙에서 왼편 위쪽으로는 오른손에 가위를 들고 왼손에 삼손에서 잘라낸 머리카락을 쥔 델릴라가 밖으로 나가려하고 있는 것으로 이 그림의 주제를 나타내고 있으며, 머리카락이 잘린 삼손은 그의 등 뒤에서 한 남자로부터 가슴과 목의 졸림을 당하고 있고, 화면 오른쪽 위에는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쇠줄로 그를 얽어매고 있어 꼼작할 수 없는 삼손의 오른쪽 눈을 예리한 비수로 사정없이 찌르고 있다.
사실 눈이라는 감각기에는 작은 모래알 한 알만 들어가도 이물감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그것이 제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가 경험한 일이 있기 때문에 과연 이렇게 비수로 눈에 깊은 상처를 입는 사람은 그 통증 때문에 실신하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화면 왼편으로는 아랍계의 옷을 입은 다른 병사가 만일을 대비해 삼손에게 창을 겨눈 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어 이렇게 살벌한 환경 속에서 갑자기 비수로 눈을 찌르면 아무리 기력을 지닌 삼손이라 할지라도 급성통증에 의한 쇼크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 표현하고 있다. 삼손과 병사들이 다투는 장면의 폭력성도 그렇거니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병사들의 갑옷과 장식의 화려함은 바로크의 극단적인 표현 관습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어 난폭함과 잔혹함 그리고 도발적인 폭력임을 한층 더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종래 의사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통증은 병의 증상에 지나지 않음으로 원인이 제거되면 통증도 자연히 가시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급성통증의 경우이며 만성통증의 경우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즉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기간의 문제와 정신 심리적인 요소도 만성통증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2L]













2차 감염으로 만성통증 유발할 가능성 큰 그림
만성통증의 원인이 되는 병태(病態)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는 교통사고 후 머리, 목, 허리, 팔 다리 등에 통증이 남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그 손상이 개방성이어서 2차 감염을 받는 경우에는 손상으로 인한 조직의 파괴보다도 세균 감염에 의한 염증이 장기간 지속되고 비록 염증이 가신 뒤에도 후유증으로 만성통증이 남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만성통증은 장기간의 말초나 중추신경계의 통증과 온각(溫覺)이나 촉각(觸覺)의 이상을 초래하게 되고 장기간의 통증으로 수면장애, 식욕감퇴 등으로 성격마저 변하게 되기도 한다.
이제 창상에 2차 감염으로 만성통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그림을 그린 것이 있어 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3~1610)의 그림 ‘의심하는 토마’(1599)를 보면, 예수의 제자인 토마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어서 예수가 무덤에서 부활해 자신의 상처를 제자들에게 보여줬다는 소문이 전해지자 그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 상처를 손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고 했다.
토마가 그런 말을 한지 8일 만에 예수께서 직접 토마에게 모습을 보이시고 “네 손으로 내 상처를 직접 확인하고 의심을 버리라”고 하셨다. 물론 성서에는 토마의 구체적인 행동이 기록돼 있지는 않으나 화가들은 상처를 직접 만져 확인하는 극적인 장면으로 그렸다. 예수가 옷을 들고 옆구리의 상처를 보이자 토마가 상처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확인한다. 의심을 풀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상처를 만지면 2차 감염으로 비록 상처는 후에 다 치유가 된다 해도 만성통증은 남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화가 궤르치노(Giovani Francesco Barbieri Guercino 1591~1666)가 같은 주제를 그린 그림(1629)이 있는데 이 그림에서는 예수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기 때문에 토마는 손가락을 상처 안에 넣은 것이 아니라 상처 위를 만져 확인 하는 것으로 그렸다.
죽은지 3일 만에 부활해 또 8일 만에 나타난 예수이기 때문에 도합 11일이 경과 된 상태의 상처의 표현으로는 후자의 그림이 합리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상처를 확인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에서의 표현이라면 전자의 그림이 보다 실감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의학적인 2차 감염이나 만성통증 같은 부수적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