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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일방적 규제, 과연 타당한가?

한국규제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한방 규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 이뤄져

  • 입력 2016.06.09 13:51
  • 기자명 김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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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의료적 규제가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규제학회는 9일 전경련회관에서 ‘진입규제와 규제의 타당성’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첫 번째 세션에서 ‘한의의료 진입규제와 타당성 진단’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먼저 배재대학교 경제학과 김진국 교수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규제의 타당성 검토: X-Ray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한의사와 의사가 동일한 질병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이원화된 의료제도에 기인한 구조적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권한을 두고 여전히 법적인 모호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한의사가 X-Ray나 초음파 진단기기와 같은 의료기기의 사용이 도대체 사회전체의 관점에서 어떻게 분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사용규제에 대해 “의료기기의 사용에 대한 논란을 모든 의료기기에 대해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기의 개별적인 특성에 따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의판례를 통해 한의사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된 안압측정기 등의 자동해석의료기기와 X-Ray와 초음파 진단기기와 같은 단순해석 의료기기의 경우에는 적어도 한의사의 사용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개선방향을 밝혔다.

이어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이혁우 교수는 ‘한방과 양방 의료규제 비대칭성 현황과 평가적 고찰: 진입규제의 관점에서’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규제의 이원화를 추구해 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의의료와 서양의료 사이에 비대칭규 규제를 발전시켜왔다”며, “이로 인해 현실에서는 상대적으로 한의의료에 대한 규제가 강하거나 제도화 수준이 낮다보니 한의의료 부문에 대해서는 서양의료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서비스 시장과 관련 산업이 상대적으로 비활성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입규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특정한 분야로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규제의 경우 새로운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이를 통한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후생의 창출이 저해된다는 측면에서 경제학에서는 오랫동안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한의와 양의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에 대해 한의사 및 규제전문가에 대한 조사 분석을 실시하고 이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대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두 가지만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의사의 직장인 건강검진 금지’에 대해서는 “건강검진기본법의 내용에서는 의사와 한의사의 차별이 없음에도 시행규칙에서는 한의사만 배제돼 일반검진기관, 암검진기관, 출장검진기관에서 제외됐다”며, “건강검진의 경우 한의사와 양의사의 의학적 접근의 차이로 인해 차별을 둘 필요도 있으나 건강검진에 대한 한의학적 진단이 가능한 영역에 대해서까지 배제하는 것은 타당치 않으며, 따라서 원칙적으로 인정돼야 하며, 필요한 경우 한의사의 건강검진 영역에 대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의사의 응급환자 의료지도, 구급활동 금지’에 대해서는 “응급환자 중에서도 한의사의 치료가 유효한 분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원칙적으로 배제한 것은 개선돼야 한다”며, “한의사의 교육영역에서의 응급의료 및 응급구조 관련 내용이 자격을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갖춘다는 전제로 현재의 규정을 개선해 한의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진국 교수와 이혁우 교수의 발표 후에는 광운대 이혜영 교수, 상지대 차윤엽 교수, 조선대 이민창 교수, 그리고 최창혁 한의학정책연구원의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곤 회장은 “일본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미국 메모리얼 병원 센터장에게 한국에서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나 진료부분에 제한을 받는다고 하자 ‘자신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며, “한의학을 두고 주관이나 직관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전통이라는 굴레로 박제된 학문으로 남게 할 것인지, 아니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지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 의미 있는 학문으로 발전하게 할 것인지 한번 쯤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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