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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의사간 신뢰회복 우선돼야”

고윤웅 대한의학회장

  • 입력 2005.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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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지난해 의료계는 우후죽순 창립하는 학회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멀다하고 생기던 학회가 올해는 주춤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학회 창립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대한의학회 고윤웅(명지병원 혈액종양내과) 회장은 “개원의를 주축으로 많은 학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학회가 개원의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며 “학회가 많아지는 것도 다양한 측면에서 보면 분명 장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학회가 이렇게 세분화 되는 것이 과연 좋은가에 대한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대한의학회의 수장인 고 회장이 생각하는 학회의 문제점과 의료계의 방향은 어디인지 그를 일산에 있는 연구실에서 만났다. 지난해부터 다양한 학회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창립하는 학회를 자세히 살펴보면 거의 비슷비슷하다. 예를 들어 노인 관련 학회만도 7~8개 정도가 되는 것 같다. 학연과 지연도 어느 정도 관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떤 학회가 창립하면 여기에 대항마 역할을 하는 또 다른 학회가 생기는 것 같다. 학회의 명칭도 문제라 생각한다. 학회 회원 입장에서도 혼란스럽고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학문의 질적인 면에서도 수준의 저하가 우려된다. 학회가 많아지다보니 연구논문이 실릴 학술지가 많아졌다. 따라서 논문 수준이 떨어져도 다른 학술지에 실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학술지의 질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대한의사협회에 학회를 컨트롤할 규정이 없는 게 문제라 생각한다. 학회의 연수교육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어떤 이유인가?끊임없이 변하는 것이 의학이라 의사들이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연수교육제도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의사의 목을 죄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의사만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수교육의 평점을 관리하는 것은 원래 대한의사협회 학술위원회 소관인데 최근에 학회를 창립하면서 학회에 참가하면 평점을 인정하는 곳이 많은 것 같다. 현재의 혼잡한 학회 운영을 정상궤도로 돌릴 방안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회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잘 운영하는 곳은 계속 갈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곳은 존재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현재 유사한 학회가 학술대회를 통합하거나 혹은 학술지를 함께 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학회도 제자리와 원래의 제모습을 찾게 될 것이다. 지난 서울특별시의사회학술대회에서 의사가 너무 돈벌이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했다.TV에선 교통사고 환자가 한방병원에서 수술 하고, 의사가 수가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부당청구하는 의사가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되는 상황이다. 의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몇몇 학회에서 ‘부자 의사 되기’ 등의 광고를 하고 있는데, 안그래도 곱지 않은 일반인들이 의료계를 어떻게 보겠나! 의사는 매일 밥그릇싸움만 하는 사람들로 인식돼 있다. 의료는 기관과 기관이 아니다. 환자와 의사, 개인과 개인의 문제다. 따라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가 신뢰를 되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에서도 의사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CELL’이나 네이쳐 등 세계적 학술지 등이 많다. 우리나라도 이런 수준의 학술지가 나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 학술지가 나오려면 논문의 수준은 물론 그 분야에 최고의 편집인들이 포진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연구를 해야 하는 교수들의 현실을 한 번 생각해 보라. 대학교수들이 진료하기도 빠듯하지 않은가!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교수에게 원장들은 진료를 강조하고, 학교에서는 연구를 많이 하길 원한다.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하지만 그것도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3차 병원들이 연구에만 치중해 과연 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