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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연극배우가 산다”

박종관 전북의대 비뇨기과 교수

  • 입력 2005.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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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비뇨기과 의사와 연극배우. 언뜻 생각하면 간극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 오히려 더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지난 해부터 대한남성과학회(회장 김제종)가 ‘남성건강캠페인- 자신만만, 남성만세’의 일환으로 연극을 하고 있는데, 지난 해 ‘다시 서는 남자이야기’에 이어 올해는 ‘배꼽 아래, 이상 無’란 제목으로 관객을 찾는다. 연극을 보는 관객은 진료실 밖의 색다른 모습의 의사를 만나는 일이 즐겁고, 성(性)이란 뜨거운 주제를 연극무대란 공개된 곳에서 맞닥뜨린다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 무대에 선 의사들은 가운을 입고 정형화된 진료실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관객에게 배우로 다가서는 일이 여간 흥겨운 일이 아닌 듯했다. 지난 해 연극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대부분 그대로 연극배우로 참여하는 걸 보면 말이다. 올해 연극에는 남성과학회 박종관(전북대), 김세웅(가톨릭의대), 민권식(인제의대), 김홍식(충남의대), 박현준(부산의대) 교수 등이 출연하는데 첫날 무대에 오른 박종관 전북의대 비뇨기과 교수를 만났다. “연극이 성(性)을 알리는 연결고리 했으면” 연극이 막을 올리는 첫날 비뇨기과학회에 참석했다 늦었다며 헐레벌떡 공연장으로 들어오는 그의 손에는 연극 대본이 들려 있었다. 그가 맡은 역할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그는 슬쩍 웃으며 의사 역할이라고 답한다. 연극 속에는 조루로 고민하는 신혼부부, 발기부전으로 갈등을 겪는 권태기 부부, 전립선비대증으로 고생하는 노년기 부부 등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문제를 상담해 주는 의사 역할이란다. 의사 역할이라 그 부분의 대본은 그의 몫이다. 진료실에서 그동안 자신의 진료경험이 그대로 무대에서 그대로 대사가 되는 것이다. 그는 지난 해 연극’다시 서는 남자 이야기’에도 의사로 출연한 적이 있는 2년차 연극배우인 셈이다. 지난 해 무대에서 그의 첫 대사는“참 떨리는구나”였다. 어렵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짧은 한 마디였지만 처음 무대에 서는 그는 그만 대사를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고 한다. 머릿속이 까맣게 돼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한다. 연극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전문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또 전주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내 올라와 연습해야 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연극에 참여한 것은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답한다. “실수도 하고 가슴 조여 대사를 잊기도 했지만 연극 자체는 굉장히 재밌다. 그리고 가슴에 찡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것이 남았다. 연극을 통해 환자와 의사가 좀 더 가까워지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으면 하고 또 남성질환에 대해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연극 속에서는 한 지붕 세 부부의 솔직한 얘기가 재미있게 그려지는데, 남성질환을 앓고 있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고 더불어 부부의 사랑이 전하는 감동까지 전달한다. 또 연극배우들이 공연 중에 질환의 예방과 치료, 치료 후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메시지를 노래와 춤으로 전달하는 교육의 기능까지 한다. 성에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연극으로 풀어놓을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그는 연극을 아주 좋아하는 제약회사의 한 직원의 아이디어라고 했다.’부부 쿨하게 살기’기란 연극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것. 연극을 통해 성을 노출시켜 쉽게 다루면 환자에게 다가서기 쉽지 않을까 했다는 것. 이 아이디어를 남성과학회에서 받아들이고 9개 제약사가 후원해 연극 공연이 성사된 것이다. 그는 앞으로 연극이란 매개체를 통해 성을 제대로 알리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반드시 성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당뇨나 성인병 등 건강에 대해 올바르게 알아야 하는 문제에 대해 대한의사회나 보건복지부 등에서 앞장서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