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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은 내 친구"

김찬 아주대병원 신경통증클리닉 교수

  • 입력 2006.04.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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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오를 수 있도록 든든한 역할을 했던 포수 조인성의 손과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Utd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의 발이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딱딱하게 박인 굳은살과 곳곳에 갈리진 흔적들은 그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야구와 축구를 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일 수밖에 없다. 아주대학교병원 신경통증클리닉 김찬 교수의 손이 그랬다. 손가락은 C-arm(이동식 엑스레이 투과장비)에서 나오는 엑스선 때문에 타서 색깔이 변해있고, 굳은살은 이미 박인 지 오래돼 보였다.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사람 좋게 씩 웃는다. 그는 우리나라 통증의학의 대부로 불린다. 국내 최초로 중재적 요법을 통한 신경차단술을 도입한 것은 물론 세계 최초로 삼차신경통 환자에서 알코올 신경차단술 1,000례 돌파, 국내 최초 다한증 환자에서 교감신경차단술 1,100례 성공 등 이력이 화려하다. 그런 그에게 통증의학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물었다. 통증의학을 하게 된 동기는? 마취과에 흥미를 잃고 있을 때 당시 과장님이 통증의학에 대해 배워보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통증의학을 하게 됐는데, 매력 있었다. 89년 말에 통증을 다루는 몇몇 병원을 찾아갔는데 그야말로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일본 도쿄에 있는 관동체신병원의 통증클리닉에 연수를 갔다. 우리나라는 통증치료의 걸음마단계였는데 일본은 이미 허리 디스크, 대상포진, 오십견 등을 치료하고 있었다. 허리 디스크 등을 수술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면 환자에게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현재 우리나라 통증의학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내가 국내 최초로 중재적 요법을 이용한 신경차단술을 하기 전까지 국내의 통증치료는 말기암 환자나 수술 후 환자에게 진통제를 투여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을 능가하는 통증의학 수준으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통증을 하나의 증상이 아닌 질병으로 파악,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신경통증클리닉이란 독립된 분야에서 진료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통증의학을 주제로 개업한 병원이 580군데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학에도 통증의학을 활발하게 다루고 있다. 아주대병원에서도 허리 디스크 수술 전에 신경치료를 먼저 받게 한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대한통증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 동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통증클리닉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은 삼차신경통, 다한증, 수족냉증, 대상포진 후 신경통, 경부와 허리 디스크, 오십견, 두통, 암성통증 등 무척 많다. 하지만 환자들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회장 임기 때 사람들에게 홍보를 좀 하려고 한다. 또 통증치료에 대한 낮은 수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경차단술을 하면 2~3만 원 정도인데 미국은 30~40만 원이다. 미국의 통증의학 전문의가 하루에 환자를 4명 정도 보더라. 우리나라에서 그러면 망한다.국내에 통증의학을 정착시키느라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방사선 노출이 많이 돼서 그런가 머리카락도 숭숭 빠지고, 손톱이랑 손가락도 타고, 난시가 와서 안경도 두 개를 사용하고 있다. 모양새가 좀 그렇다(하하). 사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맨 처음 통증환자를 진료할 때였다. 이건 에피소드지만 통증의학을 배우러 일본에 갔을 때 자료를 찾느라 2년 동안 도서관에만 갔더니 아이들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후회는 안 한다. 나에게 배운 의사 수만 해도 400여 명이고 이들이 전국에서 환자들의 통증을 해결해주고 있으니 바랄 게 뭐가 있겠나. 앞으로 꿈이 있다면? 흉부외과와 신경외과 마취통증학과가 협진을 하는 다한증 센터를 구상하고 있다. 알코올을 이용해 흉강경으로 다한증 치료를 하는 것인데 아마도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하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