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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정신을 위한 열여덟 가지 조언 Ⅳ

  • 입력 2017.08.16 13:17
  • 기자명 전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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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생각을 줄이고 현실에 충실한다.

정신이 불건강한 사람은 대체적으로 생각이 많다. 생각을 줄이면 정신이 건강해진다. 생각을 줄인다고 해서 멍해지는 것이 아니다. 생각은 잘 보면 과거나 미래로 우리 마음이 간 것이다. 과거와 미래로 가서 영향을 받는 것이다. 생각을 줄이면 현재에 마음이 있게 된다. 현재에 사는 것이 정신 건강이고 과거와 미래에 사는 것이 정신 불건강이다. 현재에서 멀어진 만큼 정신이 불건강해지고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다. 정신병은 현실에서 가장 멀어진 상태다. 신경증은 현실에서 조금 멀어진 상태다. 현실에 가까워지면 정신 건강이 회복된다.

열네 번째, 지혜를 기른다.

지혜는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이다. 뭘 보더라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을 한다. 내 생각으로 짐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를 보려고 노력한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뭘 보거나 들어도 실제를 보려고 한다. 그래서 실제에 맞게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서 충돌이나 갈등이 없다. 사업이나 주식 투자도 사회현상을 잘 관찰하여 맞게 한다. 혼자만의 생각이나 감정에 따라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본다.

열다섯 번째,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무엇이 진정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알고 도움 되는 일은 하고 도움이 안 되는 것은 하지 않는다. 누가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데 자존심을 내세워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만 하고 정신이 불건강한 사람은 자신에게 손해 보는 일만 한다. 무엇이 진정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보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자존심이 큰 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것과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은 다르다. 자기를 소중히 하면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하지만 자존심은 자기만의 뭔가를 고집하는 것이다. 자존심은 순리를 거부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나면 친구가 전화를 해서 밥을 같이 먹자고 할 수 있다. 이때 자존심이 강하면 친구가 자기를 동정해서 그러나 생각해서 기분이 나쁠 수 있다. 그래서 안 만난다. 친구뿐만 아니라 거래처 아는 사람이 전화를 해서 만나자 해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부도는 났지만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진다. 그때 만나자는 사람도 만나고 내가 필요한 사람도 만나고 일처리도 하면서 최선을 다하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자존심에 걸리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안 일어나게 된다. 자존심이 막는다. 그래서 나에게 손해가 된다. 이런 점에서 자존심을 큰 병이라고 본다. 자존심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자존심부터 없애야 한다. 나에게 도움이 되게 하는데 내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내 생각이나 내 감정이 방해가 되면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 나에게 도움이 되게 하다 보면 정신이 건강해진다.

열여섯 번째, 독서를 통해 간접 경험을 쌓는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경험은 한계가 있다. 힘은 경험에서 나온다. 시간적, 공간적 한계 때문에 우리의 경험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 독서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자기 한계 속에 살기 쉽다. 자기가 보고 들은 것에 갇히기 쉽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도 만나고 동시대 사람도 만난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도 만나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만난다. 책은 저자가 경험한 것을 써놓은 것이다. 책을 통해 저자가 한 경험을 같이 할 수 있다. 책을 읽을 때 어떤 사람은 자기 생각으로 책을 평가하면서 읽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면 자기가 아는 것에 대한 확인밖에 안 되고 책을 통해 저자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없다. 아주 안 좋은 독서 습관이다. 책을 읽을 때는 저자가 앞에서 경험한 것을 들려준다고 상상하면서 저자의 경험 속으로 같이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꼭 책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신문을 통해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을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대그룹을 만든 故정주영 회장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그렇게 어마어마한 일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관심으로 그분을 지켜봤다. 故정주영 회장은 강원도 통천이라는 시골에서 살았는데 어려서부터 신문을 봤다고 한다. 동네 어른들이 기특해서 정주영이 신문을 보러 신문 보는 집에 오면 반겨 맞아주면서 신문을 보게 했다. 어린 정주영의 눈에 신문에는 통천이 아닌 세상, 다른 곳의 소식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이 그가 또래 아이들과 다른 점이 아니었을까 한다. 물론 다른 점도 그가 현대그룹을 만들게 하는 힘이었겠지만 이 점도 그가 엄청난 일을 하게 한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적, 공간적인 제약을 가지고 있다. 그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이 독서에 있다고 생각하고 독서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눈을 갖게 된다면 우리의 정신도 건강해진다.

열일곱 번째, 즐거운 일을 나중에 한다.

이것은 미국 정신과 의사 스캇 펙이 쓴 ‘아직도 가야 할 길’에 나오는 이야긴데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어 소개한다. 재무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서른 살 된 여자가 자신이 할 일을 자꾸 뒤로 미루는 습관을 고치려고 스캇 펙을 찾아왔다.

첫 몇 개월 동안 스캇 펙은 정신 분석적인 방법을 통해 왜 환자가 자신의 일을 미루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사장에 대한 감정이 어떤지 그리고 그것이 부모나 권위자에 대한 태도와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는지, 남편과 경쟁하고자 하는 욕구와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이런 분석 작업을 수개월 했지만 환자는 여전히 할 일을 뒤로 미루었다. 그래서 가장 단순한 것부터 검토하기로 했다. 케이크를 먹는 방식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환자는 케이크에서 제일 맛있는 부분을 먼저 먹는다고 대답했다.

스캇 펙은 이 사람의 문제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하고 나중에 싫어하는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이 원인이었다. 그래서 이 환자에게 좋아하는 일을 제일 나중에 하라고 조언해 이 환자의 문제를 해결했다.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해버리면 뒤에는 재미없는 일만 기다리니 재미도 없고 하기 싫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좋아하는 일이 뒤에 기다리고 있으면 희망도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할 생각만 해도 즐겁다. 나는 여름휴가를 뒤에 가는 편이다. 더워도 앞으로 휴가 갈 것을 생각하면 더위가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뒤로 배치하는 것도 살아가는 지혜다. 지금 힘든 일을 하지만 이것이 끝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우리를 덜 힘들게 한다. 좋아하는 일을 뒤로 배치해보는 것도 살아가는 지혜이고 이렇게 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 정신이 건강해지는 길이다.

마지막 열여덟 번째는 자기 형편에 맞게 사는 것이다.

자기 형편에 맞게 살면 하나도 힘들지 않다. 형편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형편을 포함해서 지위, 아는 것 모두를 포함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되는데 모르면서 아는 체 하려고 하니 힘들다. 돈이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되는데 있는 체 하려고 하니 힘들다.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지금 나의 형편은 그렇게 된 필연적인 과정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받아들이면 된다. 지금 내 모습이 어떻든 그것만 있도록 해야 한다. 다른 것이 있으면 그 차이만큼 괴로워진다. 우울증도 현재의 나와 다른 내가 있어 왜 다른 나처럼 못 살았나 또는 왜 못 사나 하는데서 온다고 볼 수 있다. 지혜로워지고 정신이 건강해지면 내가 하나만 있게 된다. 그것을 소중히 하고 다행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힘들지 않다.

경제적이든 인간관계든 자신의 형편에 맞게 하면 어렵지 않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정신이 건강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