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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성격도 장내 세균이 결정한다
   ▲ 장내 세균이 뇌에 미치는 영향

세균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세균에 대한 생각은 시대에 따라 크게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사탕무를 발효시켜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술 대신 시큼한 액체가 만들어진 술통에서 막대기 모양의 세균을 발견하고 이런 세균을 없애기 위해 저온 살균법을 제안한 파스퇴르는 세균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세균 배양법이나 염색법의 발견으로 18세기에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던 전염병의 원인균으로 콜레라균, 페스트균, 이질균이 발견되면서 세균이란 모조리 없애야 할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파스퇴르는 “오히려 세균이 이로울 수도 있으며, 장내 세균은 동물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동물은 장내 세균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여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장내 세균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선견지명이 있던 과학자였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과학자에게 세균이란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보다 생명을 빼앗는 병원균이었고 그 동안 많은 세균학자는 이런 병원균의 연구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차례로 개발되어 널리 사용하게 되면서 무수한 생명을 구해 인류의 수명을 크게 늘린 의학의 역사에 남는 커다란 성공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한편 파스퇴르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던 러시아의 과학자 메치니코프는 요구르트를 마시는 사람이 장수하는 것을 보고 유산균이 장내 유해 세균을 없애 장수하게 한다고 “생명의 연장”이라는 저서에서 주장했다. 그러자 병을 일으키는 균을 모두 배제한 무균 상태에서 동물을 길러 보려는 과학자가 있었다. 

무균 공간안에서 새끼 마우스를 제왕절개로 꺼내면 무균 마우스가 태어나며, 사료나 물을 완전히 없애 공급하고, 공기 중으로 날라가는 세균도 침입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사육한다. 이렇게 마우스를 무균 상태로 기르자 뜻밖에 무균 마우스가 보통 마우스보다 오래 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세균이 없으면 수명이 늘어나 파스퇴르의 “동물은 장내 세균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가설은 부정되었다. 그 후 장내 세균은 동물의 장내에 임의로 정착한다고 생각하여 더 이상의 연구가 없었다.

그러다가 무균 마우스의 이상한 행동이 관심을 끌게 되었다. 무균 마우스는 침착성이 없었으며, 작은 소리에도 과잉 반응하여 예민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보통 마우스에 비해 크게 다른 차이였다. 그 원인을 알기 위해 장내에 세균이 없는 무균 마우스에 보통 마우스의 장내 세균을 이식하는 실험을 시행했다. 그러자 마우스에 변화가 나타나서, 과잉 경계심이 없어지고 침착하게 되었다. 장내 세균이 없으면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 전에 부정되었던 파스퇴르의 가설이 다시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되었다.

장내 세균이 뇌에 미치는 영향
장내 미생물체가 전신의 다양한 병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수궁하는 사람도 장내 세균이 뇌에 영향을 준다고 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러나 장내 세균이 기억력이나 판단력 등의 뇌기능에 영향을 주며, 스트레스를 느끼는 방법을 바꾸고, 성격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 다양한 실험으로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장내 미생물체를 변화시켜 우울증 등의 병을 치료하는 임상시험도 시작되었다. 장내 세균이 어떻게 뇌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자.

뇌에 대한 영향은 무균 마우스의 스트레스 실험으로 시작되었다. 마우스에 가벼운 스트레스를 주면 무균 마우스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었다. 그러나 장내 세균을 이식한 마우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잉 분비가 없었다. 여기서 뇌의 발달 과정을 알아보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는 소리나 빛의 자극에 대해 매우 민감하지만, 커가면서 크게 반응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뇌의 발달 덕분에 스트레스를 과잉으로 느끼지 않고 지낸다. 그런데 뇌의 발달 과정에 장애가 있으면 성장하면서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태가 계속 된다. 

스트레스를 과잉으로 느끼는 무균 마우스는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즉 성장 과정에 있는 아기 마우스는 장내 세균 이식으로 정상이 되었으나 다 자란 무균 마우스는 세균을 이식해도 스트레스가 줄어들지 않았다. 성체 마우스는 이미 뇌의 발달이 끝나서 장내 세균을 주어도 변화를 볼 수 없었다. 즉 장내 세균이 뇌 발달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며, 마우스 뇌는 장내 세균이 없으면 정상적으로 발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어서 장내 세균이 개체의 성격도 결정한다는 사실도 실험적으로 알려졌다. 활발한 마우스와 소심한 마우스의 장내 세균을 바꾸어 성격이 변한다는 것이 반복된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생물의 모든 행동은 유전자가 조절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장내 세균이 바뀌면 성격이나 행동까지 모두 바뀐다는 충격적인 사실로 알려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사람에도 해당되는지 궁금해진다. 정신 질환에 대한 약물 치료가 없던 1910년대에 우울증 환자에게 유산균을 투여하여 18예 중 11예가 회복되고, 2예에서 개선되었으며 불변은 4예에 불과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최근에는 정상인에서 유산균이 들어있는 유제품을 주어 기분 및 인지 기능에 대한 효과를 무작위 비교한 보고가 있으며, 우울 지수가 높은 군에서는 기분 개선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여러 종류의 유산균이 들어있는 요구르트를 섭취하여 정동 자극에 의한 뇌 활동에 영향을 주는 기능적 MRI를 이용하여 검토한 결과,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불안 유발 자극에 대한 반응 감소가 있었다. 이렇게 사람에서 장내 세균과 뇌기능의 관련을 MRI를 이용하여 연구하고 있다.

장에 있는 세균이 뇌에 영향을 주는 열쇠는 신경이다. 우리 몸에는 장과 뇌를 잇는 미주 신경이라는 직통 회선이 있다. 뇌와 장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며, ‘뇌-장의 관계’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뇌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설사나 변비가 되거나, 반대로 장의 상태가 나쁘면 불안이나 우울 증상을 일으킨다. 이렇게 장과 뇌의 병이 연동하여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여기에 장내 세균이 밀접하게 관계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네트워크를 만들어 전기신호를 교환하여 기억을 하거나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장에도 신경세포가 있으며, 장관 주위를 촘촘히 싸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장 신경계”라고 부른다. 사람의 몸 안에서 뇌 다음으로 신경세포가 가장 많은 기관이 장이다. 장 신경계의 신경세포 수는 대략 1억 개이다. 이렇게 많은 수의 신경세포가 우리의 장에 있으므로 ‘장을 두 번째 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장과 뇌에는 많은 신경세포가 있으며, 이것을 연결하는 직통 회선으로 미주 신경이 알려졌는데 여기에 장내 세균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을까?
신경세포는 자극을 받거나 신호를 전달할 때 신경전달 물질이라는 화학 물질을 사용한다. 이런 신경전달물질에 세로토닌이나 도파민이 있는데 이것을 장내 세균이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내 세균이 만든 신경전달물질이 장의 신경에 도달하면 그것이 자극으로 바뀌어 신경세포에 전해진다. 그리고 직통 회선인 미주 신경을 통해 뇌에 도달한다. 다시 말해서 ‘장내 세균이 뇌와 대화하는 경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감정이나 뇌 기능이 장내 세균에 의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따라서 장내 세균을 바꾸어 우울증 등 마음의 병 치료에 이용할 가능성이 실험적으로 알려졌으며 사람에서도 현재 이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의 우울증 증상으로, “의욕이 없다”, “힘이 없다”는 특징은 잘 알려져 있는데 마우스 실험에서 우울증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의문이 들지만 과학적 방법이 있었다. 마우스의 우울 상태를 평가하는 방법의 하나로 “강제 수영 실험”이 있다. 마우스를 발이 닿지 않는 깊이의 물통에 넣어 수영하는 시간을 잰다. 항우울제의 효과 확인에도 사용하는 실험 방법이다. 

물통에 넣은 마우스는 물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장소를 찾으려고 얼마동안 헤엄을 치지만 기력을 잃으면 헤엄치는 것을 그만둔다. 그런데 우울한 마우스는 곧바로 수영을 그만둔다. 수영 시간을 재서 우울 정도를 조사하는 방법이다. 우울 상태의 마우스에 유산균을 먹이면 수영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확인하여 마우스의 우울 상태를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런 결과가 사람에서 확인되면 우울증 치료에 장내 세균 처방이 유용할 것이다. 그리고 장내 세균으로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올라간다면 수험생이나 건망증이 많아진 노년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김영설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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