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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터’에 달린 건강

자연 훼손 않고 편안한 생활 누리는 주거조건 긴요

  • 입력 2019.03.05 10:22
  • 기자명 황종택(녹명문화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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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엠디저널]“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가정은 천하만사를 끌러내는 근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 구성원이 사는 집, 주거환경을 자연과 조화를 이루게 하고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으로 조성하는 것은 가족 구성원의 건강과 장수 그리고 행복한 삶, 나아가 사회와 인류의 안녕과 번영을 이루는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 이중환은 저서 «택리지(擇里志)»에서 살기 좋은 마을 선택 기준으로 주거조건을 경제조건, 사회조건, 자연(미) 조건보다 중요하게 취급했다.

“삶터를 선택하는 데에는 지리(地理)가 으뜸이고, 생리(生利)가 다음이며, 다음으로 인심(人心)이고, 다음으로 아름다운 산수(山水)다. 네 가지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낙토(樂土)가 아니다.”

또한 조선 숙종 시대의 실학자 홍만선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 “주거지 선택의 계획이 이미 성취되고, 몸을 거처할 장소가 완성되면 이어서 보양과 복식의 방법으로써 병을 물리치고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주거지 선택과 거주환경의 조성을 모든 것의 대전제로 가장 우선시했다.

자연친화적 ‘풍수’ 웰빙 열풍 타고 ‘인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건강도시를 이루는 조건 중에서 “거주환경을 포함한 깨끗하고 안전한 물리적 환경”을 가장 첫 번째로 갖춰야 할 실현 요소로 꼽은 바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집은 천지자연의 변화와 인륜 도덕의 중심이면서, 집안의 번영과 쇠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의 꿈은 ‘풍수(風水)’의 생활화로도 나타난다. 요즘 사회 각 분야에 일고 있는 웰빙 열풍이 인테리어에도 거센 게 잘 보여준다. 물론 풍수를 잘못 악용하면 혹세무민의 수단으로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본시 풍수는 인간 삶의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사람이 살기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고, 깨끗한 물이 풍부한 지역이라야 한다. 이러한 지세를 관찰하는 일이 곧 풍수를 보는 작업으로 인식됐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 친화다.

우리나라의 풍수지리는 신라 말 도선대사에 의해 중국에서 도입된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이후 집을 짓는 양택이나 묘 자리를 잡는 음택을 고를 때 풍수를 적잖이 활용했다. 배산임수(背山臨水·산을 등지고 앞에 물이 흐르는 지세 ), 와우(臥牛·소가 편히 누워 풀을 뜯어먹는 형상), 삼한갑지(三韓甲地·이 땅에서 가장 좋은 땅) 등 명당을 일컫는 말이 회자되고 이런 곳을 찾았다.

풍수지리는 하늘보다도 땅의 조화에 중점을 두었기에 이것을 지리, 지술(地術)이라고 말한다. 땅과 인간에게 길흉화복의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풍수는 지형에 따라서 인생이 행복 또는 불행하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땅의 섭리에 순응을 하면서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룰 때 가족들이 재앙을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상이다.

입지 좋아도 사람마음 얻지 못하면 ‘거품’

풍수의 효과적 측면에서 보면 지상 건물보다는 지형의 모양에 가장 중요한 몫을 두고 있다. 풍수사상은 조선시대 주택 건축에 있어서 택지 선정, 방 배치, 마을 구성, 도로의 선정에도 영향을 주었다. 한국에는 꼬불꼬불한 길이나 골목이 많다. 그 이유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므로 불행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본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도시설계를 하면서 자연의 섭리를 따르지 않으므로 재앙을 당한 도시들이 많았다.

사실 풍수지리설의 몇 가지 주장은 상당히 과학적이다. 한국에서는 안채의 방문위치가 남향, 남동, 남서를 선호한다. 한국에서는 방향조정을 대문의 방향과 안채의 방향을 조정하면서 건축했다. 한국의 사찰은 법당의 불상과 정문을 북향과 남향으로 건설했었다. 풍수지리설이 비과학적이라는 말을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사시사철 햇빛이 잘 들고 더운 여름에 시원하며 추운 겨울에 따뜻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 방향을 중요시했다. 그래서 남향집은 복이 많다고 했다. 이것은 과학적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여하튼 풍수에 밝은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덕을 베풀지 않는 이는 명당에 들어가도 시궁창으로 변하고, 덕이 넘친다면 혈처를 몰라도 명당에 들어간다”고 한 기업이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입지조건이 좋은 곳을 본사나 수도로 정해도 사람마음을 얻지 못해 원성이 하늘을 찌르며, 공동체 내 갈등이 일고, 환락 퇴폐에 빠지면 무너졌다. 고대 로마 등 동서양의 역사가 이를 증거한다. 개인이나 기업, 국가 모두 발복(發福)엔 이유가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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