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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회장에게만 기대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변화하자

  • 입력 2007.07.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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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의료계는 한국의료 100년 역사에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 의협은 정치권 로비 발언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의협 회장의 사태까지 몰고 온 로비사태로 의사들의 도덕성에 상처를 남겼다. 일차적인 원인은 신중치 못한 전 회장의 발언에 있지만 의협의 수장으로써 의료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활동한 것을 녹취해 언론에 알리는 행위는 내부의 부정부패나 비리를 알려 조직을 살리려는 내부고발행위와는 엄연히 구별되어야 하는 것으로 일종의 자해행위이자 자폭테러나 다름없었다. 부러움과 시기심의 대상으로 그리 우호적이지 않던 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냉소적인 분위기와 다른 한편으로는 “다 그런 거지 뭐” 하는 일반적인 반응이 교차되었다. 이런 와중에서 우리는 새 의협회장을 선출했다. 지금의 의협조직은 의사회원 1만 명 시대에 만들어진 구조이다. 의협산하에 시·도지부가 있고, 대의원회가 있는 구조이다. 의협의 직원 수가 늘고 조직이 좀 복잡해지긴 하였으나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다. 그때에 비해 큰 변화가 있었다면 각 지역단체의 출현이다. 분과학회 협의회로 출발한 의학회는 100여개의 산하학회를 거느린 거대 법인단체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따로 독립할 채비를 갖추는 것 같고, 의대 교수협의회도 따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의협의 정책수립 및 추진 방향이 개원의 위주로만 편향적으로 추진, 오늘날과 같은 불미스런 의협 사태를 촉발시켰다”며 대학병원 의사회를 결성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우리 모두의 잘못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다(무관심과 참여 부족 등). 전에는 의협과 형제지간이라고 생각했던 병원협회는 수시로 의협과 일치하지 않는 목표를 추구하며 이미 먼 이웃사촌쯤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 사이에 의학원은 딴 살림을 차려서 독립해 나갔고, 의과대학과 관련해서는 의학교육평가원이 사단법인으로 독립하여 활동 중이다. 의료계는 의사회원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그리고 단체별로 분화에 분화를 거듭하여 거의 독립적으로 활동 중인 셈이다. 법적으로는 의협이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되었으나 내부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가장 급선무는 신뢰의 회복지금의 의협구조로는 이런 모든 지역과 단체를 모두 어우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의협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지역 간에, 단체 간에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20~30년 전처럼 의료계가 미분화되어 있을 때에는 의료계의 일치된 행동이나 의견통일이 쉬웠지만 현재는 큰일에서부터 작은 일까지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현재의 의협을 미국의사회와 같은 조직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은 우리현실과는 맞지 않는 이상론이다. 미국의사회는 홍보와 정책만을 담당하는 임의단체로 일종의 기획조직이다. 따라서 산하에 시도지부도 없으며, 의학회나 개원의협의화와 같은 단체를 산하에 두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의 개원의협의회와 같은 조직은 오히려 전국규모의 지부조직이 있으나 글자그대로 개원의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다. 미국의사협회는 의사의 가입률이 23%에 불과하지만 미국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단체이며,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큰 로비(Lobby)단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의료 환경과 한국의 의료 환경은 현저하게 다르고 의료제도 또한 달라 한국 의사협회가 미국의사회처럼 홍보와 정책만을 담당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1년 10개월의 잔여임기를 채우는 과도기 의협회장은 땅에 떨어진 의사들의 도덕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또 한편 의사협회장은 실추된 의사협회의 권위로 인해 복지부도, 정당도, 사회단체도, 그리고 국민들도 만나주려 하고 있지 않는 현실 상황을 타개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대다수 의사협회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들의 힘은 최선의 진료를 통해 나오는 것대다수 중진 회원들은 이번 의협회장의 덕목으로 ▲업무경험에 근거한 과감한 업무 추진력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도덕성(정직성), ▲정· 관계와의 원활한 유대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친화력, ▲의료계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통합력 등을 제시하였고, 또 한 의대교수는 ▲소신진료로 청구한 진료비가 삭감을 당하는 수모를 당해 본 의사나 ▲의사들을 대표한 투쟁이 자신을 한 없이 추락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의사 등을 ‘덕목’으로 제시하기도 했었다. 위에 열거한 덕목과 역량을 다 갖추려면 새로 뽑힌 의사협회장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무리들을 이끌고 홍해를 건넌 모세나 영화에 나오는 슈퍼맨이 되어야 할 것이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의협회장 개인에게 과중한 책임을 지워서는 곤란하다. 다시 말해 회원들도 의협회장 한 사람에게만 너무 많은 기대와 책임을 강조하지 말고 ‘의협이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 줄 것인가?’에 앞서 나는 과연 내가 속한 단체인 의협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 하고 행동해야 의사들도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고 의협도 달라 질 수 있을 것이다. 의사들은 선거철만 되면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를 외치지만 겉으로 드러내는 공허한 정치세력화와 부질없는 구호(口號)보다 환자와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 것이 곧 진정한 정치세력화 임을 이젠 알아야 하고, 많은 회원들이 「뉴라이트전국연합」같은 시민단체에 가입하는 정도가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진료환경에서 최선의 진료를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좋은 정치세력화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