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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왕,

  • 입력 2019.06.07 11:18
  • 기자명 신승철(블레스병원장,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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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그 왕, 독약을 보약으로 포장해서 팔아먹는 일에 능하지.

: 그러니 겉으로 보자면, 그게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기가 매우 어렵지.

점차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벌거벗은 왕의 모습,

머리에 뿔이 난 반수반인半獸半人말이지.

강렬한 햇빛에 노출되면 - 이건 영, 실수라며

어색한 미소나 짓는 (황량한 욕망,)

 

아마 그 왕, 옛 거울 들여다본 적이 없어

정작 제 몸이 (조용히) 썩어가는 줄 알지 못했으리라.

 

  허둥지둥 요란한 괭가리 소리를 좇느라, 남의 때나

  벗기는 일로 바빠, 아무 때고 공중부양 할 수 있다는

  부적符籍, 지녔다는 자긍심도 있어...

 

그리고 날마다 몸 뒤틀며, 어둠 향해

발광發光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송장,

우리의 고독, 우리의 사랑 잡아먹으며

간신히 연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귀신들 쫓아낸다고

백주에 굿판 벌이곤 했다. 몸 아픈 귀신들

아직 사지死地에서 헤매고 있다.

 

남의 꿈속에 함부로 들어가, 불우한 정령들

불러다놓고, 즐겨 불장난했다. : 이야말로

초헌법적 발상이다. ; 그는 알아챘을까.

조상들에게 얼마나 미안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인지,

 

내 속에 의심 많던 소심한 사람들, 그것 향해,

손가락질 많이 해댔다. : 그러나 그는 완강했다.

원시적인 그 손가락들 잘라 버려, 그것들,

박물관에나 보내져야 마땅하다고 판단했으니까.

 

  그의 모든 것, 현대의학 깡그리 무시하는

  질병 그 자체인 것인가, 아니면 죽음까지도

  희롱하는 멋진 예술가적 상상에서 나온 것인가.

 

혁명의 살은 없고, 혁명의 뼈다귀만 돌아다닌다.

눈치 보는 사기꾼들, 덩달아 날뛰고 있다.

 

뿔이 없는 사람들,

아무 것도 아닌 그 진리, 그 낭만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 혼자서는 제 생명 꾸준히 낙관하고 있다.

꼿꼿한 의지, 투철한 그 실험정신 -

아무튼 무지 대단하게 보이거든,

그 진리의 촛불 - 그 낭만에 깔려죽는 사람들,

보이지 않을 때까지 - 밤낮으로 계속 굴러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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