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저널]작은 물웅덩이에
산과 구름과 하늘이 내려앉아
어둑어둑한 유령이 되었네.
밍숭맹숭한 이 고독, 기억의 오랜 잔해와도
같은 형상들, 이 산송장에게 물었지.
: 넌 지금 어디쯤에 있냐고
그다지 민망스럽지 않았지.
허나 이 바닥에까지 와 대체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이냐.
궁색한 그의 침묵
한동안 내버려뒀더니
점차 유려해지는 솜털의 몸 ; 가까이
내게 더듬거리면서 총기 있는 눈빛으로
말하는 소리
비록 이것은 시작이 없는 어둠이 빚어낸
보잘 것도 없는 유령의 형상이지만
여기 오가는 빛과 나눌 얘기는 많다고
이 은유의 침묵 속엔 네가 알지 못하는
은하계의 많은 비밀도 숨겨져 있다고
작은 물웅덩이에 내 오감五感 빌려주고 있는 동안
뜻도 모르고 얼었던 옛 눈물 스르르
녹아지고 있다는 즐거움 잠시 누렸다.
그러나 주변 작은 관목 숲이 드리운
의심 많은 그늘에 눈길 멈추어지자
불현듯 깨닫게 되었지.
내가 서서히 타락해버리고 있었다는 사실,
썩지도 못하고 간신히 그 형해形骸만을
유지하고 있는, 이와 같은 신선神仙일지라도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 - 이런 형상은
뼈 무더기와 진배없는 것
이것은 흡사 짝 잃은 황새가 허공을 향해
토해내는 아주 어색한 울음소리와도 같은 것
이 생의 끝자락에 몸 버리기가 안타까워
그 흔적이라도 남기고픈 마음에서 그가
빚어낸 고달픈 휴지休紙와도 같은 것
프랑스 프와티예대학교 불문학 석사, 리모쥬대학교 박사
1990년 소설 <경마장 가는 길>로 소설가로 등단.
1994년 영시집 <Blue Meditation of the Clocks>(시계들의 푸른 명상)을 미국에서 출간함으로서 미국에서 시인으로 등단. 2003년 불시집 <Les Hirondelles dans mon tiroir>(내 서랍 속의 제비들)을 출간함으로서
프랑스에서 시인으로 등단. 2019년 첫 개인전 <시계들의 푸른 명상>을 열어 화가로 등단. 소설, 시집, 소설이론서 및 철학서 등 다수 저술, 미술작품으로는 ‘우주피스 공화국’ 등 89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