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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웅덩이 사색 2

  • 입력 2019.08.02 11:11
  • 기자명 신승철(블레스병원장,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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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이 작은 물웅덩이에 사는 유령들
; 설령 그 이름이 있다 해도 이름이 없음이다.

그것들, 가냘픈 바람에도 쉬이 흔들리고
쉬이 부서지며, 쉬이 울 줄만 안다. : 형상을
멀리 두고 감각만 예민해진, 저 가상假相의
부실한 생명체들,

이 유령들 필경 어떤 불운不運이 다가와도
그 불운을 예감조차 할 수 없겠지. 그러나
그 정도라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

하지만 거침없이 자란 저 푸른 풀줄기들
이제껏 이 땅에 붙어살며 딴은
무슨 자랑 따위를 하며 지냈던 것이냐.

(제 무명無明을) 여린 빛으로나 설렁거리며
아무 걱정거리도 없다는 한가한 몸짓들...

거센 비바람에 풀줄기들 몇 번이고 휘어지고
넘어지고 부러짐으로 모종의 아픔이 있었어도

그 아픔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본래) 그런 무상無常의 풀줄기들이 아니었던가.

만일 아픔이 있다면 - 내 관심 떠나야
그 아픔의 사태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리라.

시무룩해 보이는 이 돌덩이도 - 내 관심이 떠나야
어둠 속에서 황금 같은 빛을 비로소 내게 되리라.

돌아서니, 드넓은 이 적막 속에서
허전한 거울과도 같은 이 작은 물웅덩이와
거칠게 자란 풀줄기들은 서로가 잘 어울려
그윽한 풍치 이루었다.

매우 낯이 익은 사원寺院만 같다.

 
▲ 고향의 봄 2015 /  45.6 x 27.3cm / oil on canvas
▲ 고향의 봄 2015 /  45.6 x 27.3cm / oil on canvas

이영희 화백

- 개인18회 (현대미술관, 조선-백송화랑, 갤러리사비나, 갤러리 상, 예술의전당 미술관 등)
- 2008 서울미술대전 - 한국현대구상회화의 흐름전 (서울시립미술관)
- 2005 제11회 인도 트리엔날 (인도 뉴델리)
- 2005 한국구상대전 초대전 (예술의전당 미술관)
- 2002~2009 살롱드 쁘랭땅국제회화제 (서울갤러리, 요코하마 시민갤러리 등)
- 2002~2008 신 미술회전 (서울갤러리, 광주시립미술관 등)
- 2001 갤러리 사비나와 작가들 (갤러리사비나 기획)
- 1998~1999 화랑미술제 (예술의전당 미술관, 갤러리사비나)
- 1999 길 전-한국의 길 (예술의전당 미술관 기획)
- 1998 물의 풍경전 (갤러리 상, 갤러리사비나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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