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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무새의 초상> 물짱

The Best Penis

  • 입력 2019.08.26 10:40
  • 기자명 정정만(성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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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물건 전시장 남탕(男湯). 천태만상의 물건들이 가랑이 정점에서 ‘라이브 쇼’를 벌린다. 귀엽고 앙증맞은 풋고추부터 거의 한계수명에 도달한 역전의 용사가 그 곳에 있다.

가늘지만 기다란 연필이 있고, 짧지만 통통한 절굿공이도 있다. 대가리 테두리가 불거진 독사(毒蛇)가 웅크리고 있는가 하면 뿌리에 근접할수록 폭이 커져가는 피라미드도 보인다. 생김새, 피부 색깔에 따라 이미지도 가지각색이다. 어쩐지 애잔하게 보이는 ‘청순 가련형’, 공짜 시식(侍食)에 이력 난 ‘건달형’, 무위도식을 일삼는 ‘백수형’, 금세라도 일통 저지를 것 같은 ‘범죄형’, 오직 한 구멍만 파는 ‘의리형’, 곁눈질과 외도로 동굴 탐사에 탐닉해 온 ‘탐구형’. 모두 한데 어우러져 벌리는 춤사위가 다채롭다.

모가지에 반지를 두른 놈, 몸체에 구슬이 박힌 놈, 온몸이 찌그러져 울퉁불퉁한 놈, 아랫배 기름덩이에 묻혀 자빠진 놈, 바나나처럼 구부러진 놈, 새끼줄처럼 꼬여 있는 놈 등 망칙한 흉물들도 덩달아 몸을 흔든다. 거들먹거리는 놈과 움치는 놈이 공존하고 우월과 열등이 맞부딪치는 도떼기시장이다.

물짱은 달린 사람들의 꿈이요, 희망이다. 대체진피이식(代替眞皮移植)과 물건을 치골에 고정시키는 밧줄을 적절하게 절개하는 수술 방식이 물짱의 꿈을 실현하는 현실적 방안이다. 그러나 물짱 만들기 효시는 ‘잡아 늘이기’였다. 물건에 추를 달거나 펌프를 장착하여 물건의 길이를 점진적으로 늘이는 방식이다. 우간다 북주의 카라모자 부족에서 인도의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족이 물건 잡아 늘이기로 물짱을 도모했다. 갠지스강 상류에 살고 있는 금욕주의 집단, 인도 성인들은 물건에 신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물건에 추를 매달아 물건 기장을 30~45cm까지 늘렸다고 한다. 달린 사람들 중 일부는 요즘에도 280~620gm의 다양한 무게 추를 달아 물건 기장을 매년 4cm정도 늘린다. 최근에는 물건을 늘려주는 길이 연장 기구(Penile Extender)도 시판되고 있다.

하지만 한때 ‘이쁜이 수술’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늘어난 질 벽을 재단, 재봉하여 ‘입장객’의 몸체에 옷의 치수를 맞춰주는 구멍 리모델링이었다. 여리고 민감한 속살을 도려내고 꿰매는 지독한 아픔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술대 위에 드러눕는 여성의 용기는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물건에 ‘꼭 끼는’ 촉감을 선사하려는 애틋한 자기 헌신이요, 여필종부의 마지막 잔재라는 시각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물건의 ‘끼’나 ‘곁눈질’을 차단하고 물건을 독과점하고자 하는 잠재된 여심(女心)의 발로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제 사정을 사뭇 달라졌다. 뒤바뀐 남녀의 위상 때문일까? 구멍줄이기보다 물건 키우기의 수요가 훨씬 늘어났다. 갑자기 사내의 물건이 초췌해진 것일까? 여자의 기세에 눌린 물건이 잔뜩 주눅이라도 든 것일까? 요즘 사내들 물건이 영양실조라도 걸린 것일까?

길지 않은 세월 동안 몸체와 의복의 상관관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몸에 걸친 의상이 헐렁한 이유를 몸체에 비해 큰 치수의 옷 때문이 아니라 빈약한 몸집 탓이라는 세태의 변천에서 기시된 것이다. 예전과 달리 여자의 끗발(?)이 좋아져 입구 凸의 확장을 통해 요철(凹凸)의 최적 맞춤을 추구하는 신 기류 때문이다.

‘명기(名器)’를 논할 때 최고로 꼽는 항목은 속 좁은 여자다. 턱없이 통 큰 여자는 남자로부터 좋은 품평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속 좁은 여자가 단연코 질 좋은 여자라고 한다.

사내들에게 ‘Good Sex’의 요건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놀랍게도(어리석게도?)물건의 크기와 구멍의 죄는 힘이라고 답변한다. 한마디로 속 좁은 구멍과 장대한 물건 결합이 최상의 맞춤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낭설이 뿌리를 깊게 내려 ‘이쁜이 수술’의 유행을 낳았고 오늘날 성기 확대 수술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우람한 물건’, ‘속 좁은 여자’가 정말 최고 성적(成績)의 요건일까?

물짱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내들의 집념은 무섭다. 아무 결함없는 멀쩡한 물건을 학대하기 일쑤다. 마취도 없이 용해시킨 파라핀, 바셀린을 쑤셔 넣어 몸집을 부풀리고 금붙이,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등 보석류를 집어 넣는 몸치장에 바쁘다. 여성의 입에서 마구잡이 음성(淫聲)을 끌어내는 저력은 물건의 크기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철 맞춤은 상대적인 것이다. 더구나 물건은 규격 공산품이 아니다. 정밀성이 전제되는 볼트와 너트의 기계식 맞춤과 장시간의 절구질만이 여성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자웅 맞춤은 물리적 결합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양자간의 친밀감이 구멍과 물건의 밀착도를 자동 조절하는 비빔 맞춤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력(握力)이 탁월한 구멍과 거대한 물건은 여전히 명기의 기준으로 회자되고 있다.

명기는 연주자의 기량으로 만들어진다

물건을 배려하는 구멍의 여유와 ‘질바라지’를 아끼지 않는 물건의 노력 말이다. 물건의 힘은 몸집에서 나오지 않는다. 물건의 힘은 어차피 제한적이며 의지의 통제 밖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물건의 성격은 지독한 내향성이다. 비하나 펌하에 쉽게 상처를 받고 격려나 칭찬을 받으면 즉시 넘치는 힘으로 답례한다.

물건의 힘은 여성 수익자의 격려와 응원에서 나온다. 단 한 마디의 갈채에 용기 백배하는가 하면 무심코 뱉어낸 작은 질책만으로도 금세 주저 않는 타고난 물성 때문이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는 여성은 현명한 수혜자다. 물건을 실용적으로 다루는 기술을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입만 벌린 채 맛있는 먹이만 기대하는 여성은 불량한 성적(性績)을 모두 물건 탓으로 돌린다. 물성을 몰라 물건의 시혜를 받지 못하는 여성이다.

물건은 자의식이 강하다. 모욕을 당하면 오기를 부리며 반항한다. 볼품이 빈약한 물건이라도 찬사를 받으면 단순한 성구(性具)이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성국(性局)을 완전 장악하는 역동적 물건으로 변신한다. 여자를 죽여주는(?) 물건의 조건은 단순한 힘이 아니다. 구멍의 감열 지역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밀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화용하는 여유와 기량이다.

유기(遺棄) 된 오지(奧地)에 뿌리를 내리고 묵묵히 자신의 업무에 헌신하는 사내의 물건. 폐수(廢水) 방류로 생체 질서를 유지하고 경천동지하는 쾌미(快味)에 씨앗을 섞어 인류의 종맥(縱脈)을 이어온 위대한 물건! 사내의 엔진이요, 상징인 녀석이야말로 문명사회의 대역사를 창출한 인체의 총아요, 대들보임에 틀림이 없다. 사나이가 무너지면 녀석의 위용이 허물어지고 녀석이 폐기되면 사내의 존재 가치 또한 무위(無位)가 된다. 사내의 유별난 물건 집착증을 포용해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달린 사람과 뚫린 사람은 여전히 물건의 거포화와 구멍의 협소화에 매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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