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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더욱 행복해지는 부부관계 Ⅱ

  • 입력 2019.10.15 13:36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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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부부가 마음을 맞춰가는 3단계

지금까지 부부가 다른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맞추어가나 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처음에 말한 부부의 일심동체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나는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체는 아예 안 되는 것이고 일심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심의 가능성을 불교경전에서 발견하기 전까지는 앞서 언급한 원로 정신과 의사의 이심이체 주장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마음이 일심동체라는 견해를 최상의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불교경전을 읽고 일심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전을 소개하겠습니다.

『고씽가 법문의 작은 경』(맛지마 니까야 제2권 41~51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붓다는 어느 날 아누룻다, 난디야, 낌빌라라고 하는 세 명의 제자가 수행하고 있는 숲을 찾아갔습니다. 이 중 아누룻다는 후에 붓다의 십대제자 중의 한 사람이 된 사람으로 천안통(天眼通)이 제일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누룻다가 아직 깨닫기 전에 수행을 할 때 이야기입니다.

붓다는 같이 모여서 수행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몇 가지를 확인합니다.

먼저 음식을 포함해서 지내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를 알아봅니다.
두 번째, 게으르지 않고 정진하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세 번째, 게으르지 않고 정진하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정진해서 뭘 경험했는지 알아봅니다.

스승으로서 제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엄격함이 잘 느껴졌습니다. 내가 일심의 가능성을 본 것은 붓다가 제자들이 어떻게 화합해서 지내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 제자들이 한 대답에서였습니다. 그 대화를 소개하겠습니다. 붓다는 제자들이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이들 중 제일 큰 제자인 아누룻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누룻다여, 화합하고 서로 감사하고 다투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융화하며 서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지내기를 바란다.” 그러자 아누룻다는 그렇게 지낸다고 대답했습니다.

붓다는 다시 어떻게 그렇게 지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누룻다가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대답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내가 이 도반들과 함께 수행하는 것은 참으로 나에게 이롭고 유익한 일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기 존자들에게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자애로운 신체적 행위를 일으키며,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자애로운 언어적 행위를 일으키며,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자애로운 정신적 행위를 일으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내가 나의 마음을 버리고 이 존자들의 마음을 따르면 어떨까’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의 몸은 여러 가지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몸은 다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

붓다가 나머지 두 제자에게 똑같이 묻자 그들도 아누룻다와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두 제자의 대답이 끝난 후 아누룻다가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저희들은 화합하고 서로 감사하고 다투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융화하며 서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경을 보고 부부관계에서 마음이 하나 될 수 있는 길을 보았습니다. 이 경에서의 일은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이 세 사람이 깨닫기 전이므로 우리와 비슷한 상태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할 수 있었으면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에서 세 사람은 3단계를 거쳐 마음이 하나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아누룻다 등은 ‘이 도반들과 함께 수행하는 것은 참으로 나에게 이롭고 유익한 일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같이 수행하는 사람을 소중하게 느낍니다. 그런 후 혼자 있을 때나 같이 있을 때 생각으로나 행동으로나 말로 그 사람들에 대한 자애로움을 표현합니다.

더 나아가서 자신의 마음을 버리고 그 사람들의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삼습니다. 수행자는 세 사람이 있지만 마음은 하나이니 갈등하고 충돌할 일이 없습니다.

나는 이 세 사람이 자기의 마음을 없앴다고 주체성을 잃고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갈등을 일으키고 충돌을 일으키는, 자기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없애고 세 사람이 화합할 수 있는 마음을 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 수행자가 한 생각은 부부 사이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배우자에 대해 ‘이 사람과 함께 가정을 이루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나에게 이롭고 유익한 일이다’라고 생각하며 배우자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그 다음 배우자와 같이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 소중한 배우자에 대해 생각으로나 행동으로나 말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이것을 더 발전시켜 나의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화합하기 위해 배우자의 마음으로 내 마음을 삼습니다.

인간관계는 상호적입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3단계는 각각이 상대로부터 좋은 반응을 유발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은 피하려고 합니다. 일심으로 가는 3단계는 상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응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잘해 주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잘해 줄 마음을 내겠나.’ 이 말도 이해가 됩니다. 비록 지금은 그렇더라도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랬으면 만나지도 않았을 거니까요. 언젠가부터 그랬을 것입니다. 화나는 마음, 섭섭한 마음을 내려놓고 보면 내가 힘들었던 만큼 상대방도 힘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구든 내가 그런 것처럼 잘 살고 싶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것이 잘 안될 때 나름대로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데, 그 방법이 틀렸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 자신과 상대가 이해됩니다. 그러면 앞서 말한 3단계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부부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느냐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부부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두 가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달라서 힘들 수도 있고 달라서 풍부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마음이 하나가 되는 3단계를 실천해 보는 것도 행복한 부부관계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한 마음이 될 수도 있고, 하루에 한 번 잠깐 한마음이 될 수도 있고, 일주일에 한 번 해 볼 수도 있고, 결혼기념일에 이벤트로 할 수도 있습니다.

부부가 마음이 하나 되는 가능성을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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