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암 투병한 부인의 선물

  • 입력 2020.03.09 10:29
  • 기자명 박혜성(혜성 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66세 여성이 해성산부인과에 왔다.

그녀는 16년 전에 골수암 진단을 받고 거의 완치판정을 받았지만, 현재까지도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과거에 가정과를 나와서 현모양처가 꿈이었고, 교사생활을 몇 년 하다가 골수암 투병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이제 거의 암에서 해방이 되었고, 좀 살만하니까 남편에게 무언가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질레이저를 받고 남편에게 성관계를 선물로 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녀가 암 투병 생활을 할 때 그녀의 남편과 딸 둘은 그녀를 위해서 정말로 헌신적으로 병간호를 했다. 그녀가 골수이식을 받거나 항암제 치료를 위해서 입원을 했을 때 그녀는 같은 병실에 있던 환우들이나 그녀의 남편을 많이 봤다. 그런데 환우의 남편들은 다른 환우의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냈다. 그래서 그녀도 그 노하우를 알게 되었다. 암 투병을 하는 환우의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면 그는 병원에 잘 붙어있지 않고, 당연히 병간호를 소홀히 하고, 자기 부인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불친절했다. 그런 남편이나 가족이 있는 환우들은 골수이식을 받다가 혹은 항암제를 맞다가도 자신의 생명줄을 놓아버렸다고 한다. 약간의 원망 섞인 말투나, 혹은 무언, 자신에게 한 번의 ‘눈 흘김’만으로도 환우들은 금방 자신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한다. 특히 치료비 때문에 자식이나 가족이 힘들어하면 골수이식에서 깨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암 투병을 하는 환우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런 가족이나 남편의 태도를 보면서 환우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그런 얘기를 하는 그녀나 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또한, 암 환우 중에 의사의 말의 반대로 행동한 환우 모임 대장이 있었다고 한다. 의사가 항암제를 처방해주면 인터넷 여기저기를 찾아보고 의사의 말에 반박하고, 약도 먹지 않고, 자기

맘대로 하다가 일찍 사망한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자신은 모든 문제는 전문가의 말을 따르고 전문가에 맡긴다고 한다.

그녀는 가족의 사랑과 도움으로 암을 이겨냈다. 그런데 그녀가 이제 완전히 암을 탈출하고 나니까 그녀는 폐경이 되었고, 6살이나 젊은 남편의 소망을 알게 되었다. 아직 젊고 건강한 남편은 그녀와의 성관계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에게 성관계를 해 주기 위해서 물이 잘 나오고 탄력 있는 질을 선물하기로 했다. 혹시나 몰라서 해성산부인과에 도착해서 기다리는 동안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당신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서 산부인과에 왔어.”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지 말란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이 무언의 승낙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남편은 정년퇴직을 일찍 하고, 그녀를 위해서 물 맑고 공기 좋고 먹거리가 좋은 전라남도 시골로 내려가기로 했다고 한다. 귀농해서 적게 먹고 소박한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고자 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평화가 있고, 지혜롭고 건강한 마음이 있고,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있었다.

암 투병 때 옆에서 그녀를 지켜주고 헌신한 남편에게 선물을 준비해서 돌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에게 시집을 간 두 딸이 있는데, 그녀가 암 투병을 할 때 같이 고생한 딸들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녀가 딸의 자식들을 돌봐주고 있다. 그런데 딸과 사위가 싸움을 하면 그녀는 반드시 사위 편을 들어주고, 손주들을 봐 줄 테니 호텔에 다녀오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부부싸움 칼로 물 베기’가 되고 사위들이 장모에게 용돈도 주고 너무나 잘한다고 한다. 그리고 딸에게 신신당부한다. 사위가 직장에 가면 주변에 젊고 예쁜 여자들이 많으니까 딸에게 머리를 수세미로 만들지 말고 예쁘게 가꾸고 있고, 남편이 화를 내면 성관계를 해 주라고 충고를 한다. 남자에게는 섹스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별로 없으니까, 그리고 남자들은 섹스를 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을 하니까 일단 먼저 성관계를 하고 따질 것은 다음에 따지라고 했다.

여자와 남자는 뇌가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그것을 따지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녀는 남녀의 다름을 인정한다고 한다. 뇌를 열어보면 남녀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딸들에게 남자의 뇌를 이해하는 교육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정말로 중요한 일은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고 남편에게 설명하고 남편이 이해해야 성관계를 해 주었다. 왜냐하면, 성관계를 해 버리면 남편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줍어하면서 따뜻하고 현명한 그녀의 철학과 삶에 존경심을 느낀다.

그리고 남은 인생을 그녀의 남편과 그녀가 깨가 쏟아지게 잘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한 번 잃을 뻔하다. 얻은 생명이기 때문에, 그녀는 그녀에게 남아있는 젊음이 엄청나게 소중한지 알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지금도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죽으면 썩을 몸, 아끼지 말고 줘!”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