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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와 암 줄기세포
  •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
  • 승인 2021.08.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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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우리 몸은 방어기전이 있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암세포가 되는 건 아니며, 암세포가 생겼다고 해서 모두 암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일단 암세포가 되면 정상세포와는 다른 특성을 보여, 다른 세포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는 일반 세포와 달리 주변 세포를 잠식하면서 성장・분열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암세포가 영역을 넓혀 덩어리가 된 것이 ‘종양’이다. 그런데 종양을 이루는 암세포들은 균일하지 않고 형태나 유전적 특징이 매우 이질적이다. 즉, 종양 덩어리는 다양한 형태의 암세포로 이루어진 것이다. 어떤 조직에서든 각각의 구성원에게는 고유한 임무가 있고, 위계질서가 있듯이 암 덩어리 내에서도 각각의 암세포는 고유한 역할을 하는데, 암 조직 내에서 대장 역할을 하는 암세포가 암 줄기세포다. 종양 덩어리를 이루는 암세포들 중 종양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가 따로 있는데, 그 세포가 암 줄기세포인 것이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21세기 생명공학의 꽃이라고 불린다. 줄기세포는 몸 안의 다른 세포와 다른 특징이 있다. 줄기세포는 스스로 분열하고 증식하는 능력이 있으며, 항상 미분화 상태를 유지하고, 조건이 주어지면 특정 세포로 분화하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기 재생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다.

줄기세포는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줄기세포의 활동은 배아 발달 시기에 가장 왕성한데, 난자와 정자가 결합한 후 며칠 되지 않은 수정란의 경우 뇌, 심장, 간 등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세포들을 배아 줄기세포라고 한다. 배아 줄기세포는 분열・증식과 분화를 반복해 태아의 여러 장기로 분화한다.

수정 후 3~5일 된 상실배기(Morula stage, 桑實胚期) 배아 내부에는 내세포괴로 불리는 30~40개의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가 증식하고 수백만 개의 세포로 분화하여 위, 심장, 폐, 뼈, 피부 등 태아의 몸을 만든다. 실험실에서 일정한 조건하에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분화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다가, 배아 줄기세포가 자라도록 방치하면 배아 모양의 세포 덩어리를 형성하며 분화하기 시작한다. 과학자들은 배아 줄기세포를 특정 세포로 분화시켜 질병 치료에 이용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배아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세포로 분화시킨 후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면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듯 배아 줄기세포는 몸을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전분화능(全分化能)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성체 줄기세포는 조직이나 기관의 분화된 세포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미분화 세포다. 뇌나 골수, 피부 등 이미 성장한 사람의 신체조직에 있는 줄기세포로, 구체적 장기의 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세포다. 배아 줄기세포처럼 자기 스스로 증식할 수 있으며, 특수한 기능을 가진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혈구세포를 끊임없이 만드는 골수세포가 성체 줄기세포다. 몸속의 피는 한 번 만들어지면 끝이 아니라 수명이 있어서, 혈액 내의 적혈구와 백혈구 등은 계속 파괴되고 골수에서 새로운 혈구들을 계속 만들어낸다. 특히 백혈구는 과립구(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 단핵구, 림프구와 같이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전능하지 않다. 모든 장기세포로 분화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세포로는 분화된다는 말이다. 성체 줄기세포의 주된 역할은 성숙한 조직 내에 아주 소량 존재하면서 조직이나 기관의 세포를 유지하고, 손상된 세포가 있으면 치료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배아 줄기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고, 성체 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만 분화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 중간쯤 되는 것이 태반 줄기세포다. 아기를 출산한 후 잘라낸 태반에도 줄기세포가 있는데, 이를 오랜 기간 보존하면 나중에 아이가 성장한 후 병이 생겼을 때 이 줄기세포를 가지고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 

암세포는 미분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특정 기능을 갖는 세포로 분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암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열만 하고 무한정 증식하는 질병이다. 암세포는 태아의 발생 초기 수정란이 배반포가 되기 전에 분열・증식만을 거듭하는 양상과 매우 유사하다. 배반포가 형성되면 특정 기능을 갖는 세포로 분화된다. 따라서 분열・증식만이 가능한 미분화된 암세포를 특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다면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암 줄기세포의 발견

암 줄기세포는 종양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를 말하는데, 정상적인 줄기세포와 마찬가지로 모든 세포형을 만들 수 있다. 암 줄기세포는 암 조직의 1% 내외다.

암 줄기세포는 1997년 존 딕 박사가 최초로 발견했다. 백혈병에서 암 줄기세포의 존재가 밝혀진 이래, 2000년 초부터 유방암, 뇌종양, 대장암, 전립선암, 흑색종에서도 암 줄기세포의 존재를 확인했다. 현재는 거의 모든 암 종에 암 줄기세포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암 줄기세포는 암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개미나 벌 집단에서 여왕개미, 여왕벌 같은 역할을 한다. 여왕벌만이 벌 조직의 구성원인 새끼 벌을 만들어낼 수 있고, 여왕벌이 만들어낸 새끼들은 성장하면서 각각 고유한 역할을 하는 구성원이 된다. 일반 벌을 죽여서는 벌 집단이 파괴되지 않지만, 여왕벌을 제거하면 벌 집단이 무너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암 줄기세포도 암 덩어리에 존재하는 일부의 세포로, 암 줄기세포를 제거하면 암이 완전히 치료될 수 있다. 

암 줄기세포는 암 덩어리 내의 어디에 존재할까?

여왕벌은 먹는 것 자체도 일벌과 달라서, 일평생 일벌이 입에서 뿜어주는 로열젤리만 먹는다. 또 평생 알만 낳고 종족을 번식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여왕벌은 벌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서 주위의 다른 일벌들로부터 보호받으며 산다. 이와 마찬가지로 암 줄기세포도 암 덩어리 내에서 일반 암이 존재하는 곳이 아닌 아주 특별한 부위에 있다. 

암 줄기세포는 암 덩어리 내에서도 어디에 있을까? 암 줄기세포가 존재하는 미세 환경을 니치(niche)라고 하는데, 새의 알이 담긴 새의 둥지를 가리킨다. 암 줄기세포에서 새의 둥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은 산소 농도가 낮은 부위와 혈관 주위, 그리고 정상 조직과 접한 부위로, 이곳에 암 줄기세포가 존재한다.

암세포가 만들어지면 혈관으로부터 약 150마이크로미터 범위 내에 있는 암세포에는 확산에 의해 모세혈관으로부터 산소가 공급된다. 150마이크로미터를 벗어난 지역은 저산소 구역으로, 저산소 구역의 암세포는 암 줄기세포 유전자를 발현하여 암세포가 이용하는 발효대사로만 살아가는 암 줄기세포로 변신한다. 이처럼 암세포가 저산소 지역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진화한 결과, 암 줄기세포가 된 것이다. 이렇듯 암세포는 정상세포는 살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 산다. 산소와 영양 부족을 겪어야 암세포는 배아세포 단계일 때 작동하는 유전자(Oct4, Sox2, Nanog)를 발현시켜 암 줄기세포로 바뀌는 것이다.

암 줄기세포가 되면 특정한 주위 환경의 도움을 받아 계속 유지한다. 어떠한 환경이 암 줄기세포를 도와줄까? 혈관과 주위 염증 반응이다. 따라서 혈관을 없애버리거나 염증을 제거하면 암 줄기세포는 도움을 못 받기 때문에 암 줄기세포의 생명이 유지되지 않는다.

태아 발생 과정과 암 발생 현상은 매우 유사하다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암 줄기세포의 형성 환경이 인간 태아의 발생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태아의 발생 생리를 살펴보자. 난소에서 배란된 난자가 정자를 만나 수정되면 수정된 1개의 수정란이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태아를 만들기 위해 양적으로 성장해야 하므로 곧바로 세포분열을 시작한다. 수정된 난자는 약 30시간쯤 지나면 수정란의 첫 번째 분열을 시작해서 2개로 분열된다. 이때의 분열을 난할(卵割, cleavage)이라고 한다. 수정란은 난할을 거듭하여 세포의 수가 늘어난다. 세포가 늘어나 할구를 셀 수 없는 단계가 되면 자잘한 세포들이 꽉 들어찬 산딸기 모양으로 변한다. 이 단계를 상실배(morula, 桑實胚)라 하는데, 뽕나무 열매인 오디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난할이 거의 끝나는 이 단계가 지나면 분할된 세포군들은 모양을 바꿔 외측을 둘러싸는 영양층과 안쪽의 내세포괴로 나뉜다. 이를 배반포(blastocyst, 胚盤胞)라 하는데, 속이 빈 구 형태의 세포 덩어리다. 인간을 비롯한 다세포동물의 발생 초기에 난할기가 끝난 배(胚)는 아래쪽에 세포괴가 있고 위쪽은 비어 있는 공과 같은 형태인데, 이 상태가 배반포로 불리는 포배(blastula, 胞胚) 상태다. 대개 6일쯤 되면 수정란은 포배 상태가 되어 자궁벽에 착상하는데, 이것이 임신이다. 

난관에서 일어나는 수정란의 세포분열을 난할이라고 하는 이유는, 수정란이 난관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세포의 숫자는 늘리되 분열이 거듭될수록 세포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궁에 착상한 수정란은 난할 형태의 분열이 아니라 덩어리(Blastomere, 할구)째 나누는 분할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세포 하나하나가 각 장기의 세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즉, 배아 줄기세포가 되는 것이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형성된 수정란은 난관을 통과해 자궁에 안착한다. 이를 착상이라 한다. 난관은 혈관 자체가 차단돼 있으니 산소가 없으며, 자궁에 착상한 후 태반이 만들어지고 혈관이 만들어져야 그때부터 산소가 들어오게 된다. 자궁에 착상한 배반포는 내세포괴(inner cell mass)와 세포영양막(trophoblast)으로 분화된다. 내세포괴는 태아가 되고, 세포영양막은 태반이 된다. 세포영양막은 배아기 때 모체의 태반을 구성하는 배반포의 외형을 형성하는 특정 세포로, 착상은 세포영양막이 태반을 만들기 위해 자궁 내막을 뚫고 들어가 산소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엄마의 혈관을 찾아가 혈액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든다. 

암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난다. 크기가 1~2밀리미터 이하로 작은 암 발생 초기에 세포 수가 많지 않을 때는 암세포는 혈관을 통한 영양 공급 없이 주위의 정상 모세혈관으로부터 확산에 의해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생존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줄 혈관이 필요 없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암이 성장하고 전이하려면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새로운 혈관이 필요하므로 암 전용의 새로운 혈관을 만든다. 이렇듯 저산소 상태에서 생존한다는 점에서 세포영양막과 암세포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정란은 10개월 정도 자궁에 있으면서 오직 하나의 세포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60조 개의 세포를 가진 3.4킬로그램의 완전한 인체로 자란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크는 암세포는 없다. 암세포 하나가 이렇게 빨리 자란다면 살 수 없을 것이다.

태아 때 작동되는 유전적 프로그램과 암세포가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 유사하므로, 태아의 발생 과정과 암의 발생 과정은 실제로 유사한 점이 많다. 수정란은 2세포기, 4세포기, 8세포기 때는 Oct4, Sox2. Nanog와 같은 배아 유전자가 발현되고, 착상 직전 배반포 배아에서는 SALL4 배아 유전자가 발현되어 분화를 억제한다. 한편 암 줄기세포는 체세포가 배아 줄기세포로 되돌아간 것과 같아서, 배아 줄기세포 때 작동되는 유전자가 발현된다. 따라서 암세포는 배아 때 발현되는 유전자를 발현하여 분화를 억제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복제하여 암세포를 생산한다. 

정상적인 줄기세포가 추가적인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암 줄기세포가 되면, 암 줄기세포로부터 유래한 분화된 세포는 암 줄기세포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성질을 갖는다. 암세포를 만드는 암 줄기세포를 100% 암세포로 분화시키면 어떻게 될까? 또 암 줄기세포를 배아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킬 수 있을까? 암세포는 배아에서 발현되는 배아 유전자를 다시 발현하여 분열・증식만 하고 분화가 억제되므로, 배아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면 역분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줄기세포의 특성을 제거하면 암 줄기세포가 분열・증식을 멈추고 암세포로 분화될 것이고, 이때 항암 치료를 병행하면 효율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암의 재발은 항암제에 죽지 않고 살아남은 암 줄기세포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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