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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다스리면 욕망도 다스릴 수 있다.

  • 입력 2022.03.15 14:17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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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생각은 자동으로 이뤄지고 굉장히 빨리 미세하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관찰력이 좋지 않으면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을 잡을 수가 없어요. 그 순간을 못 잡으니 처음 일어난 생각에 이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들을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생각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는 게 보통 명상입니다. 명상을 해보면 처음 깨닫는 것이 ‘내가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나!’입니다. 이전에도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하긴 했지만 자각하지 못하던 것을 명상을 하면 알아차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자기한테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보기 시작하는 건 엄청나게 큰 수확입니다. 생각을 하는 도중에 ‘아 내가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리든, 생각이 미세하게 일어나려고 할 때 탁 알아차리든, 이렇게 생각을 계속해서 알아차리면 발전이 이뤄집니다. 재일 좋은 것은 첫 생각이 일어날 때 탁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생각이 나자마자 바로 사라져 없어집니다. 이게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불꽃놀이에서 불꽃을 쏘아 올리면 팡 하고 터지고 바로 꺼지거든요. 그 다음엔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요. 생각이 날 때 알아차리면 바로 그런 느낌이 듭니다. 생각이 나자마자 탁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생각 다스리는 게 잘되면 욕망도 다스릴 수 있게 됩니다. 생각이든 욕망이든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인데 원리는 동일하거든요. 그러니 첫 생각을 바로 알아차려서 생각의 연쇄를 잡듯이, 첫 욕망을 바로 알아차리면 욕망의 연쇄 및 그에 따른 부작용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요즘 폭식이나 과식 같이 먹는 일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먹고자 하는 욕망을 관찰해보면, 처음에 미세하게 일어나는 것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그때 탁 알아차리면, 먹고자 하는 욕망이 사라져서 어렵지 않게 안 먹을 수 있습니다. 성욕을 잘 처리하지 못해서 사회적인 문제가 일어나는 일도 종종 있는데, 이 역시 마음을 잘 관찰하여 미세한 성욕이 일어났을 때 바로 알아차리고 내려놓을 수 있으면 그게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몸이 움직이는 걸 먼저 관찰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몸은 마음보다 둔하기 때문에 몸 관찰은 마음 관찰보다 좀 쉽습니다. 관찰하기 쉬운 몸을 충분히 관찰하는 사이 알아차리는 힘이 커져서 미세한 마음도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몸 관찰의 또 하나의 장점은 대비입니다. 같은 종류의 것 사이에서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은 사실 좀 어렵습니다. 마음만 관찰하면 마음의 미세한 움직임 같은 게 잘 안 보일수가 있어요. 그런데 몸을 관찰하는 중에 생각이나 욕망이 일어나면, 몸과 마음의 대비 때문에 그게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몸 관찰을 해야 할까요? 아침에 눈떠서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계속 관찰해야 합니다. 그렇게 관찰하면 얼마 만에 마음의 미세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을까요? 그건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른 사람도 있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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