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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에 대한 과학적 실험

  • 입력 2022.10.19 11:46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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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위험한 생각들>이라는 책에서 생물학자 에릭 캔들은 자유의지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신경과학자 헤르만 헬름홀츠 1860년대에 ‘무의식적 추론’ 이라는 개념을 주장합니다. 신경계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축정한 결과,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 중 상당수가 사물에 대한 의식적인 지각보다 앞서서 무의식중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보다 100년 정도 뒤인 1986년, 벤자민 리베트는 실험을 통해 헬름홀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내놓습니다. 그는 피실험자들에게 자기들이 원할 때마다 아무 손가락이나 하나를 위로 올리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머리에 전극을 연결해 손가락이 올라갈 때와 니에서 전기 신호가 일어날 때 사이의 시간차를 측정했습니다. 그랬더니 손가락을 올리기 1초 전에 준비 전압이 일어나는 것이 측정되었습니다. 이어 그는 참가자가 손가락을 올리겠다고 결정한 시간과 준비 전압이 일어난 시간 사이의 간격을 비교했는데, 손가락을 올리겠다고 결정하기 0.5초 전에 준비 전압이 일어났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겠습니까? 저는 이 실험이 의지에 대한 불교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거라고 이해합니다. 어느 조건이 형성되어 손가락을 올리게 되었으며, 의식은 그것을 뒤늦게 파악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기가 자유롭게 의지를 내어 손가락을 올렸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이미 형성된 조건의 결과라는 뜻입니다.

<자유의지는 없다>라는 책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셈 해리스라는 신경과학자가 쓴 책입니다. 그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라는 명제가 성립하려면, 인간은 스스로의 사고나 행동을 결정하는 모든 요인을 알고 그걸 다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는 한 실험을 소개합니다. 실험실 안에는 물, 잡지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피실험자는 머리에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기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는 실험실 밖에서 fMRI를 통해 전송되는 피실험자의 뇌 영상을 관찰합니다. 그것만으로 연구자는 피실험자가 앞으로 하게 될 행동을 8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맞힐 수 있다고 합니다. 말하자며 물 먹는 행위와 관련된 뇌 부위가 먼저 활성화되고 나서 참가자가 물을 마시고, 읽는 행위와 관련된 뇌 부위가 먼저 활성화된 다음에 참가자가 잡지를 읽는 식 입니다.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면 이런 뇌의 움직임을 모두 의식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합니다.

다크 스왑이라는 뇌 과학자가 쓴 <우리는 우리 뇌다>라는 책도 의지의 속성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찰스 다윈의 표현을 빌려서 “자유의지는 아름다운 환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최근의 fMRI 실험에서는 운동 행위를 의식하기 약 7~10초 전에 그 행위를 준비하는 대뇌 피질 부의가 존재함이 관찰되었다고 말합니다. 이어 한 가지 실험 결과를 소개하는데, 그 실험에서는 피실험자에게 컴퓨터 화면에서 불빛이 들어오는 지점을 빠르게 누르라는 과제를 내줍니다. 피실험자들이 그 과제를 실행하는 도중 연구자가 자기 자극을 이용해 피실험자들의 시각피질에서의 처리를 방해하면, 행동은 실행되지만 피실험자는 화면에 들어온 불빛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의식 없이 행동이 수행되는 것입니다. 이 실험은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

심리학자 빅토르 라머는 우리가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우리는 뇌에서 먼저 활성화가 이뤄진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합니다. 그 행동을 하면 행동을 했다는 정보가 대뇌 피질로 가는데, 그 정보를 ‘자기’가 한 것으로 처리한다는 거ㅇ예요. ‘내가 그 행동을 할 마음을 일으켜 행동을 했다. 따라서 자유의지는 있다.’ 이렇게 여긴다는 거죠. 하지만 라머는 그 ‘나’란 여러 자극들을 통합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뇌 활동의 부산물이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자유의지는 커녕 ‘나’라는 것조차 실체가 아니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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