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름다운 도시, 서울에 모이다.

조성진과 사이먼 래틀

  • 입력 2022.10.25 14:29
  • 기자명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따스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품고 있는 가을볕과 바람을 느끼는 계절이다.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살갗에 닿는 오후 햇볕의 따스함은 우리 삶에 활력을 준다.

LG 아트센터 서울 외관 (이미지출처: LG 아트센터 서울 홈페이지)
LG 아트센터 서울 외관 (이미지출처: LG 아트센터 서울 홈페이지)

따뜻한 볕이 내리쬐는 가을 풍경이 우리를 감싸 안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국내 대표적인 민간 극장인 LG아트센터가 LG아트센터 서울이라는 명칭으로 공식 개관한다. 개관 후 22년 만에 강남구 역삼동을 떠나 강서구 마곡으로 새로운 자리를 찾은 LG아트센터는 LG그룹이 마곡지구에 최첨단 연구개발 시설인 LG사이언스 파크를 조성하며 이전하게 되었다. 서울식물원 입구 쪽에 위치한 이곳은 빛의 건축으로 알려진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으며, 총 4년 6개월의 기간 동안 약 2500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되었다고 전해진다. 규모 면에서도 이전 강남 LG아트센터의 2배에 달하는 크기로, 1335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인 ‘LG SIGNATURE 홀’과 365석 규모의 가변형 극장인 ‘유플러스 스테이지’가 조성되었다.

LG아트센터 서울의 LG SIGNATURE 홀 내부
LG아트센터 서울의 LG SIGNATURE 홀 내부

품격있는 공연예술을 위한 시도

LG아트센터 서울의 공식적인 첫 무대는 10월 13일, 영국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Sir Simon Rattle, 1955~)이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ondon Symphony Orchestra, 이하 LSO)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장식한다. 별도의 개관 행사 없이 관객들에게 전석 오픈되었는데, 이는 꽤 의미있는 일이다. 그들은 오랜 고심 끝에 개관식과 초청 인사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 그리고 무료 초대권이라는 공식을 없애고 이전의 원칙을 지킨 것이다. LG아트센터는 2000년 역삼에서의 첫 개관 때부터 ‘초대권 없는 공연장’을 선포하여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차별화된 공연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료 관객으로 채워야 유지할 수 있다는 그들의 지론이다. 이번 재개관에 맞춰 열리는 LSO와의 협연에서도 초대권을 없앤 것도 이와 같은 철학을 유지해 나가려는 취지로, 개관식 및 개관 공연의 초대권을 없앤 대신 티켓 판매 수익금을 한국메세나협회에 기부하여 공연예술 성장과 발전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이먼 래틀과 조성진의 개관 첫 무대

4년 만에 내한하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사이먼 래틀과 LSO의 연주로도 충분히 주목할만 하지만, 피아니스트 조성진과의 만남이 국내에서 새로운 아트센터의 개관을 축하하는 의미로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1980년 버밍엄 시립교향악단(City of Birmingham Symphony Orchestra)을 맡은 이후 영국의 대표 교향악단으로 키워낸 업적 등으로 대영제국 훈장(Order of the British Empire)과 기사작위(이러한 이유로 이름 앞에 공식적으로 ‘Sir’라는 경칭을 붙일 수 있다)를 받았다.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16년간 상임지휘자를 지내고 2017년부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사이먼 래틀은 2023/24년 시즌을 끝으로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어 이번 연주는 그가 LSO와 함께하는 마지막 내한공연이 될 것이다.

이번 10월 내한연주에서 사이먼 래틀과 LSO는 바그너(R. Wagner, 1813~1883)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 중 전주곡(Prelude)과 ‘사랑의 죽음(Love and Death)’, 라벨(M. Ravel, 1875~1937)의 관현악을 위한 무용시 M. 72 <라 발스(La Valse-poème chorégraphique pour orchestre)>, 그리고 시벨리우스(J. Sibelius, 1865~1957)의 교향곡 7번 Op. 105을 연주한다.

시벨리우스의 마지막 교향곡이기도 한 교향곡 7번은 그의 교향곡 중 가장 유명할 뿐만 아니라 가장 완성도 높고 밀도 높다고 평가받는 작품으로, 1925년 코펜하겐에서 출판되었다. 본래 1924년에 완성하여 교향적 환상곡 1번(Fantasia sinfonica No. 1)이라는 이름으로 스톡홀름에서 초연된 바 있는데, 약 1년간의 고심 끝에 교향곡 7번으로 출판하였다. 작곡 초기에는 총 3악장의 구성으로 시작하였으나 최종적으로는 단일 악장으로 작곡하였으며, 곡은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있다. 교향곡임에도 연주시간은 20분 정도로 짧지만, 시벨리우스의 작곡기법이 원숙한 시기에 완성된 곡으로 장엄한 음악적 지형과 그의 심연이 잘 드러나 있다.

사이먼 래틀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이미지출처: Barbican 홈페이지)
사이먼 래틀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이미지출처: Barbican 홈페이지)

본 공연에서 라흐마니노프(S. Rachmaninov, 1873~1943)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 43)를 연주할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지난 2015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 이후 전 세계를 누비며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세계적인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맺고 현재까지 세계 주요 무대에서 독주뿐만 아니라 유수의 오케스트라들과의 협연으로 세계의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연주가 취소되었음에도 작년에는 ‘세계 피아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도이치 그라모폰의 유튜브 채널에서 150분 분량의 온라인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번 LSO와의 협연곡인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는 제목 자체에서 차용의 출처를 명백히 밝히고 있듯, 잘 알려진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독주곡인 24개의 카프리스 Op. 1 중 마지막곡인 24번 a단조의 주제를 사용하여 작곡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20세기 초 모더니즘의 흐름 속에서 리스트의 비르투오조적인 면모를 계승하고자 하는 라흐마니노프의 애정이 돋보이는 곡이다.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젊은 음악인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LSO와 마에스트로 사이먼 래틀의 개관공연과 함께 이 지면을 통해 LG아트센터 서울의 재개관에 대한 축전을 보내고자 한다. LG아트센터 서울은 LG연암문화재단이 LG그룹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운영되며 문화예술의 창작과 교류를 통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목표로 우리 사회에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기업과 문화가 함께하는 품격의 공간으로 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