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저널]

음식

- 암 환자의 63%는 심각한 영양실조

우리는 날마다 먹어야 살 수 있다. 매일 먹는 음식이 우리 몸을 만들고 건강을 책임지므로 나쁜 음식을 먹으면 병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따라서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음식을 가려 먹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음식이 몸속에서 제 역할 다하기 위해서는 소화를 잘 시켜야 하고, 흡수도 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암 환자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식욕부진과 비정상적인 대사 항진으로 영양 상태가 점점 나빠지기 일쑤다. 실제로 암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심각한 영양 결핍 상태를 초래하여 악액질 상태가 된다. 악액질이란 영양분의 섭취, 소화와 흡수, 이용 장애에 의해 발생하는 영양장애를 일컫는다. 이런 상태가 되면 전신 쇠약증, 조기 만복감, 체중 감소, 근육 위축 등을 호소하게 된다.

왜 암 환자는 대부분 심각한 영양 결핍 상태를 초래하는 것일까? 그 기전을 알려면 우선 소화와 흡수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뇌의 시상하부에는 섭식중추와 포만중추가 있어서 식사량을 조절한다. 정상인은 공복 감각에 의해 섭식중추가 자극을 받으면 음식물 섭취를 촉진하고, 포만중추에 의해 음식물 섭취가 억제되어 섭취량이 조절된다. 그러나 암 환자의 경우는 음식 섭취 기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들다.

암 환자들은 입맛 또한 후각이 변하여 음식의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암세포 자체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뇌 식욕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감소시키므로 음식을 먹으려는 욕구가 없다. 게다가 암세포와 싸우기 위한 면역 반응 과정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1 (IL-1), 인터루킨-6 (IL-6), 종양괴사인자 알파 (TNF-α) 등이 환자의 근육을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암 환자의 체중 감소를 초래하고 식욕부진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미국에서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암 환자의 약 63%가 영양실조 증상을 보이며, 그중에서도 소화와 관련이 싶은 식도암, 위암과 췌장암은 무려 80%가 영양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암 환자의 영양 관리가 새롭게 강조되고 있다. 암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영양실조와 악액질은 늘 접하는 문제다. 영양 상태가 불량한 환자는 삶의 질이 떨어지고 생존 기산도 짧아진다. 따라서 암 환자는 영양 관리를 위해 음식물 섭취와 흡수에 대한 기본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 소화와 흡수에 대한 기본 개념

소화는 입에서 시작해서 장에서 끝난다. 음식물을 입에서 잘게 부수고 소화관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단순한 분자로 바꾸어 세포내로 흡수한다. 음식의 소화는 음식물에 물을 첨가해야만 일어난다. 타액은 음식에 가해지는 첫 번째 액체다. 탄수화물은 타액 내의 탄수화물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의 의해 포도당으로 변하고, 단백질은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변한다. 지방은 지방 분해효소인 리파아제에 의해 지방산과 글리세롤이 된다. 단백질은 위에서 분비되는 효소(펩신)에 의해 일부는 분해되지만, 대부분은 췌장에서 분비도는 트립신이라는 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이처럼 음식물은 여러 가지 소화효소 덕분에 흡수할 수 있는 작은 형태로 분해된다. 음식물을 흡수할 수 있는 최소 단위로 만드는 것을 소화라고 하는데, 이는 소화액 및 소화효소에 의해 조절되는 화학변화다.

소화의 첫 단계는 저작 운동이다. 음식물은 저작 운동으로 잘게 부서지고 타액에 있는 효소에 의해 1차적으로 탄수화물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저작 운동은 타액의 분비를 촉진하여 소화를 돕고, 타액(침) 역시 저작을 돕니다. 타액은 식사와 관계없이 매시간 15mm가량 분비되는데, 음식물이나 냄새에 의해 타액 분비가 급격히 증가되고 꼭꼭 씹으면 침의 분비가 촉진된다. 침 속의 소화효소와 음식물이 서로 잘 섞여 음식물의 분해가 부드럽게 진행되므로 소화 흡수가 좋아진다.

음식물이 저작 운동에 의해 잘게 나누어지고 침과 섞여 부드럽게 되면 약 25cm 길이의 식도를 거쳐 위로 내려간다. 이때 위에서 위산이 분비되는데, 위산은 위액 속에 있는 펩시노겐(pepsinogen)을 활성형인 펩신(pepsin)으로 바꾸어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강력한 살균 작용이 있어 음식물과 함께 위에 들어온 나쁜 세균들을 살균한다. 위에는 여러 가지 물질을 분비하는 세포가 있다. 벽세포에서는 염산을 만들어 위 안에 분비하고, 주세포는 펩시노겐을 분비한다. 분비된 펩시노겐 분자에 위산이 작용하면 펩신으로 바뀌어 단백질을 분해한다.

위의 기능은 산성이 매우 강한 위액과 음식물을 고루 섞고 1mm 이하로 더욱 잘게 부수어 소장에서 진행되는 다음 단계의 소화를 준비하는 것이다. 부서진 음식물은 위의 연동운동에 의해 조금씩 십이지장을 통해 소장으로 배출된다. 위에 들어온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완전히 배출되기까지는 3~4시간 정도 걸린다.

위에서 분해된 음식물은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으로 내려간다. 소장은 사람의 소화관 중 가장 긴 부분으로, 그 길이가 670~760cm에 이르며, 십이지장과 공장, 회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장에는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융모가 점막층에 있어서 흡수 면적을 최대화한다. 위에서 소장으로 이동한 음식물은 소장에서 본격적으로 소화작용을 받는다. 소화효소와 탄산이 함유된 알칼라성인 췌장액이 십이지장으로 분비되어 위산을 중화시키고, 음식물의 소장에 도달하게 되면 다시 소화작용을 받아 점차 분자량이 작은 화합물로 잘게 잘려 소장의 벽의 융모에서 대부분 흡수된다.

음식물로 들어온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췌장과 장에서 만들어지는 소화효소에 의해 최종적으로 각각 단당류(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으로 분해된다. 지방의 소화는 간에서 만들어져 담낭(쓸개)에 저장되는 담즙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간과 췌장은 소화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간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대사 과정에 관여하고 콜레스테롤과 담즙산을 합성하며, 췌장은 소화 효소인 췌장액을 만들어 소장으로 분비하고 탄수화물 대사를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대장은 소장과 달리 점막에 융모가 없고, 소화효소도 분비되지 않는다. 대신 수분을 흡수하여 변을 만드는데, 하루에 약 1.5~2L의 물질을 소장에서 받아 이를 150ml 정도로 감소시켜 변으로 배출한다. 회장에서 회맹 괄약근을 넘어 대장 전반부로 들어오는 내용물은 액체 상태이지만, 후반부로 이동하면서 수분이 흡수되어 내용물이 점점 딱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