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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view]간암치료 완전정복의 길, 우리가 만든다 연세세브란스병원 간암클리닉센터장 한광협 교수

  • 입력 2009.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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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세상에는 길을 찾는 사람과 길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앞선 자는 길을 찾고, 그도 안 되면 새롭게 개척해야 합니다. 그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겠다는 안이한 생각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생명과 관련된 우리 의사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연세세브란스병원 간암클리닉센터장 한광협 교수가 간암환자들에게 ‘명의(名醫)’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라도 결코 희망을 놓치지 않고, 안 되면 되게 하고, 없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들어서라도 만들어내는 사람. 그가 지금 만들고자하는 길은 바로 간암완전정복,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허황한 꿈이라 말할지 몰라도 한광협 교수는 분명히 이뤄낼 것이다. 왜냐면 그는 모든 간암환자들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연세세브란스, 국내 최초 간암전문클리닉 개설

한광협 교수의 전공은 소화기내과 가운데 간 분야로 간암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게 된 것은 1988년 연세 세브란스병원 주니어 스태프 시절 유형식 교수를 만나면서부터다. 당시 영상의학과(당시 진단방사선과) 유형식 교수가 미국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간동맥을 통해 아이오다인을 주입하는 표적치료를 개발하면서 한 교수는 간암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99년에 이태종 교수가 홀뮴-166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임상연구를 할 때 같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치료를 받은 환자가 바로 한 교수의 환자, 수술은 물론이고 간동맥색전술도 힘들었지만 치료는 대성공. 이 일로 한 교수의 이름은 더욱 알려지게 되었고, 많은 간암환자들이 한 교수를 찾아왔다.

하지만 막상 검사를 해보면 홀뮴치료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간암에 대한 좋은 연구가 없던 시절, 그래서 한 교수는 그들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던 중 한 교수는 온열요법과 방사선요법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간암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을 맞게 된다. 사실 그때만 해도 간에는 방사선치료가 효과가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전 세계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던 간암치료였지만, 방사선종양학과 성진실 교수와 함께 치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이로써 간암치료에 있어서 방사선료는 다른 치료와 함께 병행했을 때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게 된다.

한 교수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이후 항암제를 간동맥 내로 주입하면서 방사선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항암요법 및 방사선병합요법(CCRT)을 세계 최초로 개발, 다른 의사들도 포기한 암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괄목할만한 효과를 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해 한 교수는 간암은 특정과가 아닌 여러 과가 모이면 더욱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 간암에 관련된 내과, 외과, 방사선과, 치료방사선과 등을 모아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시작, 그리고 이를 계기로 연세간암연구회가 시작이 되었고, 2003년에는 국내 최초의 간암전문클리닉이 개설되었다.


간암치료, 눈부신 성장기 들어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광협 교수는 이렇게 일찍부터 간암치료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예전만 해도 간암은 다른 암과 달리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었습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치료가 가능한 경우는 15~20% 정도일 뿐 나머지는 수술도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구미권은 간암이 많지 않고, 신약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간암환자는 간이 좋지 않아 항암제를 견디지 못해 주로 일본에서 개발한 것만 사용해 왔습니다. 또 제약업계에서는 다른 암에 비해 관심이 매우 적어 간암을 고아 암이라고까지 불렀습니다. 우리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치료법이 딱히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죠. 되든 안 되든 우리 힘으로라도 해냈어야 했습니다.”

그랬다. 우리가 살길을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눈앞에 고통 받는 환자들을 보면서 ‘언젠가, 누군가는 만들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 그렇게 치료법과 신약연구에 매진한 결과, 드디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간암치료제를 개발, 국내 제2호의 신약으로 인정받게 된다. 또한 한 교수는 1상 임상을 통해 국내 시판허가를 받고, 간암치료제로는 보험적용을 받은 국내 최초의 신약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한 교수의 치료법은 현재 미국 교과서에 등재,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은 치료법이 되었다.

“현재는 대규모 임상을 거쳐 처음으로 검증된 치료제가 나와 전 세계의 제약회사에서도 간암은 이제 치료가 가능하고, 비즈니스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또 세계의 많은 다국적 회사들의 신약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간암 연구 분야는 눈부신 성장의 시기에 들어서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가 간암치료에 주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한 교수의 열정이 있었기에 이처럼 빨리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간암치료 완전정복, 희망은 있다

“이제 간암을 치료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또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작은 암의 경우에는 고주파 등을 이용한 치료가 가능합니다. 또 다른 암과 달리 간암은 그 과정이 잘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또한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B형 간염 보유율이 지금은 현저히 낮아져 있으며, 간암예측모형을 개발해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특허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진행된 간암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간암예방에 힘써야 합니다.”

간암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과 조기진단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광협 교수는 강조한다.

이제 명실 공히 한국은 간암치료연구에 가장 선두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올해 이태리 밀라노에서 열린 제3회 국제간암학회에서도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연제를 제출한 나라로 선정, 그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또 세계적인 임상이 국내에서 수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의 잠재력에 다국적기업들이 놀라고 있다.

너무나 멀고 험하게 느껴졌던 간암치료의 길, 물론 아직도 수많은 난제들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지만 한광협 교수는 자신 있게 말한다.

“아무리 어렵고 험해도 반드시 희망은 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