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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una stella, 별에게

  • 입력 2022.12.29 18:55
  • 수정 2022.12.29 18:57
  • 기자명 양지원(문화예술학 박사/MD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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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가지 않은 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의 시 ‘The road not taken’는 마치 숲 속에서 두 갈래 길이 있어 ‘어느 쪽을 가야 할까!’ 하는 결정을 지어내는 순간의 망설임 앞에서 그 짧은 흔들림을 뒤로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해서 가고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가지 않은 그 길에 대한 어떤 것들이 일어나게 되는지 그 현재와 미래의 라인의 불안한 예측에 있어서 그 한계의 설정은 어떤 구심점이 있었는지 궁금하게 한다. 그 긴 시간에서 생기는 아쉬움도 있다는 작가의 내면 읽기이다.

박정선, Blue hour, 2018, oil on canvas, 30 x 30cm, oil on canvas
박정선, Blue hour, 2018, oil on canvas, 30 x 30cm, oil on canvas

시(詩)로 기억된다.

프로스트가 말한 길도 한 번 지나면 다시 가 볼 수 없는 길이기에. 미처 가 보지 못한 다른 길이 궁금한 것이고, 자기가 걸어온 길이 제대로 온 것인지 회의를 품기도 한다. 한겨울 일본의 북해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공간 기억은 실내의 주어진 공간에서도 풍경을 펼친다.

프로스트의 또다른 대표적인 시 ‘자작나무(Birches)’의 심상에서 꼿꼿하고 검푸른 나무줄기 사이로 자작나무가 좌우로 휘어져 있는 자연적 생육에서 오는 무 질서 속의 질서를 발견한다.

그 해 겨울의 강풍과 얼음 사태가 나무를 휘게 했다는 사실로 그해의 자연의 이야기, 와이너리에서 말하는 나무가 서있는 고도, 위치, 햇볕, 강수량 그리고 바람. 떼루아(terroir)이다.

작가의 유년 시절 이야기는 그가 시도하는 작업의 모티베이션으로 자리잡는다. 박 작가의 유년기 기억이 그가 작업할 때에도 인용으로 오는 부분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부친의 인도네시아 근무지에서 유년기를 지날 때, 숲에 있는 요정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대한민국 산림과는 자람이 다른 육림의, 또 다른 그 지역 특색의 기후와 토양조건에서 조성된 Mangrove이다. Man(사람), grove(숲). ‘맹그로브’ 시리즈에서 그 지역의 특수한 환경인 원시림, 그곳이 도시개발 프로젝트로 인해 그 숲이 사라질 때 상실에서 오는 그 ‘상심’이 자리잡았다. 유년기에 겪는 소나기였다. 성장통이 내면에 와 있었다. 숲을 사라지게 하는 어른들의 놀이에서 그 시간의 유년기 아동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박정선, Blue Hour, 2018, oil on canvas, 30 x 30cm
박정선, Blue Hour, 2018, oil on canvas, 30 x 30cm

[…]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 /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 나는 자작나무 타듯 살아가고 싶다. / 하늘을 향해 설백의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에 올라 /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 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자작나무 흔드는 이보다 휠씬 못하게 살 수도 있으니까.

- R. 프로스트의 <자작나무> 중 발췌인용

 

물, 나무, 바람, 달, 별, 풀, 꽃.

 ‘내 작품 속에 보여지는 숲에서 나오는 모습의 부호는 나의 날마다의 기록이 되어있었다.’

작가는 작업의 진행에서 자신의 생을 거울처럼 들여다본다. 그 거울에 비친 나의 선택 받은 소중한 일상에서 한순간의 정지 화면으로 멈칫해 있을 때 내면에 비친 창백한 긴장감의 멈춤으로 돌아다보며 깊은 심연의 깊이로 가는 길이 된다. 그 길을 작업으로 지나고 있다.

박 작가의 작업은 자연과 일상의 충실한 내면의 구성으로 분절된 직선들은 이지적 화면구성에 따른 조형적 측면을 구성하며 다져진 그 위에 유기적 공존을 시도한다.

실제 자연을 연상시키는 배경과 허구적 자연의 대비 즉, 가시적 영역과 비가시적 영역의 공존으로 조율되고 있다. 평면적인 장식성과 함께 소소한 일상의 시간의 시선을 켜켜이 쌓이는 기록의 대상으로 화폭에서 화면 구성으로 가져오고 있다.

생생한 일상의 현장성을 이미지로 절취하여 그 대상의 물체들에 대한 극진한 관찰과 묘사의 동선을 작가 사상의 시선으로 정지화 시켰다. 작가의 눈에 들어온 선별된 동선의 기호화와 상호 유기적 배치는 대자연에 속한 상징들의 유기체들의 차용에서 나온다.

박정선, Blue winter, 2017, oil on canvas, 40 x 70cm
박정선, Blue winter, 2017, oil on canvas, 40 x 70cm

산(山) 사람들은 남이 한 번도 밟지 않았던 길을 나섬을 말하는 등로주의(登路主義)와 이미 오르는 길에 이정표로 안내되는 등정주의(登頂主義)를 화두로 대담을 나누곤 한다. 결국 등로주의는 길 위에 단 하나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셰르파도 없이, 포터도 없이 온전히 본인이 소화한 짐을 지고 아무도 가지 않은 고독한 길을 가는 것이다. 산을 가는 길 위의 이야기를 가져오는 것은 작가의 고뇌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그 고독의 길, 머리 위로 펼쳐진 푸른 빛 아래 박명(twilight)의 시간, 블루 아워(l'heure bleue; the blue hour)에 따뜻한 푸른색으로 공간의 포근함을 화폭에 담아온다. 눈 덮인 그 숲에서 그 계절을 견뎌내는 나무는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며 생명의 뿌리를 내린다. 태양이 밝음에 낮에도 뜨는 별은 머리 위에 있는 그 자리에서 우리의 밤이 주는 안정의 휴식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이 소중한 이치를 우리는 안다.

박정선, Delight of dawn, 2015, watercolor on paper, 53.0 x 72.7cm
박정선, Delight of dawn, 2015, watercolor on paper, 53.0 x 72.7cm

갤러리에 걸린 작가의 작품에 빨간 방점이 붙여진 작가의 작품 수보다 그가 그려내고 싶은 화면을 더 작업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 작품의 수에 매진하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한다.

기력이 쇠잔해질 때 준비해 두는 믿음직한 작가의 조언이 가슴에 와닿는다.

혼자서 무소의 뿔처럼 걸으라고!

 더 큰 궤도에서 자유로워지라고!

 

작가 약력

박 정 선 (PARK, Jeong Seon)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금속공예과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석사졸업

 

개인전7회, 국내외 아트페어와 부스개인전, 그룹전 다수참가

Kiaf (Korean International Art Fair)

Affordable Art Fair (Hong Kong)

One Art Fair (Tai Pei)

Art Busan(Bexco)

Seoul Art Show(Coex)

Korea Art Show(Suwon Convention Center)자문위원

Seongnam Art Fair(Seongnam Arts Center)

 

수상

성남예총상 미술인상 수상

세계평화미술대전 특선

한국 구상미술대전 DAF작가상

구상전 공모대전 특선 등

 

전시

페르소나(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 기획초대전(문화실험공간 호수)

아트팩토리 NJF – 난장판 아트페스티벌(초청작가,파주)

UNISON전 – JCUBE 미술관 기획초대전

Spring Female Joint Exhibition(초대작가, Taiwan)

한일 회화 교류전(Kobe, Japan)

환경미술협회 교류전(산동성, China)

AAA회원전(Asia Artists Association)

갤러리 르꾸꾸-초대전

P.E.P일상과 상상전-갤러리담 초대전,

P.E.P 5인전-갤러리썬 초대전

사각소리Drawing전-갤러리엠 기획 초대전

창의문뜰-기획초대4인전,

PDA7’s Show-‘사라지기 전에’ 전시

REVIVE2017-충무아트센터

그 외 단체전 100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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