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mental clinic] 정신건강의 조건

  • 입력 2010.01.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떠한 사람이 건강한 사람인가 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관계되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항상 중요한 의문점이 되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이다’라는 나름대로의 정의를 숱하게 내렸다. 정신의학 교과서에서도 ‘정신과 의사가 건강하다고 보는 사람은 이러한 사람이다’라고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 인생의 목적이 뚜렷하고 ◎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혹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을 극복해낼 수 있고 ◎ 자신의 처지에 맞는 행동을 하고 ◎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며 ◎ 맡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지속적이고 인내심이 있으며 ◎ 인생의 즐거움을 여러 가지로부터 얻을 수 있고 ◎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다. 이와 같은 서양 정신의학적인 정의 외에 동양에서도 건강한 정신에 대한 많은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정신건강의 핵심을 나타내준다고 생각하는 말들이 있는데 그것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불완전함을 아는 것이 완전하게 되는 것

서산(西山) 대사는 “대장부의 마음은 하늘에 있는 해와 같아서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를 보게 한다(大丈夫心事當如靑天白日使人得而見之)”라고 하여 숨기지 않는 떳떳한 마음자세를 강조했다. 실제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숨기고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것 때문에 병이 생긴다.

그리고 필자가 읽어보았던 선문답집(禪門答集)에 나온 어떤 선사와 제자와의 대화 내용을 한 가지 소개한다.

제자가 “완전하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하고 묻자 스승이 답하기를 “불완전하다는 것, 그것을 아는 것이 바로 완전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자기를 있는 그래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사실 환자들은 자신의 불완전한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완전함을 현실에서 무리하게 추구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심한 좌절을 겪고 병이 생기거나 환상 속에서 완전함을 충족하게 되는 경향이 크다. 그리고 또 공자(孔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만 정도에 따라서는 건강한 정신에 장애가 된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적다. 남에게서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은 자기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바깥에서 구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인정하게 되면 바깥의 인정에는 개의치 않게 된다.

이와 함께 필자가 실제 임상에서 경험한 사례를 예로 들면서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건강하지 못하게 하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받아들이면 결점도 장점도 아닌 사실 그 자체일 뿐

30대 중반의 가정주부가 2~3년 전부터 사람들만 보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려 상대방을 바로 쳐다볼 수 없었고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증세를 호소하였다. 몇 차례의 면담에서 그동안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자신의 과거를 솔직히 털어놓고 난 뒤 그런 증세가 말끔히 없어졌다.

그전에 그런 증세가 있었던 것은 자기가 아무리 애써 숨기려 해도 남들이 쳐다보면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두려워서였는데 이제 치료를 통하여 숨기고자 하는 감정이 해결되어 이제는 굳이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자기 마음에 걸리지 않게 된 것이다.

이 환자의 경우 주된 문제는 숨기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자신의 결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애써 숨기려고 하는 것이다. 어떤 사실을 숨기려고 할 때 그것은 결점으로 변해버린다. 받아들이면 결점도 장점도 아닌 사실 그 자체일 뿐이다. 숨긴다는 것은 그것을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받아들이고 현실 그 자체로 인정할 때 열등감은 없어지고 그만큼 인생은 더 의미가 있게 된다.

그리고 사람의 속성 중에 인정받고 남보다 우위에 서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데 이것도 너무 지나치면 좌절과 괴로움을 안겨주는 병이 되는 것을 일상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 한 예를 들어보겠다.


인정받기 위한 과도한 노력, 결과는 자진 퇴사

명문대학을 졸업한 어느 엘리트 사원이 있었다. 그는 졸업 후 어느 대기업체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그는 일을 할 때 상사에게 인정받고자 열심히 노력하였고 그만큼 남보다 우위에 서고 싶어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어떤 일이 부과되면 다른 동료들은 현실에 맞게 자기 능력껏 처리하나 그는 상사의 현실성이 없는 무리한 업무 요구조차도 그 요구대로 다 처리하려고 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자 하였고 남보다 우위에 서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어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과도한 업무에 늘 초조하게 쫓기면서 일에 전전긍긍하다가 결국은 회사를 그만두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인정받고 남보다 우위에 서고자 하는 마음은 현실생활에서 열심히 노력하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인정받기 위해 과도하게 자기를 희생하고 남에게 맞추다 보면 자기의 주체성을 상실하게 되고 심하면 병이 생기게 된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건강을 위한 지름길

지금까지 살펴본 서양의 정신건강에 대한 기준과 동양사상에서 보이는 건강한 정신, 그리고 필자의 임상경험을 종합해 볼 때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공통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첫째, 자기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자신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자신의 긍정적? 부정적 요소를 모두 그대로 수용해야 자기에 대한 열등감이나 자아도취가 없다. 따라서 자기의 주체성이 뚜렷해야 남에 의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둘째, 현실을 비교적 왜곡 없이 인식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셋째, 타인과 조화롭게 사는 능력이 있어서 대인관계에서 즐거움을 얻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요즈음 육체적 건강을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물론 육체적인 건강도 중요하다. 그러나 정신적인 건강이 뒷받침이 된 육체적인 건강이야말로 진정한 건강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자칫하면 소홀해지기 쉬운 정신건강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갖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