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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괴로움 사이 세상은 움직인다.

  • 입력 2023.01.20 12:14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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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삶이 괴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

살아가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들은 많습니다. 우선, 나는 하나인데 다른 것들은 무수하게 많기 때문입니다. 나 아닌 생명 가진 존재들도 무수하게 많고 자연 현상도 무수하게 많습니다. 그런데 이 다른 존재들과 자연 현상은 나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각각의 존재는 다 자기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데, 그 대상이 내가 되면 내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모기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나를 물 수밖에 없는데 모기에 물리면 간지러운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또 거대한 자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본질적으로 괴롭습니다.

그 다음으로, 불교정신치료 첫대 원리에서 살펴보았듯이 몸과 마음이 본질적으로 통제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괴로움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덜 괴롭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잘 봐야 합니다. 이 세상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를 보고 그에 맞게 사는 것이지요. 세상의 흐름에 맞지 않게 살면 괴로움뿐입니다. 나와 세상이 충돌하니 괴로운 것이지요. 사업하는 사람을 예로 들면, 대중이 지금 왼쪽으로 가는데 자기는 자꾸 오른쪽으로 가서 무언가를 만들거나 하면 아무도 그를 안 찾게 됩니다. 하면 할수록 망하는 길로 가게 되니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관계 원리에 맞게 살면 괜찮은데 그에 맞지 않게 하니까 계속 갈등하고 힘든 것입니다.

우리는 뭔가를 정확하게 알고 그에 맞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힘든 것이 쌓여 점점 괴로워지고, 그러다 보면 정신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세상의 구성

세상에는 많은 것이 존재하는데 그것들은 속성에 따라 둘로 나뉩니다. 바로 생명 가지지 않은 존재와 생명 가진 존재입니다.

생명 가지지 않은 존재는 자연 법칙 또는 물리 법칙에 따라 주어진 조건에 맞게 질서 정연하게 움직입니다. 물론 생명 가지지 않은 존재가 새로운 조건을 만들기도 합니다. 화산이 폭발하면 그것이 영향을 주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에 비해서 생명 가진 존재는 생명활동을 하고 자극에 반응을 합니다. 제가 여러분께 공을 던지면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를 보실 거고요. 사람은 죽으면 생명 가지지 않은 존재가 됩니다. 살아 있을 때는 누가 발로 차려 하면 피하거나 막는 반응을 하지만 죽은 사람은 발로 차면 마치 공으로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그리고 생명 가진 존재의 중요한 속성입니다. 그래서 생명 가진 존재는 나와 남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습을 간단하게 묘사하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가 생명 가지지 않은 것들과 (생명 가졌지만 내가 아닌) 남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그림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나’입니다. 이 자리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저를 중심으로 두면 여러분은 제 주위를 위성처럼 돌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생명 가지지 않은 존재도 제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저뿐 아니라 여러분 모두, 그리고 세상에 생명 가진 존재가 중심이 될 수 있으니 세상에는 무수한 중심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서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중심일 땐 당연히 내가 가장 소중합니다. 그렇지만 그 중심이 다른 생명 가진 존재가 되면 그 존재가 가장 소중합니다. 그게 사람이든 개미든 모기든 간에 이 원칙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걸 인정해야 합니다. 다른 생명 가진 존재를 볼 때 이 원칙을 기억하고 그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이것만 되어도 훌륭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세상의 구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생명 가진 존재와 생명 가지지 않은 존재 사이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어떤 원리로 그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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